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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月夜)의 정서(情緖)[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거제 하늘에 뜬 구름과 달을, 시어로 사용하고 있는 한시(漢詩)를 감상해보자. 옛사람들은 구름을 보면서 향수와 우정, 사랑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구름 걷힌 푸른 하늘은 근심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 비운 마음, 즉 깨달음을 얻는 해탈의 경지를 연결해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구름사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맑고 청량하며 고고한 영혼의 위로와 기원의 대상인 고귀한 거울이었다.

1). 달밤(月夜) / 김진규(金鎭圭).

고요히 잠 못 드는 깊은 밤, 뭇 소리 들려오고 구름 뚫고 나온 달빛에 온 바다가 밝디 밝다. 더럽혀진 내 영혼이 교교한 달빛에 깨끗이 씻기는 듯한데, 이 땅 거제도는 물길이 끝나는 변경에 있으니, 신선이 사는 삼신산과 가깝다고 확신한다.

境絶遺塵慮 막다른 변경에서 세속의 잡념 더하고
宵深閴衆聲 깊은 밤중 고요한 뭇소리.
雲開天宇曠 구름 걷히고 하늘 전체가 트이니
月浴海波明 달이 목욕하고 바다의 물결 밝아온다.
灝氣盈襟爽 청명한 기운이 가득하여 옷깃이 시원하고
浮光溢目淸 떠 있는 달빛 넘쳐 맑아진 눈,
還忘在羅網 물이 돌다 끝난 곳에 나망(羅網)이 있으니
只道近蓬瀛 다만 그 곳이 봉영산과 가까우리라.

[주1] 나망(羅網) : ① 그물. 새 잡는 그물. 함정. 법률이나 法網(법망)을 일컫기도 함. ② 그물을 씌워 새를 잡듯이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움.

[주2] 봉영(蓬瀛) : 신선들이 산다는 삼신산 가운데 봉래산과 영주산.

   
 
2). 고현동의 달밤(夜月) / 정황(丁熿).

초저녁 교교한 달빛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떨림은 내밀한 정신의 심연 속에 빠져든다.

初戴亥山梢 해산의 나뭇가지를 시종 곁눈질하는데
鷄龍窓椅宵 계룡산 통한 창문에 걸린 교목에,
遲遲一更半 지루한 초저녁 상현달이
落落千里遙 천리 멀리서 빼어났구나.
因雨澗生馨 비 내린 계곡은 향기를 품고
得風松動條 바람에 소나무 가지 흔들린다.
淸愁坐不寐 맑은 시름에 앉아 잠 못 드는데
何處敎吹簫 옥인은 어느 곳에서 퉁소를 배우시나?

[주1] 낙락(落落) : 뜻하는 바가 뛰어남. 많은 모양. 속박되지 않는 모양.

[주2] 하처교취소(何處敎吹簫) : 당대 두목(杜牧)이 지은 "이십사교 밝은 달에 옥인은 어느 곳에서 퉁소를 배우시나(二十四橋明月夜, 玉人何處敎吹簫)”라는 구절에서 처음 보인다.

3). 밤에 마시다(夜飮) / 정황(丁熿)

兩君情厚坐深宵 두 분의 정이 두터워 밤 깊도록 앉았는데
月透殘雲片片飄 달이 쇠잔한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추네.
直發狂心無碍阻 바로 미친 마음 생겨나도 거리낌이 없으니
銀河可截作平橋 은하수를 끊어서 가지런한 널다리 만드세.

한시 절구는 보통 전반부 1,2구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고, 후반부 3,4행은 화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상전개 방식이다(先景後情). 정경 묘사를 통해 화자의 간접적인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자신의 감정과 처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정경의 묘사에 기댄, 쓸쓸한 독백의 어조,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 낸 절제된 어조가 돋보인다.

4). 밤에 일어나 닭소리를 듣다(夜起聞鷄) / 정황(丁熿)

鷄聲曉作客懷驚 새벽닭 우는 소리에 놀라 나그네 회포 일어나는데
忽訪庭中月色明 뜰에는 느닷없이 찾아온 달빛 밝네.
聞道昔人曾起舞 옛사람 닭소리에 일어나 춤추었다는 고사 들었으니
如今却作一歌聲 오늘 이처럼 홀연히 한 곡조 짓노라.

[주] 문계기무(聞鷄起舞) : 닭이 홰를 치면 일어나 검술을 익힌다는 말로서 큰 뜻을 품은 사람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불철주야, 근학고련하는 것을 뜻한다. 진(晉)나라 유곤과 조적, 두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나 한결같이 닭 울음소리만 들리면 기상하여 검을 연마하였고 의지를 단련하였다. 훗날 조적은 유명한 장군이 되어 이민족에게 빼앗긴 땅을 수복하였으며 유곤은 대관(大官)이 되어 전란을 평정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5). 바다 섬에 겨울밤 막 눈이 내리니 마음이 감응하여 번뇌가 생긴다(海島冬晩始小雪 感而有作) / 김진규(金鎭圭).

冬晩南初雪 겨울밤 남쪽에 첫눈이 내리니
微微逐海風 미미한 바다바람 뒤따른다.
乘宵如乍冷 밤에 눈 내리면 갑자기 추워지는데
到地訝旋融 땅에 이르러 의아하게 돌다가 녹는다.
暫着高峰白 잠시 내렸는데도 높은 봉우리 백색이라,
俄歸旭日紅 급히 돌아가니 붉은 해가 떠오르네.
誰言粤犬吠 개가 눈을 보고 짖는다고 누가 말했는가?
嗟此與無同 아아, 이와 같지 않구려.

6). 달밤에 책을 보다 홀로 술을 마시며(月夜對卷獨酌) / 김진규(金鎭圭)

空谷新秋夜 텅 빈 골짜기 초 가을밤에
醉吟一編簡 취한 술에 한권의 책을 읊는다.
林近螢流卷 숲 가까우니 반딧불이 책 위로 떠돌고
簷踈月入盞 성긴 처마 사이로 달이 술잔에 빠지네.
獨飮仍獨咏 홀로 술잔 들며 외로이 읊조리누나.
世固少靑眼 세상은 본디 정겨운 눈초리 적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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