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설명회에서 수월초교 강당을 꽉 메운 토지소유자들.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기본 틀이 8일 설명회에서 일부 확인됐다. 사업범위는 수양동 들녘 26만6290㎡(약8만552평), 사업기간은 13년부터 20년까지(실시계획인가부터 환지처분일 까지)며. 사업방식은 도시개발법에 의한 환지방식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사업비용은 공사비와 보상비 등을 합쳐 총554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고, 사업완료 시점의 감보율은 54% 정도를 예상했다.

베일 속에 가려졌던 추진위원 면면도 공개됐다. 당초 6명이던 추진위원이 지난 5월23일 재발족 절차를 거치면서 11명(주광호,옥치석,김상목,유두진,옥인석,김수도,김성열,윤철원,송세경,신정오,김재식)으로 조정됐다. 당초 추진위원 6명 중 김재도·엄정호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졌고, 지역유지 및 사업관련 실무자 일부가 추가됐다.

민간개발업자의 주도하에 환지방식으로 추진되는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앞으로 크게 총3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1단계는 구역지정제안 단계로, 추진위제안→거제시장→경남도지사 순서로 승인절차를 진행한 뒤 도지사가 최종 가부를 결정한다. 도지사의 승인이 나면 그때서야 조합설립 인가 및 등기 절차를 거치고 이 조합이 사업시행자가 된다.

▲ 추진위원회 측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토지소유자들.

그 다음(2단계)이 실시계획단계로 시행자(조합)가 실시계획수립 인가신청과 함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거제시장의 인가를 받게 되면 3단계인 사업시행단계로 넘어간다. 환지계획은 3단계인 이때 작성된다.

추진위 구성과 함께 시행대행사를 선정하고, 한차례의 사업설명회까지 연 지금은 1단계 초기절차가 진행 중이다. 설명회 자료 등으로 미뤄 시행대행사에서 기초조사(현황파악) 및 개발계획은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토지소유자들의 동의서 징구. 사업승패의 최대 분수령이자 고비다.

환지방식으로 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은 사업구역 내 토지면적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와 토지소유자 총수 1/2 이상의 동의가 선결 조건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구역지정 제안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사업추진위를 만들고 사업설명회를 여는 것도 모두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8일 설명회에서 추진위측은 주민동의서 징구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매매계약 체결 및 사업동의서 징구가 절반정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업구역내 농지가 전체 350여 필지에 소유자는 220여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추진위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기껏 100명 안팎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는데 그쳤다는 셈이다. 이정도 실적으로는 구역지정 제안 요건에 못 미친다.

소유자 동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체면적에 대한 동의여부는 밝히지도 않았다. 소유자 동의가 절반에 근접했지만, 면적대비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반증이다. 특히 추진위구성 과정이 토지소유자들의 자발적 참여보다 외부 개발업자의 주도하에 이뤄졌고, 토지소유자들의 반응 또한 전반적으로 싸늘하다는 점에서, 제안요건에 맞는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추진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끝내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를 제안요건에 맞게 받지 못할 경우 사업은 장기 표류할 수 밖에 없다. 장기표류 과정에서 동의를 철회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 사실상 사업은 무산됐다고 봐야한다. 이같은 상황이 올 경우 시행대행사로 참여한 필드건설은 이때까지 투입된 비용(기초조사 및 개발계획 수립 등)을 날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시점에서 보면 시행대행사는 비용소멸을 감수한 일대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 P/T자료 미공개를 질타하고 있는 참석자.

▲ 사업내용을 따져묻는 참석자.

사업배경과 목적은 무엇이고, 절차상 하자는 없나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민간사업자는 왜 투입비용의 소멸까지 감수하며 이 일대 농지를 주거지로 바꾸는 작업을 감행하는지, 그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일이다. 사업의 배경과 목적은 어디에 있고, 그 과정에 절차적 하자는 없는지, 또 사업후의 결과는 토지소유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 사업배경부터 보자. 8일 설명회에서 설계 용역사 관계자가 제시한 자료에는 ▲상위 관련계획 및 도시 공간구조 부합 ▲중앙생활권 내 인구집중 현상 완화 및 인구 분산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개발압력 증가에 능동적 대처 ▲인구유입에 따른 친환경적 주택공급의 필요를 사업추진의 배경으로 꼽았다.

