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는 지난 27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둔덕 대형봉분 현장 주변 지표조사를 벌였다. 이번 지표조사는 지난 1월말 권민호 시장의 둔덕면 순방때 마을주민들의 발굴조사 필요성 건의를 권 시장이 수용하면서 거제시가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에 지표조사를 의뢰해 이뤄졌다.

조사를 맡은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27일 현장을 둘러본 뒤 “대형봉분 모양이 고려시대 왕릉급 규모로는 너무 큰데다, 아직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도 없고, 왕릉을 조성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왕릉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형 봉분이 고려의종의 무덤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고려의종이 사망한 장소가 거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며 "겉으로 드러난 모양만으로 본다면 소규모 토성이나 기성 진입부 초소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문제의 봉분형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흔적은 확실해 보인다는 점에서 당시 어떤 용도로 축성했는지는 시굴조사를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표조사 결과를 정리해 별도 보고서를 거제시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의 지표조사 결과가 시에 제출되면 시는 이를 문화재청에 보낼 예정이다. 거제시로부터 지표조사 결과를 건네받은 문화재청이 발굴조사 필요성에 공감하면 둔덕 대형봉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시 관계자는 “둔덕 기성 인근 대형봉분  추정지는 발굴조사 등 더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고려시대 유적이라는 점만 밝혀져도 시로서는 또다른 관광자원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한편, 거제지역 고려시대 무덤 발견은 마장고분, 둔덕기성 맞은 편 방하리마을 남쪽 산기슭에 고분군이 발견 된 적이 있다. 방하리마을 고분군은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 고려 시대에 이르는 토기조각과 회청색 토기조각이 발견 됐지만 도굴로 인해 유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무덤은 봉분의 상태가 양호하고 무덤의 규모와 양식만으로도 학술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주민은 무덤이 위치한 곳은 의종왕의 대비가 살았다해서 이름 붙여진 ‘대비장 안치봉(둔덕면민들은 안태봉이라 부름)’자락으로, 둔덕면 하둔마을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으며 둔덕기성 남쪽 산에 위치해 있다.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이 무덤은 둘레 260~280m, 높이 5~6m, 석축 2~3m가량의 초대형 무덤으로 둘레 전체에 석축으로 보이는 언덕이 형성돼 있고, 봉분에는 수십 년생 수목들이 자생하고 있다.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형태가 남아 있고 봉분위에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묘라고 알려진 또 다른 작은 묘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봉분을 처음 발견한 반 모씨는 “오래 전부터 선조로부터 대형 무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무덤이 의종의 대비를 모셨다고 전해 오는 ‘대비장 안치봉’ 인근에 있다는 점 그리고 20년 전까지만 해도 무덤의 형태는 뚜렷이 남아 있었다는 점을 미뤄 볼 때 틀림없는 고려시대 무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씨의 주장처럼 해당 무덤이 고려시대 무덤으로 판명 나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무덤으로 학술적 가치는 물론, 고려시대 사회의 생활을 재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유물이 발견되는 셈이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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