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맹종죽 대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거제의 맹종죽은 전국토 맹종죽 밭의 85%를 차지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거제의 죽제품은 명물로 통했다. ‘자식에게도 안 물려준다’는 죽부인도 대나무의 고장 담양, 거제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대숲이 많아 거제 사람들은 이를 음식재료로 쓰기도 했다. 죽순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5월 경이면 거제 일대의 대밭에는 죽순 캐는 아낙네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대나무는 지상의 꼿꼿한 자태와는 달리 땅속에서는 뿌리들이 가닥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 설켜 있다. 그 뿌리에서 봄이면 새 생명의 잉태작업처럼 죽순을 틔워낸다.

하도 잘 자라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도 생겼다. 대숲에 후두둑 비라도 흩뿌리고 난 뒤면 하루에도 40~50cm씩 자란다. 죽순이 그처럼 땅속줄기에서 뻗어 나와 장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거제사람들은 지하에 계신 조상님들의 음덕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제에선 그 죽순 중에서 대나무로 웃자라지 못할 2물, 3물짜리 죽순을 캐다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죽순이라고 다 먹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자생하는 대나무는 70여종이나 된다. 그중 식용이 가능한 것은 맹종죽, 분죽, 왕죽의 죽순이다. 그중에서도 4월 말경부터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맹종죽이다. 죽순을 따로 바로 음식으로 먹든지 염장으로 가공해야한다. 제철에 거제에 내려간다면 ‘죽순회’라도 한번 맛보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담박한 맛이 난다.

죽순에는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 단백질, 비타민B, C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옛 자료에 따르면 죽순은 정신을 맑게 하는 청열 작용, 스트레스해소, 이뇨작용, 불면증 해소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염장은 최근에 개발된 저장법이다. 옛 사람들은 죽순을 제철에 먹거나 말려서 먹었다. 그러나 염장이 생기면서 사철 죽순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염장은 죽순을 굵은 소금에 채워두면 된다. 그리고 먹고 싶을 때 꺼내 맑은 물에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 다시 2~3시간 맑은 물에 담가두면 염기가 쏙 빠진다.

염장법을 전수받은 거제맹종죽영농조합법인 여창모 대표(47)는 “바로 새순처럼 아삭거리는 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 마을에선 4월 말부터 죽순을 따기 시작, 집집마다 저장독에 죽순을 염장한다. 토종 죽순이라고 해 서울 일대 특급 호텔 주방에서까지 죽순을 구하러 오기 때문에 농업소득 외에 짭짤한 부업 소득을 안겨준다. 물론 예전에 중국 죽제품이 몰려오기 전 죽세공품으로 돈벌이를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어림없지만 말이다. 죽순을 이용한 요리로는 죽순회 외에도 죽순냉채, 죽순구이, 죽순갈치조림, 죽순쇠고기 전골, 죽순장아지 등이 있다. 죽순회는 담백하게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홍어회처럼 갑오징어를 썰어 넣고 갖은 야채에 초고추장에 버무려 매콤하게 먹기도 한다. 죽순구이는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지져 먹는데 소금 참기름 장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도 일품이다. 갈치조림에 넣으면 갈치의 비린맛도 가시며 죽순의 그윽한 향취가 뒷맛으로 남아 개운하다.

▲ 거제맹족죽테마파크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거제맹종죽테마파크는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이 공원은 3000여 평에 이르는 곳에 대나무가 3만 그루 심겨진 대규모 테마공원으로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를 볼 수 있다. 특히 이달 중순까지 채취되는 맹종죽의 새순을 가까이서 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또 참새와 뱁새들이 떼로 지나다니는 대숲은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험 레포츠시설을 비롯해 죽림욕장, 서바이벌 게임장, 죽순요리 체험장, 죽 공예품 전시관, 소원담장 등 맹종죽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한편 거제 맹종죽순 테마공원 여행에서 향토음식이 가득한 죽순요리와의 만남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연초삼거리에서 거제 맹종죽순 테마공원을 찾아가는 길목인 하청면사무소 인근의 하청 수산식당(055-636-7578)은 거제도 전통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 TV에 소개 되었던 우럭 조개도 숙회로 맛볼 수 있다. 잠수사와 해녀가 직접 채취해 판매하는 이 식당은 ‘조죽삼’이라는 이름의 삼합요리가 유명하다. 갯내음이 물씬 나는 키조개(조)와 향긋한 맹종 죽순(죽) 에 통통한 돼지삼겹살(삼)이 한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삼합요리를 비롯, 키조개 회, 조개숯불구이, 왕 우럭 숙회 등의 메뉴가 한상 가득 차려 나오는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상차림 1인분에 3만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차려진 음식을 보면 돈이 아깝지 않다.

여행정보

*가는 길
거가대교 관포 IC에서 빠져 장목 삼거리에서 우회전, 지방도를 타야한다. 칠천 연육교 앞을 지나 대일수산 쪽으로 가다 도로변에서 들어간다.
*맹종 죽순 판매장
거제맹종죽영농조합법인은 대나무 잎으로 만든 댓잎차와 해풍을 맞고 자란 죽순을 삶아서 진공 포장하여 판매 하고 있다. 그리고 장인이 만든 대나무 공예품도 현지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다.(문의: 거제맹종죽영농조랍법인(055-637-0067), 거제대나무공예 055-635-1971, 010-2683-1970)

▲ 손영민

*거제맹종죽테마공원 이용요금
문의: 055-637-0067
어른: 개인 2000원, 단체 1500원, 할인 1000원
청소년: 개인 1500원, 단체 1000원, 할인 500원
어린이: 개인 1000원, 단체 500원, 할인 500원
*숙박
하청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석포펜션(010-8516-3571)은 객실에서도 가조도와 취도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바다전망이 좋다. 넓은 주차장 한쪽에는 족구장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글 :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사진 : 우덕근/ 한국 프로 인상사진 추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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