사업목적과 관련해서는 ▲개발압력에 따른 난개발 방지 및 체계적인 도시기반시설 확충 ▲상위계획에 부합되는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배후 주거단지 조성 ▲주변과 연계한 경제 활성화로 지역중심지 역할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한 토지가격 상승대비 토지소유자의 개발이익 재분배를 각각 들었다. 쉽게 말해 개발압력 증가에 따른 주거공간 확충이 사업의 주요배경이자 목적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거제지역 내에서 입주를 기다리는 아파트만 전체 약 1만2000세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자락 곳곳을 파헤친 전원주택도 미분양이 비일비재하다. 빌라형 원룸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었고, 시내가 아닌 외곽원룸은 이미 공동화가 진행 중이다. 거가대교 개통에도 불구하고 인구유입은 수년째 정체상태다. 조선경기도 예전만 못하다. 결국 설계사에서 말한 개발압력은 애초부터 없던 건설업자의 개발유혹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 토지소유자 동의서 징구가 순조롭게 이뤄져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더라도, 사업후의 토지수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개발압력이 낮은 상태에서 농지를 아파트와 빌라, 주택지로 개발하더라도 이에 걸맞는 수요가 뒷받침이 안 되면, 결국 토지소유자는 농지에 비해 10배나 비싼 보유세 부담만 늘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까운 농지만 버리는 꼴이 된다. 도시개발사업의 정확한 수요예측은 그래서 중요하다.

▲ 자격없는 추진위원 구성을 강하게 질타하는 토지소유자 이 모씨.

민간 개발업자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이다 보니 절차상의 오류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사업설명회에서 추진위측은 “사업구역 내 유지급 농민이 사업을 착안했고, 이를 구체화시킬 인물로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수립 당시 최고책임자였던 주광호씨를 영입했다”고 문서로 설명했다.

그러나 수월양정일대 지구단위계획수립(자이, 두산위브 등)은 양정식 시장 재임시절 거제시 도시과에서 설계용역을 발주해 수립한 계획으로 특정 민간업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의 왜곡이다. 사업 착안도 실상은 농민이 아닌 개발업자들의 몫이었고, 전직이장 등 마을 유지급 인사들을 나중에 참여시켰다는 게 상당수 토지소유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동의서 징구과정에서의 오류도 지적된다. 도시개발법상 환지방식의 구역지정 제안자는 조합이 돼야 하지만, 조합이 아직 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가칭)추진위원회가 제안자가 된다. 그러나 현재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위가 받고 있는 동의서에는 제안자가 시행대행사인 ㈜필드건설 외 1개사로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거제시관계자는 “구역지정 제안자로 특정업체를 명시한 것은 절차상 오류”라고 말했다.

절차상의 오류까지는 아니지만, 가장 많은 논란을 빗고 있는 부분이 사업구역 내 토지가 없는 사람이 추진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현행 도시개발법상 (가칭)추진위원회의 구성과 요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인품과 덕망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명분으로 (가칭)추진위원회에 참여한다. 그러나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은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들이 전문가 집단의 정확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추진위를 꾸리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현재의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는 민간개발업자의 주도하에 전직 마을이장 등 지역유지급 인사가 가세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12년 9월 첫 추진위(6명) 발족 당시 사업구역 내 농지보유자는 단 2명이었고, 지난 5월23일 재발족한 추진위원(11명) 중에서도 단 7명만이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설명회에서 토지소유자 이 모씨가 “남의 땅을 갖고 장난치는 건 도둑놈들이나 할 짓”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수월양정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거제시관계자는 "사업 추진내용은 대충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타당성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지역은 국가지원지방도 58호선 노선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지도 58호선 설계용역이 예정된 향후 2년 이내에는 구역지정 제안이 접수되더라도 검토를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 환지방식 도시개발사업에서 구역지정제안자는 (가칭)사업추진위원회(실제는 조합. 그러나 조합설립 전 과정이므로)가 돼야 하나, 현재의 동의서 내용에는 특정업체가 명기돼 있다. 이와관련 시 관계자는 "제안자에 특정업체를 명기한 것은 절차상 오류"라고 말했다.

▲ 8일 설명회에서 토지소유자들을 상대로 사업내용을 설명하는주광호 추진위원장. 좌측은 설명회에서 P/T 자료를 설명한 김해소재 한성설계사무소 관계자.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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