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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 안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미완의 단일화’가 됐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전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등장과 퇴장이 보여준 것은 한마디로 한국정치의 후진성입니다. 국정경험은 물론 정치적 덕목이나 비전을 갖지 못한 대학교수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핵심전략으로 삼아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실은 난센스였습니다.

그는 출마가 거론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사퇴하는 순간까지도 그의 국가경영 비전이 국민들의 주목을 끌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정책이 화제가 된 적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후보로 나서느냐 마느냐를 놓고 수개월간 국민과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출마여부를 안개 속에 밀어 넣고 ‘강연정치’를 계속 하거나, 국정운영에 대한 생각(계획)을 담은 책을 출판해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껴왔던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전략을 펴왔을 뿐입니다.

출마를 선언한 때부터는 일체의 검증을 뒤로 미룬 채 단일화 문제로만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정책도 공약도 개인에 대한 검증도 없이 오로지 ‘단일화’란 정치 개임에만 몰두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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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습니다”라는 출마선언 때의 불퇴전의 의지와는 달리, 안후보 사퇴의 변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모자랐습니다. ‘정당의 조직’이란 벽이 얼마나 두터웠고 기성 정치인들의 술수가 정치 초년병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열세를 만화할 길이 없어서 포기 했다”고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질입니다. 패배를 시인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운운했다는 사실은 유권자에 대한 후보로서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등에 없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실행할 준비도, 현실 정치에 대한 적응력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안철수식 정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66일만에 대선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안철수 현상’이 남긴 과제는 우리 정치의 숙제가 되어, 사퇴한 안철수씨에 의해 대선 판이 휘둘리고 있습니다. 그가 사퇴한지 열흘이 지났어도 여·야는 ‘안풍(安風)’에 휩싸였던 그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새 정치를 위한 정치 쇄신’을 우리가 이루겠다고 야단입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3일 울먹이면서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라며 대선 판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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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안철수가 문재인을 어떻게 지지하느냐에 대해 문재인 캠프는 목을 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문재인의 ‘운명(자서전)’은 ‘안철수의 생각(정견집)’에 달렸다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공공연합니다.

문 후보측은 지방에서 쉬고 있던 안철수씨가 캠프 해단식에 나와 정권교체를 위해 ‘전폭적인 지지와 적극 지원’을 해주리라고 내심 기대했으나 안씨는 대선 후보 사퇴 회견에서 밝힌 ‘문 후보 성원과 백의종군’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안철수씨는 지난 3일 해단식에서 되려 대선판은 국민 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안씨는 8분의 연설 대부분을 자신의 새정치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데 할애해 해단식이 아니라 ‘제2의 출정식’을 연상케했습니다.

결국 민주당과 문 후보는 안씨가 스스로 사퇴하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씨의 흔쾌한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셈입니다.  ‘아름다운 단일화’가 한동안 주목을 끈 것은 제1야당이라는 통합민주당 단독으로 정권교체할 힘이 없다는 ‘서글픈 실상’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실패한 단일화’ 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영환 의원(4선·안산상록)은 지난달 25일 ‘대선일기’라는 인터넷 글에서...“민주당 의원 중에서 문재인 후보가 양보를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부끄럽게 이러고도 민주당은 안철수의 용단에 기대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가, 적어도 우리는 안철수 후보에게 도움을 요청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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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온 지지율’로 설명되는 ‘안철수 현상’은 우리사회, 특히 젊은이들에게 잠재된 불만의 표출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불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기존의 사회질서, 기득권층, 특히 이런 체계를 만들어온 정치권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바로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한마디로 살기 힘들게 하는 사회구조를 바꿔 달라는 요구입니다. 기존 정당은 국민보다는 정파, 국가 미래보다는 권력(정권)쟁취에 매달려 왔습니다. 옳다고 생각해도 상대 당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반대했습니다. 이념 과잉이나, 한·미 자유무역 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그런 꼴입니다.

‘안철수 현상’은 제2, 제3의 안철수를 기다립니다.

오는 19일 선출되는 새 대통령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에겐 행운입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뽑을 것인지, ‘새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을 택할 것인지는 유권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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