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월14일 13시50분>

아양동 출신 윤강원씨
14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정권인수위 앞에서 1인시위
"실향의 원인제공자인 대우조선이 건립비용 일제 부담해야"

▲ 1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던 윤강원씨와 격려차 현장을 방문한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 서울에 거주하는 정 부위원장의 부친이 거제 아양동 출신 실향민이다.

“실향민의 애환이 묻어나지 않는 망향비, 악취가 진동하는 외진 구석자리, 우회도로 공사로 진입로가 또 잘려나가는 부지…. 이제는 고향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제대로 된 망향비가 세워져야 합니다. 망향비 건립에 따른 비용일체도 원인제공자인 대우조선해양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아주 아양지구 실향민 출신 윤강원(전 윤영 국회의원 비서관)씨가 망향비 건립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14일 오전 11시 서울 인수위사무실 앞에서 벌였다. 지난 11년 6월 정부종합청사 앞과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 이은 세 번째 시위다.

서울 삼청동 정권인수위 사무실앞에서 오전 11시부터 1인시위에 들어간 윤씨는 약1시간여 동안 시위를 벌인뒤 망향비건립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측에 전달하고 시위를 종료했다. 이날 윤씨의 1인시위에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정용건씨도 함께해 힘을 보탰다. 정 부위원장의 부친이 아양마을 출신이다.

윤씨는 1인시위에 앞선 배경설명을 통해 “현재 장승포하수처리장 옆에 세워진 망향비는 음지에다 악취도 심하고, 고향조망도 되지 않는 등 실향민의 애환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엉터리 부지”라며 “이 망향비를 철거하고 고향마을이 조망되는 양지바른 곳으로 이전해 새 망향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또 “망향비는 실향의 원인제공자인 대우조선이 전적으로 부담해 건립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모 도의원이 생뚱맞게 포괄사업비 5000만원을 갖고 오고, 여기에 시비 7800만원을 보태 성급하게 조성했다”며 “새 망향비 조성은 시민 혈세가 아닌 대우조선해양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망향공원 부지와 관련, 윤씨는 “현재 대우조선 내 유일한 잡종지로 남아있는 아주동 227번지 일원 아주당이 최적지로 꼽히지만, 더 좋은 자리도 검토할 수 있다”며 “세부사항은 이주민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특히 “새 망향비 건립이 구체화되면 현재 대우조선내에 남아있는 삼층석탑 등 상당수의 마을유물도 함께 모아 실향의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실향의 원인제공자인 대우조선이 망향비 건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주 아양지구 망향비는 이주민 2500여명의 오랜 탄원 끝에 지난 2009년 도의원 포괄사업비 5000만원이 지원되면서 건립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9월 현 위치에 완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망향비 부지는 국도대체우회도로 1구간공사(아주~일운)가 시작되면 진입로 일부가 도로부지에 포함돼 잘려나가게 돼 있다.

다음은 윤강원씨가 인수위에 제출한 탄원서 전문이다.

▲ 1인시위에 나섰던 윤강원씨가 인수위에 전해달라며 망향비 건립 촉구서한을 정문 경비실에 전달하고 있다.

존경하는 대통령직 인수 위원장님 !

우리나라 백년대계를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하시는 위원장님과 위원님들의 노고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다른 격무로 바쁜 시기에 본건 탄원으로 심려를 더하는 것 같은 죄송한 마음에 밤낮 고민을 하다 탄원을 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전 경남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주)의 옛 부지인 아양동에서 1974년 이주한 2500명 실향민의 한사람입니다.

당시 국가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대한조선공사에서 조선소 건립을 위해 350여 세대 2,500여 이주민이 집단으로 이주를 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대한조선공사는 옥포조선소로 다음은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인수가 되었으며,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최고의 조선소중의 하나로 발전을 하였습니다.

