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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감회(飛螢有懷)[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어린 시절 한여름 밤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과 함께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반딧불에 대한 향수를, 누구나 간직하고 있으리라. 일명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애벌레 시기엔 주로 수중생활을 하며, 6월경에는 성충이 되어 빛을 내며 밤에 활동한다. "반딧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진(晉)나라 때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 모두 젊었을 때 집이 몹시 가난하여 기름을 마련할 수가 없었으므로, 차윤은 여름밤에 반딧불(螢)을 모아서 그 불빛으로 글을 읽었고, 손강은 겨울밤에 눈(雪) 빛으로 책을 비추어서 열심히 글을 읽어, 성공했다는 고사성어인 '형설지공(螢雪之功)', 공부하는 서재를 ‘형창설안(螢窓雪案)’이라 한다. 또한 옛사람들은 “음력 유월에는 썩은 풀이 변하여 반딧불이 된다"[季夏之月 腐草爲螢]고 믿고 살았다. 옛 선인들의 여러 사료를 살펴보니 옛 거제는 반딧불이가 여름과 초가을 온 밤하늘을 뒤덮었던 것 같다. 사는 게 어려울수록, 마음 하나 올곧게 지키며 반딧불 같은 뜻을 세워야한다. 뜻은 어둠을 밝히는 길이다.

1). 반딧불이 날아(飛螢) /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一爲流落客 한번 귀양살이 신세가 된 뒤로
幾度見飛螢 몇 차례나 반딧불을 보았던고
變化因殘草 썩은 풀이 변화해 생겨났건만
光輝抗列星 그 광휘 별들과도 견줄 만하여라
何曾耐霜雪 서리와 눈을 견딘 적이 있으랴
自是喜幽冥 본래 그윽한 곳을 좋아하느니
得意休矜耀 득의했다고 빛 자랑하지 말라
陽烏有炳靈 양오가 신령스런 빛을 뿜는단다.

[주] 양오(陽烏) : 태양 속에 산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태양을 의미한다.

2). 신추(新秋) 2수(二首) 中 /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薄晩新秋色 저녁 어스름 초가을 빛 새롭고
殊方久客情 머나먼 타향의 오랜 나그네 마음,
蟬聲高樹靜 매미 소리에도 높은 나무 고요하니
螢火遠林明 반딧불이 먼 숲에서 반짝이네.

거제 유배객 이행, 홍언충, 김진규는 거제의 반딧불이는 귀양사는 자신을, 매미는 임금으로 투영한다. 시끄러운 매미소리에도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침묵을 지키니 이에 반딧불이는 숨거나 먼 거제섬에서 홀로 빛날 뿐이다.

3). 야좌유회(夜坐有懷) 밤에 생각에 잠겨 택지에게 보이다(示擇之) / 홍언충(洪彦忠) 1506년 장평동.

獨坐茅簷下 띠로 인 처마 아래 홀로 앉아
蒼茫夜氣存 창망한 밤기운을 맞을 때
蟲聲連遠巷 벌레우는 소리가 멀리 문밖 마을까지 이어지고
月影半荒園 달그림자는 황폐한 정원에 드리운다.
滴露光梔葉 이슬방울 떨어지니 치자나무 잎이 빛나고
孤螢翳菜根 외로운 반딧불 채소뿌리에 숨네.
三韓方丈外 삼한은 방장산 바깥에 있다는데
亦有客愁村 나그네 수심은 마을에 있구나.

4). 장맛비 오는 밤에 홀로 앉아(霖雨夜坐) / 김진규(金鎭圭) 1691년 거제면 동상리.

絶海疑無地 절해고도엔 별일 없을까 의심했는데
霪霖若倒江 장맛비에 강물이 거꾸로 불어 넘친다.
門前誰裹飯 문전에 누가 밥을 싸 주리오?
谷裏不聞跫 골짜기엔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네.
鼠齧喧空盎 쥐는 동이 구멍 갉는다 시끄럽고
螢流透破窓 반딧불은 떠돌다 깨진 창으로 달아난다.
悄然中夜坐 초연하게 한밤중에 앉아
愁恨劇塡腔 근심과 한(恨)만이 심히 빈속에 채울 뿐.

