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동 양정마을 통장선거가 무효표 1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열흘 넘게 마을통장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선거전 이후 마을 민심이 둘로 쪼개져 격렬한 분열상을 보이는 가운데, 마을선거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방침과, 주민간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행정의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행정의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양정동 양정마을 대동회가 열린 건 보름 하루 전인 지난 23일. 대동회를 통해 마을 통장과 새마을지도자, 마을 운영위원, 농협 대의원을 선출하던 관례에 따라, 이날 총 네 차례의 마을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 논란이 된 문제의 한 표. 상단 직인은 투표용지임을 확인하는 선관위원장 직인. 숫자 2는 투표용지 일련번호. 하단 우측 작대기 두개가 기표내용. 기호1번 후보는 왼족 작대기를 희미하게 그어 다시 그은 것으로 결국 작대기 하나라고 주장하는 반면, 기호2번 후보는 명백한 작대기 두개라며 2번표로 주장하고 있다. 기호2번 후보는 이도저도 아니면 차라리 무표로 처리하자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이날 선거에는 모두 74명의 마을 주민이 참여했다. 선관위원장은 투표 전 선거규정 설명을 통해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기호 1번에 작대기 하나, 2번에 작대기 두 개를 긋고, 글을 아는 사람은 실명을 써라”고 일렀다.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이 많은 시골마을 특성을 고려한 배려였다. 또 “선거결과 애매한 사항은 무효표로 처리하고, 선거결과 1표차라도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곧바로 개표가 진행됐다. 개표결과 기호1번 조모씨가 36표, 기호2번 신모씨가 37표를 얻은 상황에서, 문제의 남은 1표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문맹자가 행한 것으로 보이는 문제의 한 표는 투표용지에 작대기 두 개가 그어졌으나, 하나는 희미했고 하나는 선명했다.

이를두고 기호1번 후보 측은 “작대기를 잘못 그어 다시 그은 것으로 1번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기호2번 후보 측은 “투표용지에 작대기를 두 개 그은 건 2번을 선택한 것이다. 하나를 긋고자 했다면 그 위에 덧칠을 하지 다시 긋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니면 무효표로 처리해 달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한 표를 두고 양측 간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조정 정리해야 할 마을선관위조차도 2명은 1번으로, 3명은 2번으로 해석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급기야 선관위원장이 명확한 결론없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 버리자 선거결과는 그 상태에서 봉합되고 말았다. 통장선거 뒤 실시할 예정이던 새마을지도자나 운영위원 선출건은 안건상정도 하지 못했다.

문제의 표가 1번으로 처리되면 후보간 동표가 돼, 연장자 우선원칙에 따라 현 통장의 4선 연임이 가능해 진다. 반면 2번으로 처리되면 새 후보가 2표차로 당선되고, 무효표로 처리돼도 1표차로 이기게 된다.

기호2번 신모씨 측은 양정대동회 결과를 문서로 정리한 뒤 5명의 선관위원 중 3명의 동의서명을 받아 수양동 사무소에 제출했으나, 동사무소에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호1번 조모씨는 “주민등록상 거주자가 아닌 사람이 투표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논란의 한 표 등이 문제가 되는 만큼, 재선거를 통해 상황을 매듭짓자”고 주장하는 반면, 기호2번 신모씨는 “논란이 된 한 표를 무효표로 하더라도 결과는 1표차가 뒤바뀌지 않는다. 주민등록상 미 거주자는 되레 상대후보 진영에서 억지로 투표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재선거가 아닌 선거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관련 수양동사무소 관계자는 “선거결과에 대해 마을 선관위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 주면 쉽게 정리될 텐데, 선관위조차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열흘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조만간 양측 당사자를 불러 조정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정마을 주민 A모씨는 “마을 통장선거로 인해 날이 갈수록 민심이 둘로 쪼개지고 있어 크게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양측이 만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이번 선거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선관위원장의 애매한 태도 때문”이라며 “당일 현장에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매듭을 지어야 했을 문제”라고 힐난했다.

이선미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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