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은 얼굴도 짱이요, 몸매도 짱이요, 총명함도 짱이요, 손재주도 짱이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고루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거제시 일운면 해안가에 자리잡은 ‘지세포항’이라면 이 ‘팔방미인’이라는 훈장을 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것저것 나무랄 때가 없다. 또한 거제시에서는 ‘휴양관광도시’에 대한 관리를 훌륭하게 하는터라 아주 잘빠진 여행지도 한 장이면 가야할 곳과 들려야 할 곳이 저절로 한 눈에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로 손꼽히는 최장의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 통영을 지나 돌아가야 했던 기존의 거제도 길이 직선으로 단축되었다. 이제 거가대교를 지나 장승포IC만 지나면 단숨에 지세포항을 만날 수 있다. 예부터 어업전진기지로 그 명성이 자자했던 지세포항은 ‘아름다운 포구를 세상에 널리 알린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더 매력적이다.

지세포항으로 가는 길목에 ‘거제어촌민속전시관’과 ‘조선해양문화관’이라는 큰 표지판을 마주하는데 낯선 이들은 이를 대형 조선소쯤으로 알겠지만 이곳은 색다른 바다체험을 할 수 있는 통합 해양박물관이다.

거제 어촌민속전시관은 2003년에 만들어 이름을 붙였고 2009년 이곳에서 조선해양문화관도 탄생시켰다. 근사한 관광호텔을 연상하는 건물인 거제 어촌민속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국내에서 제일 크다는 원통형 대형 수족관에서 희귀 열대어 3백여 마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여행객을 반긴다.

특히 조선해양문화관에 들러 선박역사와 조선기술, 해양미래, 어린이조선소, 해양학습실 등을 관람하고 84석 규모의 국내 유일의 4D 시뮬레이터를 통해 해저탐험을 체험하고 나면 그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되돌아오면 거제도 해양스포츠의 메카인 ‘거제요트학교’로 이어진다. 매년 국가대표선발전과 전국요트대회가 열리는 거제요트학교 코스는 놓치면 아깝다.

40톤급의 크루즈요트를 비롯해 60여척의 각종 요트를 갖춘, 최상급 유원지에서 연인과 함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낭만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세포 항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코스는 뭐니뭐니 해도 ‘해녀체험관광’이다.

거제 해녀는 제주 해녀의 원정 물질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1900년대 초 제주바다의 대상지를 찾던 제주해녀들이 거제도에 원정와 한 달 두 달 머물며 해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선보였던 것.

필자는 3월27일 오전 10시30분 지세포 선착장에서 5명의 해녀들과 함께 해녀작업선인 ‘성광호’에 올랐다.
4톤이 조금 넘는 성광호가 이날 작업지인 서이말등대 인근 연안으로 이동하는 동안 5명의 해녀들은 작업선 앞쪽에 마련된 1평 남짓한 조그맣고 나즈막한 칸막이에서 해녀복을 갈아입고 납을 두르고, 수경을 쓰고 오리발을 신는 등 작업준비에 열중이다.

이곳 좁은 공간에는 추위를 녹일 장작화덕과 몸을 씻을 물을 데울 물통, 앉을 수 있는 받침의자 등이 산만하게 다닥다닥 흩어져 있다.

해녀들은 배 위에 마련된 이 좁은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고 추위를 녹인다. 장비를 다 갖춘 해녀들의 작업차림은 신기하고 생소하기까지 하다.

이곳은 해삼, 성게, 전복 등이 주 채취 대상이라 했다. 이동하는 작업선에서 장비를 갖춘 해녀들이 한명씩 뛰어 내렸다. 거침이 없었다. 2㎞가량의 바다를 이동하여 해녀들을 다 비운 작업선은 인근 선착장에 배를 묶고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오후 2시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해녀들의 작업은 멈출줄 모른다. “5~6시간 작업이 다 끝나야 배에 올라 식사를 한다”고 성광호 성춘길 선장(74)이 말한다.

오후 들어 바람이 더욱 세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파도를 즐기듯 유유히 나아가고 사라지고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휴~하는 호흡소리가 파도소리에 뒤섞여 연신 들려준다.

지세포항에는 5척의 해녀작업선이 운영되고 있다. 30여명의 지세포 해녀들은 이 작업선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셈이다. 해녀들이 작업해 잡아온 해산물들은 그 날 바로 저울에 달아 양을 확인하고 작업선 선주와 해녀들이 반반씩 나누게 된다.

거제 사람들은 해녀들이 갓 잡아온 돌멍게로 즉석 돌멍게 술도 만들어 먹는다. 살점을 뜯어내고 오돌오돌한 속껍질까지 파먹고 국물까지 삼킨 뒤 이곳에 소주를 부어 1분 정도 뒤에 마신다. 이름하여 ‘돌멍게 칵테일’. 마시는 재미가 솔솔하다. 다시 포구를 따라 지세포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노라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가도 뜻밖에 썩 괜찮은 곳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세포 선창 마을의 갯벌체험여행이다. 언제 가더라도 만족스러운 곳이지만 특히 8~9월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어느 것을 골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려주는 지세포항은 조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하룻밤을 묵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무작정 달려가도 좋을 듯 하다.

▲ 손영민

여행정보
가는길
거가대교 IC에서 장승포쪽으로 15여분 올라가면 두모고개가 나온다. 그 앞에서 우회전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일운면사무소(055-639-6001)표지판이 보이는데 지세포항은 면사무소로부터 5분 거리에 있다. 상세한 길 안내는 면사무소에 들러서 설명을 듣고 가는 게 좋다.

대중교통은 능.고현포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매시간 30분 간격으로 지세포항으로 운행한다. 세일교통(055-635-5100) 삼화여객(055-632-2192)

숙박
지세포항이 내려다 보이는 옥림리에 ‘상상속의 집’(055-682-5252)이 있다. 지심도 일대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탁월하고 푸른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의 장관도 감상 할 수 있다.

글, 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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