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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부충생(物腐蟲生)김형석 / 前 거제문예회관 관장

   
 
새누리당 휩쓴 공천헌금에 국민들 멘붕

굴비를 먹으며 사랑하는 아내를 죽인 남자를 떠올린다. 전남 영광여행에서의 법성포 맛집.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 중, ‘한 사람의 늙은 사내를 기다린다’는 기생 일옹대(一翁待)의 적선다복(積善多福) 환생 전설을 듣고 떠올린 중국 한 무제. 선거의 계절이라 그런가?

황제의 마지막 사랑, 구익부인(鉤翊夫人)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가족들과 용한 의원들이 아무리 손을 펴려고 해도 불가능했는데, 국정시찰 중에 우연히 만난 한 무제가 손을 잡으니 손이 펴졌다는 전설이 있다. 이 인연으로 한 무제의 총애를 독차지한 그녀는 황후가 되고 훗날 황제가 되는 유불릉을 낳는다.

늙은 왕은 자신의 죽은 뒤, 어린 아들과 젊은 어미가 걱정이다. 당나라 측천무후, 청나라 서태후와 함께 ‘중국 3대 악녀’인 한 고조 때 여태후의 독재정치. 그리고 16세 어린나이에 왕이 되어 할머니, 어머니의 섭정과 외척의 폐해, 전횡에 치를 떨었던 한 무제는 그 근원을 없애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죽인다. 국사와 권력 앞에선 사랑은 아침이슬인가? 하긴 동서양사에서 야만과 탐욕의 권력은 부모형제와 친자식도 죽이는데...

   
▲ 칠산바다의 해당화길 백수 해안도로. 법성포 앞의 이곳에 조기 배가 불야성을 이루던 그때 그 시절, 어려운 이웃에게 공덕을 쌓은 기생 일옹대 전설이 탄생했다. 부잣집에 환생한 소녀도 오른손을 꼭 쥐고 태어나 장원급제한 인연을 만나자 손이 펴졌는데, 손바닥에 손금으로 '일옹대'라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일옹대 전설을 듣다 한 무제와 함께 연상한 그림. 낭만파 화가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기원전 7세기경 아시리아의 황제, 사르다나팔루스의 몰락을 그렸다. 적에게 포위되어 결국 성이 함락되자, 애첩들과 애마를 죽이고 모든 보물을 불태우고 자신도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영광하면 연상되는 굴비(屈非)는 ‘굴하지 않는다’는 한자 뜻. 태조 이성계보다 앞서 도참설의 십팔자득국(十八子得國)을 이루려던 이자겸이 원조다. 고려 인종 때 사위의 왕위를 찬탈하려고 반란을 일으킨 이자겸이 딸을 잘 둔 덕으로 목숨은 부지했다.

영광으로 유배를 온 후, 조기를 먹어보고 그 맛이 아주 좋아 임금에게 진상했다. 그러나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 하여, ‘굴비(屈非)’라고 적어 보냈다고 한다. 비록 ‘귀양살이 신세이긴 하나, 처음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은 것이 영광굴비의 어원이다.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을 보유한 우리나라 천일염이 있어 영광굴비의 명성이 빛난다. 영광굴비 맛의 비결이 '섭장과 천일염' 때문이라 한다. 적당히 부는 차가운 바람과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3년 묵혀 '간수'를 뺀 봄 소금과 참조기를 켜켜이 재는 섭장의 손맛이 명품 굴비를 만드는 비법이다.

비굴하게, 자린고비처럼 살아가는 다수 국민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 도덕적으로 태생적 한계와 과오를 지닌 새누리당이 ‘재집권을 위한 비상사태위원회(?)’까지 만들며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깨끗한 공천개혁을 이야기하더니, 뒤로는 공천심사위원이 돈을 받았다는 뉴스가 충격이다. 대선 유력 여성후보가 ‘멘붕(정신적 공황)’이란다. 아니다. “분노하기에도 지친 트라우마 상태, 국민이 멘붕이다!”

유머가 조롱으로 들리는 세상은 이미 썩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 만사형통(萬事刑通)’이란 자조적 유행어를 낳은 권력자의 몰락과 ‘공천헌금, 공천장사’로 갑론을박하는 대통령선거 최대의 빅이슈를 만든 남과 여. 역사서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신라, 고려, 조선도 부정부패와 매관매직으로 망했다.

물부충생(物腐蟲生). ‘만물은 썩어야 벌레가 생긴다’고 한다.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는 유명 문학인의 말을 되새기자. 어디로 가려는가? 공동체 대한민국!

   
▲ 인도스님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영광 법성포로 최초로 불교를 전한 후, 처음 건립되어 모든 사찰의 으뜸이요 근원이 된다고 부처 불(佛), 첫째 갑(甲)자를 써서 불갑사(佛甲寺). 절 입구 사천왕상 중 수미산 남쪽을 지킨다는 증장천왕이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다.

관광(觀光)은 '빛을 본다'는 뜻이라는데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영광(靈光)에서도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명산대천을 유람하면 국가사랑이 넘친 선비들이 나라를 염려했다는 ‘국사봉’이 많기도 하다. 장자가 말한 ‘무위의 정치’처럼 역사는 평범하고 재미없게 기록된 시대의 백성은 행복했다. 불멸과 영웅의 꿈을 꾼 왕이 통치했던 나라의 백성은 불행했다. 범부는 오늘도 국사봉이나 오르내리며, 굴비나 식탐한다.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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