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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거제 바다는 지금 한여름[연재]정도길…하얀 파도와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

   
▲ 해금강 대한민국 명승 2호 해금강.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해 있다.

뚜렷한 계절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달이 있다면 아마도 유월이 아닐까. 초여름이라지만, 칠팔월 땡볕과도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에서다. 지난 주말과 휴일도 마찬가지였다. 내리쬐는 땡볕은 모처럼 밖에 나가 보려는 마음과 몸을 붙잡았다.

그래도 머물러 있자니 갑갑하기에 집을 나섰다. 거제도는 서울 도심과는 달리 집밖으로 나가면 바로 바다가 있어 좋다. 얼굴에 마주하는 해풍이 좋고, 쪽빛바다가 시원스러우며, 넘실거리는 파도에는 생기가 넘친다.

   
▲ 솔섬 거제시 남부면 함목해변 몽돌 밭. 앞으로 보이는 섬이 솔섬이며, 왼쪽 그 사이로는 진시황제의 방사 서복이 불로초를 캐러 왔다는 우제봉이 보인다.

17일. 바다의 금강인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은 차량들로 혼잡하다. 차창 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풍경은 한눈에 들어오고, 그 풍경은 차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느낌이다. 창문을 열자 진한 해풍이 코끝을 자극한다. 십여분을 달렸을까. 거제가 자랑하는 흑진주 몽돌 밭이 있는,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에는 여행자들로 넘친다.

차를 주차하고 몽돌 밭으로 가 볼까 하다 복잡한 게 싫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곳 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몰리지 않는, 조용한 몽돌 밭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약 5분 후, 몽돌 밭과 쪽빛바다를 마주한다. 거기에는 시원함과 편안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함목해변 이른 여름 거제시 남부면에 위치한 함목해변은 더위를 식히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제시 남부면 함목마을. 삼거리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살았던 전형적인 촌락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탕으로 여러 동의 펜션이 들어서고, 휴가철에는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마을 아래 작은 몽돌 밭은 휴식하기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립공원지역이라 주변 환경은 잘 정비돼 있고, 관리상태도 양호하다는 평이다. 오랜만에 찾은 탓일까, 예전에 없던 공중화장실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건립돼 있다. 내부도 아주 청결한 모습이다.

   
▲ 여름바다 아직까지 바다 물은 차가울 텐데, 수영을 즐기는 여행자들.
   
▲ 몽돌 수 억 년의 세월을 함께한 파도와 몽돌은 이처럼 크고 작은 모습으로 제각각 색깔로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다.
 
푹신한 몽돌 밭은 발이 빠져드는 느낌이라 걸음걸이가 편하지 않다. 신발을 벗어 두 손에 들고 맨발로 걸었다. 걷기에 한결 낫고, 발바닥에 전해오는 압박감은 발마사지를 하는 기분이다. 온몸이 시원해져 오며 짜릿한 느낌마저 든다.

몽돌 밭에 텐트를 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가 하면, 바다 속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지만, 아직까지 바닷물은 차가울 텐데 물놀이 하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아이도 물장구에 신이 난 모습이다. 두 아이는 하얀 파도 속에 몸을 숨기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하얀 파도와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

   
▲ 낚시질 거제시 남부면 함목해변 몽돌 밭에 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여행자.
 
갯가 너럭바위에는 몇 사람이 모여 낚시질이 한창이다. 가까이 가 보니 망태는 텅 빈 상태. "몇 마리를 낚았느냐"고 물으니 "이제 낚시를 시작했다"고 한다. 덧붙여 "재미로 한다"고 말한다. 혹여 고기가 낚여 오르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파도는 몽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제 자리를 바꿔 옮겨 놓는다. 파도에 휩쓸리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참으로 좋다. 맑고 경쾌한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쏴~. 쏴르르~. 쏴~.

   
▲ 여름바다 한낮 기온은 땡볕으로 아직까지 바다 물은 차가울 텐데, 여행자는 시원스럽게 수영을 하고 있다.
 
파도와 몽돌은 수억 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지금의 이런 몽돌 밭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은 몽돌. 그 빛깔도 각기 다른 모습을 한 몽돌은 파도와 함께 하며 제 몸을 다졌던 터.

이날처럼 작은 파도에 휩쓸리는가 하면, 폭풍이 몰아치는 큰 파도에도 제 몸을 닦고 또 닦았을 몽돌. 몽돌 사이사이에, 몽돌이라 부르기에 너무 작은, 모래알 같은 작은 몽돌이 있다.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만 저 같이 작은 몸짓으로 변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 함목해변 거제도에는 몽돌 밭이 있는 해변이 많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농소몽돌해변, 여차몽돌해변 그리고 여행자가 머문 함목몽돌해변이 있다.
 
몽돌 밭에 서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섬 하나. 소나무가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솔섬이다. 솔섬 사이로는 해금강 주변에 위치한 우제봉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우제봉은 진시황제의 방사 서복이 동남동녀 3천 명을 데리고, 불로초를 캐러 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야트막한 산이다.

솔섬과 우제봉 사이 풍경은 가을이면 단풍든 모습이 좋고, 아침이면 일출로 인한 붉은 기운을 볼 수 있어 좋다. 그 뒤 너머로 보이는 갈매기들의 천국, 홀로 서 있는 섬 홍도. 사람들은 홍도를 '외로운 섬'이라고 말하지만, 홍도는 전혀 외롭지 않은 섬이다. 2만 마리의 갈매기가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 유람선 대한민국 명승 2호 해금강 앞 바다에 떠 있는 유람선.

 
더운 낮 시간을 함목해변 몽돌 밭에서 시원하게 보내고, 약 2km 떨어진 해금강으로 향했다. 해금강 주변으로는 거제의 대표적 여행지가 많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 솔섬 앞으로 보이는 섬이 솔섬.

여차몽돌해변과 대소병대도는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해금강 선착장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유람선으로 분주하다. 여행자를 싣고 내리는 유람선을 타 보고 싶었지만, 아쉬움만 유람선에 실어 보낸 채 빈 몸만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허전한 여행인 듯하지만, 한편으로 작은 즐거움도 함께 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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