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폴리뉴스가 보도한 거제시장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된 내용.

"이거 객관적인 여론조사로 볼 수 없지요. 김한겸 시장측에서 의뢰한 조사라면 모를까. 내용 전반이 김한겸 시장 입장에서 물었고, 김한겸 시장 입장에서 분석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14일 '폴리뉴스'가 조사 보도한 6.2지방선거 거제시장 후보 여론조사와 관련, 일부 인터넷언론이 이를 가감없이 그대로 받아 쓰면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질문방법 및 분석기법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보이는데도, 일부 언론이 조사기관의 분석자료를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마치 객관화된 여론인양 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 보도계기가 지난 14일 저녁 김한겸 시장측에서 폴리뉴스 분석 보도자료를 지역언론사에 일제히 배포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폴리뉴스 여론조사는 사실상 김한겸 시장 후보측이 자체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본사는 이같은 보도자료 접수 후 조사객관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 일체의 보도를 하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의 여과없는 보도이후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의식, 이에대한 구체적인 분석보도를 하게 됐다.

■ 쟁점 1
김 시장측, 한길리서치에 조사 의뢰한 것으로 추정
폴리뉴스, 김 시장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시리즈 연장선에서 분석 보도

이번 여론조사는 인터넷신문 폴리뉴스가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지방선거 지역별 단체장후보 여론조사 보도 연장선에서 불거져 나왔다. 폴리뉴스는 지금까지 모노리서치와 모두 21차례 지역별 여론조사를 벌였으나(표본 500~800명 안팎), 지난 8일 실시한 거제시장 편은 유독 한길리서치에 의뢰(표본 1,000명)한 조사결과라고 밝혔다.

조사방식 및 분석내용의 전반적 흐름을 볼 때 현재로선 김한겸 시장측이 한길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했고, 이를 폴리뉴스측이 자료를 건네 받아 김 시장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측은 폴리뉴스의 이같은 분석결과를 마치 폴리뉴스가 기획특집 차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인양 이를 지역언론에 흘렸고,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로 받아들여 진다.

■쟁점 2
질문문항이 없고 표본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없다

여론조사 보도에는 통상 구체적 질문내용을 별도 표기하는 게 상례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보도에는 몇개 문항을 어떻게 물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질문문항에 따라 조사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신뢰성을 의심하는 결정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제인터넷신문GJN이 제보자의 자필메모를 근거로 보도한 질문문항에는 다가올 지방선거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도 조사라기 보다는 김한겸 시장에 대한 평가, 중점 추진사업(인공섬)에 대한 평가, 3선에 대한 생각여부, 김 시장의 정당후보 또는 무소속 출마시의 경쟁력 등 김한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질문문항으로 구성됐음이 확인되고 있다.

표본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상 여론조사 보도에서 표본에 대한 지역별 연령별 분포도 별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는 19세이상 거제시민 1,000명이 표본에 대한 정보의 전부다. 19세 이상 당원으로 했는지, 구 신현지역 거주자들만 조사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쟁점 3
조사결과에 대한 일방적 분석… 자체조사 '자백'하는 격

폴리뉴스 분석보도에는 '김한겸 시장에 의한' '김한겸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라는 게 곳곳에서 묻어 난다.
폴리뉴스는 한나라당 공천=거제시장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이번 공천과정을 윤영 국회의원과 김한겸 시장과의 끝나지 않는 '세번째 라이벌전'으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 한발 비켜 서 있는 윤영 의원과의 지난 선거전을 빼 놓지 않고 언급하는 성의(?)를 보였다.

김한겸 시장 시정만족도에 대한 질문과 이에따른 분석을 내 놓은 것도, 이번 조사가 시장선거 지지도 조사가 아닌 김 시장측의 자체조사였음을 반증한다. 폴리뉴스가 기획시리즈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벌였다면, 지역과 연관이 없는 폴리뉴스 측에서 이 문항을 끼워 넣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한겸 1위, 김한표 2위로 나온 결과를 2번씩이나 소제목으로 뽑은 것도 특이하다. 특히 첫번째 소제목은 윤영 의원과의 라이벌전을 설명하면서 제목은 생뚱맞은 '김한겸 현시장 선두, 김한표 전 경찰서장 추격'이라고 달았다. 이 소제목은 글의 흐름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으로 독자 눈에도 금방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거제인터넷신문GJN보도에서 제보자가 제시한 질문문항 중 현 시장의 인지도, 시정만족도, 한번 더 하는데 대한 생각여부 등을 질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문항 중 폴리뉴스 보도에는 시정만족도와 뭘 잘했는지에 대한 분석만 있었을 뿐, 시장의 인지도와 한번 더 하는데 대한 생각여부를 분석한 내용은 없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거나 기대이하로 나타나 아예 빼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시정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잘한 일'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를 꼽았으면서도, '가장 잘못한 점' 역시 시정발전과 경제활성화로 나타났다고 분석해, 도무지 뭐가뭔지 모를 헷갈리는 조사로 인식됐다.

■쟁점 4
조사방식의 생뚱맞음… 여타주자 군소후보 만들기 전략(?)

폴리뉴스가 보도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는 당해 자치단체장의 적합도를 물었으나, 유독 이번만은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를 물었다. 더 큰 논란은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당원도 아닌 김한표 전 서장을 끼워 넣어 조사했고, 결과적으로 김 시장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적합인물로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한나라당 예상후보군에는 이미 5명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그런데도 당원도 아닌 김한표 후보를 끼워넣은 건, 선거전 초반 여론조사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의 응답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의식, 일부러 끼워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야만, 경쟁관계에 있는 인지도가 비교적 약한 후보를 군소후보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겸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을 경우 경쟁력을 갖춘 무소속 주자가 없는 반면, 한나라당 후보가 특정인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김한겸 시장이 무소속 출마할 경우의 가상대결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여론조사가 처음부터 김한겸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였음을 반증하는 사례로도 꼽힌다.

▲ 지난해 12월 김한겸 시장이 폴리뉴스와 인터뷰한 동영상 화면

지역언론, 여론조사 보도 신중 기하는 계기돼야

이번 여론조사 결과보도에 대한 지역언론의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폴리뉴스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14일 밤 '김한겸'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언론에 메일로 전송됐다. 김한겸 시장측에서 실시한 자체조사라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 단지 폴리뉴스에서 신년기획으로 준비한 각 지역별 여론조사에서 22번째로 거제시가 실시됐고, 그 결과 이렇게 나왔다는 늬앙스만 풍겼다.

일부 언론은 이를 가감없이 폴리뉴스 분석내용 그대로를 전면 게재했다. 일부 언론은 조사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그대로 실었다. 항간의 파장은 의외로 크게 나타났고, 시장선거전을 준비하는 예비주자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모 예비주자측은 선관위 고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지역언론관계자 모씨는 "특정 후보측이 건네는 자료를 받아 이를 가감없이 보도한다면 언론사로서의 공익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보도사례를 계기로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더 발생할 소지도 많은 만큼, 지역언론사들이 함께 모여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기본준칙 등을 마련하는 것도, 이번같은 해프닝을 막을 수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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