지금은 보기도 힘든 반딧불이는 밤하늘 속에서 춤추다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제는 어둠속을 자그마나마 더 이상 밝혀 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찾아 왔기 때문이다. 거제로 유배 온 분들을 대변해 불렀던, "남쪽 바다에 형파(螢波) 일고 대밭에 반딧불 나니 몸은 세월과 함께 저물어가고 시름은 세상일 따라 많아졌구나." 이 노래는 문득 80년대 말, 신형원의 '개똥벌레'노래와 겹쳐 떠오른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갯가 출신이라면 잘 아는, '형파(螢波)' "시글이(시그리)"는 어두운 날 바닷물을 휘저으면 반짝이는 바다 속의 또 다른 반딧불이다.

5). 반딧불(螢火) / 김육(金堉,1580년~1658년). 두보(杜甫)의 시편들 中에 한 구절씩 인용해 쓴 글이다. 남극(南極) 성도부(成都府) 권야(倦夜) 형화(螢火).

古城疎落木 옛 성에는 잎 진 나무 듬성도 한데
鳥雀夜各歸 새들은 밤이 되어 깃들러 가네.
暗飛螢自照 어둠 속에 나는 반디가 반짝이다가
時能點客衣 나그네의 옷에 가끔 달라붙누나.

6). 반딧불(螢火) / 장유(張維,1587년~1638년)

峽中五月見螢火 오월 달 산골에서 보는 반딧불
忽驚秋意倍思歸 벌써 가을 기분에 고향 생각 더욱 나네.
疎簷曲檻時時度 처마며 난간머리 시시때때로 옮기다가
露樹煙林點點飛 운무(雲霧) 잠긴 숲 사이로 깜박이며 나부낀다.

여름밤을 찬란하게 수놓는 반딧불이는 지상 위에 펼쳐진 별처럼 아름답다. 물 위에 피어오른 이들의 불빛은, 보는 이의 심상(心像)을 다양한 곳으로 안내한다. 밤의 고요함이 내려앉은 물가의 등불에는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상상의 꿈 저편으로 인도해 주는 황홀한 등불이자 무지개였다. 어쩌다 잡은 반딧불이는 손에 역한 냄새를 풍겨, 두 번 다시 손으로 잡는 이가 없었다. 반디는 암수끼리 또는 우리에게 빛(光)으로 말(言)을 하는 별똥별의 화신(化身)으로써, 한여름 고향의 어둑한 밤, 마을 어귀 추깡에서 살가운 갯바람 타고 흩날리던 장면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아른거린다.

7). 야좌견형화유감(夜坐見螢火有感) 차운 / 김상헌(金尙憲,1570년~1652년)

久客他鄕感歲時 오래 타향 떠돌자니 계절에 맘 느꺼운데
又逢秋夜見螢飛 다시 가을밤이 되어 반딧불 나는 것 보이네.
書廚畫障分明近 책장이나 병풍에 가까우니 빛 분명하고
露草風林滅沒稀 풀밭이나 숲 속에선 희미해 빛 사라지네.

고려중기의 문신 이규보(李奎報)는 개똥벌레를 이렇게 노래했다. "온갖 벌레 잠들고 밤은 괴괴한데 괴이할 사, 너만이 등불 들고 노니누나. 더러는 미인의 부채에 얻어맞기도 하고 또는 시객의 주머니에 잡혀들기도 하며, 낮게 날 적엔 옷깃에 붙을 듯하다가 높이 날 적엔 지붕도 훌쩍 넘어가네. 그러나 저 하늘 끝까지는 날지 말라! 관상감(觀象監)이 잘못 유성(流星)으로 보고할라! 너의 불은 물건을 태우지 못하고 그저 인광(燐光)만 반짝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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