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평동 디큐브백화점 뒤 구 항만부지에 신축예정인 지상 49층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

자인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장평동 49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이 제2의 ‘레미콘사태(10여년 전 장평뒷산 레미콘공장 설립을 두고 극렬한 주민저항을 불러왔던 사건)’로 번질 조짐이다. 사업주측이 설계변경을 통해 제시한 교통대책을 두고, 지역주민들이 “전혀 미덥지 읺다”며 “확실한 교통대책이 없는 사업추진은 절대불가하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장평회관에서 열린 2차 사업설명회에는 지역유지 인사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이 넘는 격한 공방이 오갔다. 공방의 핵심쟁점은 복합건물 주변의 교통문제. 사업주측은 시뮬레이션 과정을 시연하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지만, 참석 주민들은 “교통량 측정 자체가 잘못된 엉터리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북쪽방향 삼거리 병목구간 1차로 추가확보 없이는 근본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달 17일 경남도건축심의위가 장평동 49층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주민들이 변경된 설계내용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요구함에 따라 열렸다. 설명회에는 지인산업개발 박시우 상무(교통영향평가)와 김점식 건축사(건축부문)사가 브리핑에 나섰고, 김광수 본부장이 사업전반에 대한 보충설명 형식으로 진행됐다. 경남도 및 거제시 담당공무원도 배석해 주민의견 등을 들었다.

▲ 6일 장평회관에서 열린 49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관련 사업설명회 현장. 이길종 도의원과 천종환 장평동번영회장 등이 자리해 있다.

다음은 이날 설명회에서 오간 양측의 공방을 사안별로 정리했다.

#쟁점1 북쪽삼거리 신호구간 병목현상
사업주측이 제시한 도로망 흐름은 복합건물이 들어설 정면(동쪽바닷가) 4차선을 6차선으로 넓힌다는 게 골자. 1차선인 장평방향 진입구간은 인도를 도로로 편입해 2차선으로 넓히고, 없어진 인도는 바다 쪽에 데크를 달아 해경파출소까지(약650m) 연결하는 인도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3차선으로 된 고현방면 차로는 복합건물 부지를 할애해 차로 하나를 더 확보, 4차선으로 넓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복합건물 부지에 포함되지 않은 구 항만부지 앞 도로. 2차로밖에 되지 않는 이곳을 그대로 둔 채 복합건물 앞 도로만 4차로를 확보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더욱이 삼성조선 출퇴근 시간이면 이곳의 차량정체가 삼성호텔 입구까지 밀리기 일쑤고, 백화점에서 나오는 후회전 차량까지 가세하면 제척구간 앞 삼거리는 전형적인 병목구간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요지다.

주민들은 복합건물 제척구간 소유주와 협의해 이곳 차로를 최소 3차로까지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의 차로를 하나 더 확보하지 않을 경우 결코 사업진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경고도 설명회 내내 보냈다.

이에대해 사업주측은 구 항만부지 소유자와 수차례 접촉했으나, 도로편입구간 매도를 거부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구 항만부지 뒤쪽(서쪽방향) 복합건물 사업주 소유 토지와 맞교환하자는 제의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앞쪽과 뒤쪽의 토지가치가 다른데 똑같은 크기로 맞교환하자고 제의하면 누가 응하겠느냐”며 “뒤쪽에 있는 사업주 땅을 더 주더라도 지주를 설득해 반드시 차로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49층 건물 배치도. 건물 정문앞 도로 중 건물앞에는 총6차선이지만, 오른쪽 끝지점 구 항만부지 앞 제척구간은 편도 2차선으로 설계돼 있다.

#쟁점2 도 건축심의위 이길종 도의원 배제
경남도건축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22일과 올 1월17일 두차례에 걸쳐 장평동 복합건물과 관련된 심의위를 열었다. 그러나 경남도는 건축심의위원인 지역구 출신 이길종 도의원을 두차례 다 배제한 채 심의위를 열었고, 결국 1월17일 49층 건물 신축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를두고 주민들은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아는 심의위원인 이길종 도의원을 뭐가 뒤숭숭한 일이 있었기에 의도적으로 배제했느냐. 설령 심의위원이 아니더라도 따로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냐”고 격하게 따졌다. 현장사정을 잘 모르는 도 건축심의위원들이 현장 확인없이 서류만 보고 심의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대해 경남도관계자는 “건축심의위원이 전체 50명 가량되는데, 일정에 쫓겨 전부 다 연락하지 못하고 대학교수들 위주로 성원을 맞추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빠졌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이길종 도의원은 “도건축심의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등재됐지만, 사전 연락을 하지 않아 한 번도 첨석해 본 적이 없다. 지난달 17일 조건부 승인과정에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교통문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당시 심의위에 출석했더라면 반드시 짚었을 문제였다”고 불쾌해 했다.

