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투데이 김숙중 기자

통영고 축구부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올해 왕중왕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더구나 올해 왕중왕전은 옆 동네인 거제에서 열리게 돼 있다. 한마디로 옆집 잔치에 초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일부 선수의 졸업에 따른 ‘통영고의 전력약화’를 염려하기도 했지만, 겨우내 가다듬은 팀전술과 긴밀한 패스워크 즉, 조직력을 바탕으로 무난히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시즌 초반 뒤뚱거리던 공수조직력도 실전무대가 거듭되면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통영고는 여전히 뭔가에 억눌러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거제고와의 시즌 제3경기에서 4골을 허용했지만, 3골을 넣을 때만 해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그 다음 주였던 3월 30일 김해생명과학고에 전후반 1골씩 허용하며 0:2로 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을 때도 ‘당할 수 있는 패배’, ‘교훈을 얻은 경기’였다고 호의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었다.

이후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남해해성고에 1:0으로 힘겹게 이기고, 창녕고를 5:1로 대파하면서 예년 통영고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창원기공에 0:1로 패하고, 고성철성고에 4:0 대승하며 상승분위기를 탔음에도 다음 경기에서 마산공고에 1:1 무승부를 허용하는 것을 납득하기에는 점점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 열성적인 통영고 축구팬은 “통영고가 경기 내내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끌려가는 경기를 한다”고 허탈해 한다. “다른 학교 선수들은 축구를 알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선수들은 그냥 허둥지둥 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 통영고 선수단 속사정을 일부 알고 있는 어느 팬은 “선수들간에 위화감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한다. “궂은일을 서로 하지 않으려 하고, 선수들끼리도 불신감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 않을 수 없다. 통영고 선수단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냉정하게 반성해 사사로운 것보다는 더 큰 것, 더 넓은 것, 모두를 위한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는 사회로 떠나면 뒤에만 남겨지는 곳이 아니다. 청춘의 추억이 서린 곳이고, 젊은 날의 희망이 새겨진 곳이다. 그리고 언제든 되돌아 올 수 있는 나의 삶이 태어난 곳이기에 부끄러움 없이 현실과 싸워야 한다. 통영고 선수들의 투혼을 기대한다.〈한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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