지난 39년 동안 이주민들은 당시 대한조선공사가 이주민 대책위원들과 협의했던
1) 능포 바닷가주변 공원 조성
2) 아양동에 망향비 건립
3) 이주민 가족과 자녀 우선취업 보장
4) 이주민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급
5) 기타 항구적인 지원의 약속을 믿고 왔으나,

상기 약속은 대한조선공사에서 옥포조선소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흐지부지하게 되었으며, 1974년 당시 이주민들이 거제시에 기부했던 2,200여평의 현 아주당터(아주동 227번지) 또한 거제시청이 등기를 지연하는 사이 지난 특별조치법때 대우조선해양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합니다. (이주당시 아양/아주 당등산에는 이순신 장군 첫 승전을 기념하는 기념탑과 정자가 있었으며, 현 아주당터는 탑과 정자를 옮기기 위해 필요했던 부지였습니다.)

이런 여러 사정으로 그간 이주민 대책 위원들은 첨부 자료들에 나타나는바와 같이 수차례에 대우조선해양에 망향비등의 조성을 촉구하였으나, 대우조선은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며, 2009년에야 거제시 아양동 139-1번지 일원 617m²에 도비 5,000만원과 시비 7,800만원으로 망향비만 조성이 되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비용부담은 없었습니다. )

현재 망향비가 위치한 부지는 진입이 어려울뿐더러, 곧 도로 확장 공사로 진입도로가 다시없어질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상기 위치는 환경사업소 하수종말처리장 시설과 바로 붙어있는 관계로 말할 수 없게 심한 악취가 납니다. 이주민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한 망향비가 냄새나는 하수종말처리장 옆에 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수종말처리시설 또한 조금의 인구가 늘면 확장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또다시 망향비는 또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합니다.

주민이 이주 하고 난 다음, 기구한 운명을 가진 망향비 또한 이주를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를 길이 없습니다. 그래도 비문에 적혀있는 당신의 이름을 보면서 “ 내 이름이 저기 있네”라고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의 애틋한 한에는 비하지를 못합니다.

존경하는 인수위원장님!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이 있기에는 2,500여명 실향민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당시 실향민들은 현 옥수동에 위치한 이주촌에 정착하기도 하였지만 생계를 위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으며, 사라진 고향은 트라우마처럼 실향민들을 약 반세기 동안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의 발전을 보면 가슴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기에 비하면 현 대우조선해양이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는 싸늘함을 떠나 무섭기조차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기업의 최소한의 도덕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주민을 위해 망향공원 조성은 최소한 대우조선해양 비용으로 건립 되어야 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실향민들을 위해 망향공원을 만들고, 그 공원들을 일반 시민들도 이용하면서 휴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야 지역의 토착기업으로 존경을 받는 일류 기업이 되리라 생각 합니다.

차로 확장으로 현 망향비가 있는 부지는 훼손이 불가피 하며, 환경사업소 증설이 눈에 잡히듯 예상되는 이제는, 제대로 된 망향공원조성이 필요 합니다.

1) 망향비는 신규로 조성될 망향공원에 위치하여야 하며,
2) 망향공원 조성 부지는 대우조선으로 최근 이전등기가 된 옛, 이주민들이 거제시에 기부했던 아주 당터인 아주동 227번지로 되어야 합니다.
3) 또한 대우조선소 안에 있는 경남문화재인 3층 석탑(통일신라)도 신규 조성되는 망향공원으로 이전되어야 합니다.
문화재가 일반인들이 접근도 못하는 회사부지 내에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직 인수 위원장님!
국민 대통합시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는 상생의 시대에 대기업이 자기발전을 위해 시대적으로 희생한 주민을 위해 애환을 달래줄 망향공원하나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어찌 우리나라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선진국가라 하겠습니까. 어찌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이 사회적 책임, 상생 등을 입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현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한 이주민들의 간곡한 탄원을 부디 살펴 주시기를 엎드려 빕니다. 감사합니다.

▲ 아주동 장승포하수종말처리장 옆에 세워진 망향비. 2010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제막식을 가졌다.

▲ 지난 2011년 6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망향비 건립에 따른 대우조선의 각성을 촉구하며 1인시위에 나섰던 윤강원씨.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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