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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미생(尾生)의 데이트강돈묵 /거제대학 교수

   
▲ 강돈묵 교수
요즈음 세간에 회자되는 고사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동조하는 쪽에서 이 고사에 빗대어 원안을 고수하려는 쪽을 비판하자, 이에 반발하는 쪽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세간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魯)나라 사람인 미생(尾生)의 데이트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가들에게 이토록 관심의 대상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하튼 미생의 데이트 사건에 대해서도 그 해석이 구구하니 입씨름이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이 고사의 유래부터 알아보자. 미생은 자신의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는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데 애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나는 장소가 다리 밑이어서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물이 불어난다. 하지만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끝내는 불어난 물에 갇히게 되어 교각을 붙잡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고사이다.

미생의 이런 행동에 대해 내린 중국에서의 해석도 일찍이 두 개의 판이한 대립이 있었다. 당시 사회적 합의의 기준이 되었던 공자(孔子)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신의의 표상으로 여긴 반면에, 송나라의 장자(莊子)는 미생의 죽음을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에 비유하면서 무의미한 원칙에 얽매여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고 비난하였다.
당시 중국에서도 이렇게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을 보면, 우리에게서도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이 고사에 나오는 미생의 죽음에 세종시 원안 고수의 의견을 빗대어 어리석은 행동으로 밀어붙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지만 그의 애인은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은 신의가 없는 사람이라며 세종시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수정하는 것은 이와 같다는 논리를 펴는 쪽도 있다.

이러한 두 주장을 깊이 헤아리다 보면 국민들은 짜증이 난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의 의견이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들의 판단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대함을 헤아려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정치가들은 국가의 앞날을 내다보는 식견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세상을 크게 보고, 멀리 봐야 한다. 눈앞의 일만을 봐서는 안 된다. 일회적인 사고로 일처리를 하면 훗날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저에 나의 이득이 작용해서는 더더욱 아니 될 일이다. 반드시 국민을 우러르는 애민정신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의견을 낼 때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정치가들의 결정은 늘 신중해야 하고, 더 좋은 길로의 변환은 반드시 법질서를 따라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가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나라의 앞날이 어둡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가들은 다른 이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고민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가들은 상대 의견을 헤아려보기 전에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기 일쑤다. 그래서 매사에 지나치게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볼썽사나운 꼴을 하고 있다. 어떠한 일이든 근저에 담긴 뿌리가 뭔가를 헤아려 국민의 처지에서 판단하기를 소망하는데, 대개의 경우 괴변을 늘어놓으며 국민을 현혹하여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에 바쁘다. 상대의 의견에 대한 진정한 토론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대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면 원수로 몰아가는 외골수정치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할 때다. 서로 토론하여 국민적 힘을 한데 모으는 지혜와 슬기를 요구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성숙되었건만, 아직도 한국의 정치가들은 뒤로 가는 정치만을 일삼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은 이들의 책임감 없는 어법이 국민들에게 파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속 어기는 것을 예사로 알고 있다. 더욱이 한심스러운 것은 중앙에서 보여주는 정치 형태가 잘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지방정치에서도 흉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일이 반복되니 지방의회에서도 그 자랑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선량들은 국민의 모범이 될 생각을 버린 지 오랜가 보다.

어떠한 고사이든 자신의 처지를 견강부회하는 쪽으로 활용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반성의 기회로 옳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세종시 수정안을 내는 쪽에서는 미생지신의 의미를 공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원안을 고집하는 쪽에서는 이 고사를 장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서로의 합일점이 도출되지 않을까.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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