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삼성병원에서 정년 퇴임한 영상의학전문의 임재훈 교수는 40년간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기생충 질환의 국민적 관심과 예방을 당부하는 글을 대한소화기학회지 최근호에 실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담관에 생기는 질환, 즉 담관결석과 담관암이 서양에 비해 약20배 정도 많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는 바로 '간흡충(간디스토마)'이라는 기생충 때문이다. 이 기생충은 담관암의 가장 큰 원인이다. 담관암은 간암보다 진단이 복잡하고 어렵다. 담관이 워낙 길고 좁은데다 여러 장기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웬만한 진단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간흡충은 길이가 1cm 정도에 불과한 기생충으로 사람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기생충 알이 제1중간숙주인 쇠우렁이 등 패류에 들어가 기생하다가 제2중간숙주인 잉어과 민물고기의 근육에 침입하고 나서 이들 물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옮겨간다.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조리한 도마나 칼 등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할 때 감염되며, 감염 후 길게는 30년 이상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교수는 "1981년 전임강사 시절 황달환자의 초음파 영상을 검사하던 중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이상한 게 담관속에 들어 있는 것을 봤다. 수술 결과를 보니 수백마리의 간흡충이 담관에서 쏟아져 나왔다"면서 "레지던트 때 관심을 가졌다가 잊을뻔 했던 기생충 연구를 이때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회고 했다. 당시 임교수가 간흡충에 대해 쓴 논문은 미국영상의학회지와 세계적인 내과학 교과서에 참고 문헌으로 기록됐다.

그나마 간흡충은 비교적 잘 알려진 기생충에 속한다. 간흡충처럼 간(肝)속을 기어 다니다 담관암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더 있는데 이게 바로 '간질충'과 '개회충'이다. 이중에서도 간질충의 실상은 국민들의 일상적인 식생활과 밀접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목이다.

간질충은 소에서 발생되는 기생충으로 주로 소의 간을 날로 막을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임 교수의 연구결과 간질충의 중간숙주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날것으로 자주 먹는 채소인 '미나리'로 확인됐다. 미나리에 붙어 있는 간질충이 입으로 들어온 뒤 소장벽을 뚫고 배속을 돌아 다니다 간을 찾아가고, 간에서도 몇달간 이리저리 기어 다니다가 결국 담관에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이 기생충은 간을 찾아가기 전 뱃속을 헤매다 복막에 흔적을 남기거나, 아무데나 자리잡고 알을 낳고 산다. 임 교수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나리 재배지가 많은 대구 팔공산과 청도, 부산 구포지역을 두 번이나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 채소와 육류, 생선을 막론하고 음식물을 충분히 익혀 먹을 것을 당부했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무조건 싱싱한 채소 등을 날로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경고인 셈이다.

임 교수는 "간질충 알이 미나리에 붙어 있다 사람이 먹으면 위의 소화액에 알껍데기가 녹고 기생충 애벌레가 소장벽을 뚫고 간으로 이동한다"면서 "음식물을 거쳐 몸에 들어오는 기생충은 애벌레나 알이 산채로 몸에 침입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거나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혔다.
 

서영천 기자  syc68711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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