실제로 도건축심의위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할 당시 내건 4가지 조건은 ▲지상3층 어린이 놀이터와 보육시설 놀이터가 시각적으로 차폐되지 않도록 계획할 것 ▲지하주차장 휀룸을 각층마다 1개씩 추가 설치할 것 ▲지하1층 주차장을 상가전용으로 계획하고, 상가진입과 주거진입을 분리할 것 ▲색체 및 조명계획을 골조공사 50% 전까지 거제시의 심의를 득할 것이 전부다. 현재 쟁점이 되고있는 차량 병목현상이나 일조 및 조망권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 경남도 건축심의위원회 심의내용. 위쪽이 지난해 11월22일 열린 1차심의 내용이고, 아랫쪽이 지난달 17일 열린 2차심의 조건부 승인당시 심의 내용.

#쟁점3 복합건물 진출입 불편
복합건물 진입이 불편한 것도 차량체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됐다. 현재의 설계대로 건물 내에 진입할 경우, 바닷가 쪽 고현방면으로 나오면서 진입하는 방식이 유일하다. 고현쪽에서 이 건물 내로 들어갈 경우 디큐브백화점을 돌아 다시 고현쪽으로 나오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출퇴근시간이나 주말 백화점 고객이 몰릴 때는 건물진입에만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면서 주변 교통체증을 더 부추기게 된다는 것.

주민들은 특히 건물입주자나 상가 이용객들이 백화점을 돌아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 고현방면에서 삼성호텔 방향으로 진입하다 병목구간인 삼거리 신호대 주변에서 불법유턴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잦은 사고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은 “복합건물에서 제척된 구 항만부지 전부를 사업주가 사 들인 뒤 이곳을 활용해 입주자들의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설계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쟁점4 바닷가 데크 인도 설치
사업주측은 복합건물 앞 차로 확보를 위해 삼성호텔 방향 인도를 차로로 전환하고, 대신 바닷가 쪽에 데크를 달아 인도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사업주가 구상하는 데크 인도는 국도14호선에서 해양파출소까지 약360m다.

이에대해 이길종 도의원 등은 “데크 인도는 고현항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철거해야 하는데, 그때는 인도를 어디다 둘 것이냐”며 “차라리 사업주가 매립허가를 얻어 인도를 만드는게 순리아니냐”고 따졌다. 일부 주민들은 “이왕 만들 데크 인도라면 해양파출소까지가 아닌 삼성호텔 입구까지 전부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5 교통량 조사 시간 부적절
사업주측은 이날 신축건물 주변 교통량 조사를 통한 교통흐름 시뮬레이션 시연 과정에서 교통량 조사시간을 일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의 측정치를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많은 참석주민들은 평일 삼성조선 출퇴근 시간이나 토요일 오후 백화점에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의도적으로 피해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뜸한 시기를 택해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했다는 반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특히 삼성조선 출퇴근 시간과 일요일 저녁시간 교통량은 천양지차라며 교통량이 많은 이 시간대 교통량을 다시 조사한 뒤 차량흐름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라고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 

#쟁점6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이날 사업설명회에서 사업주측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던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문제도 향후 큰 논란을 예고했다. 한 주민의 질의에 사업주측은 “일조권은 북쪽 방향이 바다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망권 피해에 대해서는 “향후 현장확인을 통해 검토할 작정”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들은 “7층규모 디큐브 백화점만으로도 갑갑해 미치겠는데, 무려 49층이나 되는 대형건물이 집 앞에 들어선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 진다”며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을 사업주가 먼저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주)자인산업개발이 장평동 입구 구 항만부지에 신축하는 이 주상복합건물은 1차례의 설계변경을 거쳐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로 25평형 아파트 360세대와 판매시설을 비롯한 업무시설과 제1·2종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정상 추진될 경우 건물 높이만 157.25m에 달해 거제시내에서 최고 높은 건물이 된다.

▲ 교통영향평가 조사 자료환면.

▲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자인산업개발 김광수 본부장이 구 항만부지 체적구간 차로 추가확보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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