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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그늘, 맛있는 예술과 맛없는 정치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그까짓 것, 백석의 시 한 줄 보다 못해.”

20세기 말, 1천억 원이 넘는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할 당시 기자의 질문에 김자야 여사가 일갈한 시인 백석.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오묘해지는 맛집 음식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맛깔스러운 백석의 시. 좋아하는 시인의 탄생 100주년 시집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달랑 한 권 들고, 모든 사람들이 단풍 속으로 가을여행을 떠날 때 ‘예술로의 여행’을 떠났다.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삶의 백석 시인이 마음이 가난해진 현대인에게 남긴 것은?

경기도 양평에는 자연을 탐하는 독창적인 목금석(木金石) 예술가가 산다. 해외 미술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경남 합천 출신 조각가 이재효는 나무, 쇠못, 돌멩이 등을 소재로 환경친화적 작업을 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작가는 불멸을 꿈꾸지 않는 반전, 자연의 윤회에 순응하는 역발상 작품이라 감동이다. 요즘 많은 화가들이 석사 학위와 유학 등으로 이력서를 채울 때, 그의 학력은 ‘홍익대 조소과 84학번 졸업’ 한 줄로 끝내고 스펙 쌓기보다 장인정신으로 작업에만 올인해 성공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대박을 치자 문화훈장 운운하는 천박한 문화행정. 예술교육 등 ‘떡잎 투자’로, 토건이 아니라 창조형 사람을 만드는 문예정책이 절실한데 ‘다 된 밥상에 숟가락 놓기’로 한류에 무임승차하기에 급급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이면에는 정글자본주의, 근친상간자본주의, 천민자본주의, 카지노자본주의란 말이 횡횡하고,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의 경쟁력 타령에 풀뿌리 문화예술생태계를 고사시켰다.

   
 ▲ 다른 예술가들의 불멸의 작품을 추구하지만, 이재효 작가는 자연과 공존하며 소멸하는 작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창조경제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정경제론, 안철수 후보의 혁신경제론에서는 진정성 있는 문화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 읽혀지지 않는다! 도시의 네온사인처럼 화려한 수사로 국민을 유혹할 것이 아니라 위대한 시인 백석처럼, 왜 창조적인 영혼들은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다갔는지 12월 대선 출마자들은 곱씹어 보아야 한다.

유럽 문예부흥,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도 코리아(KOREA)에 태어나면 인테리어업자 취급을 받는다. 전업 예술가를 서비스업에 분류해 놓았기에 하는 말이다.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법제화 등으로 지속 지원해야 발전 가능하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안다면 창조산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에게 사람 중심의 작업환경, 세제 혜택, 복지 등의 체계화가 우선 아닐까?

   
▲ 지난 5월 성곡미술관에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과 함께, 서로 상극인 '불과 나무와 못'의 이재효 작품과 조우...
 
우리나라 지자체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화마케팅에 혈안이다. 그러나 명품 문화관광을 표방하며 박물관도시를 지향한다지만 박물관, 미술관 등록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예술가나 문화기획자를 많이 만난다. 이런 립서비스 행정과 문화예술 현장의 불통을 나열하려면 입만 아프다.

하수는 토끼(표)를 쫓아다니고, 고수는 토끼가 다니는 길목에 올무를 치고 기다린다. 언론을 통해 만나는 세 대선후보 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유의 깊이, 인문학적 체험이 얇아 보인다. 손님(유권자) 호객을 위해 화려한 식단표에 맛없는 식당 같다.

   
▲ 경기도 양평 이재효 창작스튜디오의 전시관, 예술의 숲 속에서 소요유 하다.
 
풍요속의 빈곤, 적막한 문화풍토! 뿌리깊은 나무 같은 문화마인드의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며, 존엄한 분들에게 불경스럽지만 나는 묻겠다. 왜 무한한 상상력의 창의적인 우리 예술가들은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국내에서 소통되는지? 왜 조각가가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되는지? 현실적인 문제부터 질문해 본다.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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