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시민단체연대협의회 관계자들

거제시의 현대산업개발 입찰제한 처분조치 감면과 관련,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가 법적 문제제기는 물론 시민과 함께하는 강도 높은 물리적 저항을 예고했다. 항의성 1인 시위와 촛불집회에 이어 19일부터 ‘사회정의’ 실종에 따른 대규모 추모행사를 통해 거제시의 감면처분 원상회복을 촉구할 작정이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17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감면조치는 거제시의 정의와 양심이 돈과 권력에 의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민단체연대는 돈과 권력에 의해 죽은 거제시 정의와 양심을 바로세우기 위해 강도 높은 물리적 저항을 전개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거제시의 감면조치 원상회복을 반드시 이끌어 낼 작정”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시민단체연대는 “정의와 양심을 바로세우기 위해 제안한 장례위원회 구성에 많은 시민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져줬다”며 “그 결과 시의회가 행정사무조사특위를 구성해 거제시의 잘잘못을 따지기로 했고, 권민호 시장도 시의회를 방문해 깊이 있는 사전논의를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시의회 특위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약속받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자평했다.

시민단체연대는 그러나 “권민호 시장이 시의회를 방문해 사과(거제시는 기자회견 직후 잘못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고, 이를 단순사과로 표현한 것은 사실왜곡이라며 시민단체연대측에 정정을 요청함)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무너진 사회정의와 국가 공익은 물론 거제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결코 되살릴 수 없다”면서 “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 구성과 활동이 미봉책에 불과한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거제시민과 거제시의 무너진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연대는 또 “시의회의 특위활동이 이번 사태의 진실규명과 행정 정의회복에 얼마만큼 성과를 낼지 시민과 더불어 지켜볼 것”이라며 “이같은 감시 시선과 별도로 두번 다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17일부터 고현과 옥포지역에서 1위 시위와 촛불집회를 열고, 19일부터 이미 죽은 거제시의 정의를 애도하는 추모제도 열 예정”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거제경실련 강학도 공동대표를 비롯, 지찬혁 통영거제환경련 사무국장, 노재하 거제경실련 사무국장 등 총9명의 시민단체관계자가 참석했다.

■ 뉴스분석 -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감면 파장
숨고르기 들어간 시민단체연대, 관련자 검찰고발로 이어지나

시민단체연대의 17일 기자회견과 1위시위 및 촛불집회 전개 방침 등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의회특위 활동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숨고르기 성격이 강하다. 시민단체 스스로 정의와 양심의 사망선고에 따른 ‘애도기간’ 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일단 숨고르기를 통해 후속투쟁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감면조치 이후 벌어진 최근의 논란을 ‘사태’라고 표현하는 데서도 시민단체들이 이번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이와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거제시의 정의와 양심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중대 사안으로서, 단순한 일개 사건에 비견될 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연대의 향후 투쟁방향은 과거와 같은 1회성 문제제기가 아닌 상당히 지속적이고도 광범위한 투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이념 공방이 아닌 권력과 돈의 유착관계인 사회정의 문제라는 점에서 단체 정체성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을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 이번 사태에 대한 시민단체의 저항활동이 정치적 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거제경실련 노재하 사무국장(우측).

시민단체연대는 지난 7일 시의회를 방문해 황종명 의장에게 행정사무조사 특위구성을 제안했고,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시의회의 특위구성은 이행규 의원이 의회 앞에서 벌이던 1인 상막농성을 푸는 계기가 됐고, 거제시장의 사과(비록 의회에 사전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과지만)를 끌어내는 효과도 얻었다.

시민단체연대의 다음투쟁은 법적 문제제기와 시민들과의 공감대 확산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연대는 지난 4일 현대산업개발의 행정처분 감면에 따른 사유를 거제시에 따져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3일에는 안전행정부에 같은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이미 거제시의 답변은 받아냈고, 지금은 안행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민단체연대는 이 답변서를 토대로 법률전문가와 협의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국가권익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법적 문제제기의 최종점은 관련자들의 검찰고발을 염두에 둔 일련의 포석들로 해석된다.

시민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당장 오늘부터 옥포와 고현에서 1인시위에 나서고, 19일부터는 정의와 양심의 사망에 따른 추모행사도 펼친다. 이번 사태를 두고 거제시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전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민단체연대는 특히 거제시로부터 받은 공개질의서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아비판 의지도 내비쳤다. 초기 여론수렴 자문기구라는 유령단체에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고, 나름대로의 비판적 입장 견지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행정처분의 대폭감면이라는 쪽으로 결론나자 이 관계자의 처신이 도마에 오른 것. 이와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17일 “조만간 당사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어떤 형태든 책임있는 해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단체연대의 이같은 일련의 행동을 정치적 의도성과 어떻게 분리해 내느냐 하는 일이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에 나름의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행규 의원의 최근 상막농성을 두고 ‘정치적 목적의 이슈화’라고 일부에서 공격받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거제경실련 강학도 공동대표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다. 행정 정의의 회복이 관건이지 정치적 목적과는 별개다. 이를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는 것 자체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수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거제경실련 노재하 사무국장은 “이행규 의원의 상막농성과 관련해서는 애초부터 시민단체연대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정의와 양심의 사망사건으로 규정하고 장례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던 문제였다. 다만, 이행규 의원의 상막농성이 시민단체와 협의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닌 자체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몇년 전 발생한 쓰레기수거업체 비리사건과 현대산업개발 하수관거사업 비리사건에 이어 그 사건의 행정처분 감면에 따른 이번 파장을 최근 몇년 새 벌어진 ‘거제시 3대사건’으로 규정하는 시민단체연대는 "이번 사태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관련자들의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기세로는 시민단체의 호언이 결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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