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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히는 상훈(賞勳)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우리 선조들이 남긴 교훈 중에서 “상훈(賞勳)은 함부로 내려서도 안 되고 더더욱 함부로 받아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고서를 통해 얻은 글을 인용하여 임금의 상훈이 되풀 때 마다 상주(上奏)되었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고려 말 무인정치가 한창 무르익을 당시인 정중부의 집권 때 궐내 재상 중에는 힘이 센 자들이 많이 있었다. 하루는 이의민(李義旼)과 두경승(杜景升)이 조정에 앉아 서로 힘자랑을 하였다. 이의민이 먼저 대궐의 기둥을 치니 대들보와 서까래가 흔들거렸다. 이에 두경승은 주먹을 휘둘러 벽을 치니 주먹이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이를 본 임금은 “장하고 우뚝하다 참 재상일세” 하고 상훈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인물은 국기를 흔든다는 백성의 원성이 자자하기에 백성들은 임금이 주는 상훈의 가치를 개똥만큼도 치지 않았다.

조선조의 인조가 반정을 한 뒤에 장인 되는 한준겸에게 나라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을 물었다. 그의 충고는 이러했다. “광해군은 분별없이 측근들에게 은상을 내렸지만 백성이 인정 해 주지 않아 무엇이 나라를 위한 공훈인지가 불분명해서 나라를 읽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마땅히 그때의 일과는 거꾸로 하여 은상을 절제하셔야 합니다” 했다.
은상을 입으면 명예와 재산과 지위가 생기기에 명분을 만드느라 혈안이 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선조가 선농단에 가서 친경례(親耕禮)를 베풀 때 임금이 농부들이 소리 내듯 “이랴!”하자 소가 앞으로 가고 “워!”하자 소가 그 자리에 섰다. 임금이 기뻐하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던 도승지 박근원이 국가의 경사라고 아부하자 임금은 더욱 기뻐서 도승지 박근원 에게 한 품작 오르는 상훈을 주었다. 이에 양사(兩司)가 상훈의 남발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 하여 없었던 것으로 상소하자 임금은 깨달은 바가 있어 도승지에게 내린 상훈을 환원 했다.

사육신 집현전 학사 하위지(河緯地)는 역대병요(歷代兵要)를 편찬한 공으로 편찬 총재관인 수양대군으로부터 한 품작 특진의 상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낙향하였다.
나라 임금이 어린데 대군이 상훈을 미끼로 조정의 신하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부당하고 신하들도 종실의 추파에 좌우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거절의 명분이었다. 상훈 뒤에 흔들거리는 사직의 위기를 하위지가 용기 있게 고발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아라비아 독립운동에 참여, 기습대장으로 활약했던 영국의 탐험가 아라비안 로렌스는 세계1차 대전 때 영국의 아랍작전에 유공했다 바스 상급 훈장을 받게 되었다. 조지5세가 직접 훈장을 달아 주려하자 임금의 손을 뿌리치고 아랍 사람들과의 서약을 배신하는 것이 되는 이 훈장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거절 했는데도 보내오자 로렌스는 그 영국의 최고훈장을 산보 할 때 데리고 다니는 개의 목에 달고 다녔다 한다. 통쾌한 훈장 레지스탕스다.

32년 전, 광주시민을 대량 학살 했을 당시의 몇몇 군 지휘관이 충무무공훈장을 받고 있는데 사태진압에 유공하여 서훈한 것으로 ‘무공훈장 부’에 기록돼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역사의 코메디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돌아오지 않는 해병’등으로 명성을 떨친 장동휘씨는 1980년 중반 뇌물 식 또는 나누어 먹기 식 수상에 속이 상해 있던 차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시상식 자리에서 그에게 주어진 상패를 수천의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내동이를 치고 썩은 영화계를 떠난다고 선포 했다. 상을 받으면 기뻐해야 하는데 그는 이를 모독으로 간주 한 것이다. 상을 받을 만한 출연이나 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상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하는 자존심도 발동 했는지 모른다.

상을 받으면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거제지역사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거제 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대통령이나 최고 지도자급의 훈장 또는 표창을 받으려면 웃기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째, 사회 단체장이 되라.
둘째, 평화통일 자문위원은 자동적으로 주는 당연직 이니까 주는 것은 감사히 받아라.
셋째, 포상 추천자인 기관장에게 잘 보여라. 그리고 자주 접촉하고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직이 오면 시키는 데로 극진히 모셔야 한다.
넷째, 거제사회에서의 존경심이나 봉사 정도의 평가는 고과 대상이 아니니 신경 꺼라.

우리 거제사회 주변에는 전 재산을 투자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사업을 하면서 거제인의 위상을 심어 주는데 앞장을 서는 동시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많은 시민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사업가도 많다. 2세 교육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위대한 교육자들도 적지 않으며 불우한 처지에 있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인생을 바쳐서 거제사회의 귀감으로 보도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금 거제시민의 날 기념행사를 두고 거제시민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탁상에서 공론을 따지기 보다는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여 대다수의 시민들이 공감 할 수 있는 거제시민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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