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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민요 '시집살이'[연재]고영화의 거제산책

   
 
한국 민요에 의한 최고의 정화(淨化)작용, 즉 카타르시스(catharsis)는 단연코 <시집살이>라 하겠다. 거제민요 '시집살이'는 옛 어머님들의 고달픈 삶을 고스란히 닮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보통 집안에서 부를 수가 없어 혼자 밭을 매거나 일을 할 때 불렀던 노래인데, 거제도 사람들은 민요를 가창할 때에 음수율에 관계없이 첫 음보의 끝에 ‘도’ ‘두’ ‘더’ 소리를 습관적으로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시집살이'는 전문적인 소리꾼이 아닌 여성이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보편적 민요로서 여성 민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시집간 여자의 입장에서 불리는 내방요(內房謠)이다.

남존여비의 유교적·봉건적 도덕률 속에서 각종 사회적 구속에 얽매여 시집살이를 하던 부녀자들의 생활을 표현하며, 그들의 슬픔과 고난을 감동적으로 노래한 부요(婦謠)이자, 이야기를 갖춘 서사민요로써, 형식은 4음보가 연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연(聯)의 구분은 없다. 특히 거제도는 바닷가인지라 남편이 한 두달씩 먼 바다로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찍 사망하는 집도 많아 그 어려움이 더했다. 아래는 거제시 상문동 용산에 사셨던 주순선 할머니의 '시집살이민요' 中 "부모죽은 부고가왔소" 노래다.

"불겉이라 나는 볕에(불 볕 같은) / 멧겉이라 짓은 밭에(산같이 잡초가 무성한 밭에) / 한골메고 두골메고 / 삼세골로 매어가니 / 부고왔소 부고왔소 / 부모죽은 부고가왔소 / 댕기끌러 에걸고 / 비녀빼어 가슴찔어 / 신은벗어 손에들고 / 집이라고 돌아와서 / 씨금씨금 씨아바씨 / 부모 죽은 부고왔소 / 에라요거 물러서라 / 매던밭을 매라하되 / 씨금씨금 씨어마씨 / 부모 죽은 부고왔소 / 어라요년 물러서라 / 보리방아 찧어놓고가라하데 / 씨금씨금 씨누님아 / 부모 죽은 부고왔소 / 에라요거 물러서라 / 불여놓고 가라하데 / 동동동동 동시님아 / 부모죽은 부고왔소 / 인제이때 안갔더나(이제까지 가지 아니했더냐?) / 어서배삐 길가거라 / 댕기끌러 에걸고 / 비녀빼어 가슴 찔러 / 신은 벗어 손에 들고 / 천방지방 나아가서 / 한골넘고 두골넘어 / 삼세골로 넘어가니 / 능차소리 나는구나 / 또한골로 넘어가니 / 상고소리 요란하다 / 또한골로 넘어가니 / 생이머리(상여 머리) 보이더라 / 또한골로 넘어서서 / 질욱에(길 위에) 상두군아 / 질밑에 내리거라 / 질밑에 상두군아 / 질우로 오르거라 / 사촌에도몯오랍씨 / 곽문쪼께(관문 조금) 열어주소 / 여라요거 물러서라 / 어제그제 못왔더나 / 사촌에도 몯올케야 / 곽문쪼께 열어주소 / 어라요거 물러서라 / 어제그제 못왔더나.

위 노래는 무고한 누명을 쓴 여인에 관한 노래로써, 굉장히 가혹한 시집살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가 자주 불러서 익혔다는 이 노래는 시집와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신세를 한탄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보통 4음절 4음보로 구성되어 있으나 후렴구는 없으며 가창자에 따라 덧붙이거나 생략하기도 하며, '부모죽은 부고가왔소', '씨금씨금', '상두군아', '동동동동 동시님아'등 반복적 운율을 사용하고, 음운을 반복하는 언어유희를 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시집살이요'의 특징은 그 문체나 수사(修辭)가 굳이 유식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평민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특히 시부모의 학대, 남편의 배신, 고된 노동 등 시집살이의 고초를 영탄조(詠嘆調)로 노래한 것이 대부분으로, 시집살이에서 겪는 여성의 한스러운 삶과 체념을 구체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거제도의 보편적인 시집살이 노래는 혼자서 독창하는 가창방식으로써, 가창자가 노래하면 청중들은 가만히 듣는다. 그리고 '거제시집살이요'는 대부분 모심기를 다니면서 배운 것이다.

   
 
다음은 "성아성아 사촌성아"로 시작되는 노동요로써 사촌동생이 먼저 시집간 언니를 통해 시집살이 고된 삶을 표현한 것이다. 옛날에는 처음 시집오면, 마을도 자유롭게 못 다녔다고 한다. 이 노래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보편적으로 거제 곳곳에서 불려진 민요인데 대개 한사람이 한 토막씩만 부른다. 각자의 구연자가 자신만의 감정을 "성아성아 사춘성아"로써 노래를 되받아 시작한다. 특히 민요의 특징인 음절 반복을 사용하여 앞뒤 구연자가 계속 이어가면서 부르고 있다.

'시집살이 노래' / 김옥란 하청면. 현순금 망치리 망치. 유금아 연초면 오비리 금구몰. 김방자 옥포 조라. 양또순 장목면 시방리 살방.

"성아성아(형아형아) 사촌성아 / 시집살이 어떻더노 / 열두폭 모시처매(모시치마) / 화태끝에(횃대 끝에) 걸어놓고 / 들밍딲고 날밍딲고(들며 나며 닦고) / 눈물딲아 다썩더라 / 눈물딲아 다썩더라 / 성아성아 사촌성아 / 나왔다고 성내지마라 / 쌀한되만 제짓이몬(잦혔으면) / 니도묵고 나도묵고 / 꾸정물도 네쇠주고(구정물도 너 소 주고) / 누렁밥은 네개주고(누룽지는 너의 개 주고) / 시집사던 우리성아 / 동숭동숭(동생동생) 들어봐라 / 어마니집에 가서 / 마니집에 가거들랑 / 석덜장마 지몬 / 한덜은 잠을자고 / 한덜은 머리빗고 / 한덜은 서답씻어 / 싸고 온다.

성아성아 사촌성아 / 시집살이 어떻더노 / 시집살기 좋던마는 / 조그마는 씨아재비 / 말씀하기도 애롭더라 / 도래도래 도래판(둥근 작은 상)에 / 수저놓기도 애롭더라 / 쪼그마는 수박식기(작은 밥그릇) / 밥댐기도 애롭더라 / 열두폭 모시처매 / 활대 끝에 걸어놓고 / 들명닦고 나명닦고 / 눈물로닦아서 다썩었네.

성아성아 사춘성아 / 열이다섯 사는권구 / 날하나를 넘이라고 / 뒷문앞에 목도화초 / 다끊어도 끊은듯이 / 야아밑에 궤창선에 / 어서속히 내리가서 / 알송달송 금복찡이 / 아주담썩 지어먹고 / 어서속히 올라와서 / 거울겉은 우리방에 / 등겉은 이불속에 / 나부겉은 임오품에 / 자는듯이 죽고지나

성아성아 사춘성아 / 쌀한접시 제짓이몬(쌀 한 접시로 밥을 지었으면) / 네도먹고 나도먹제 / 배가고파 왔던마는 / 생이말로 들어보니 / 배고픈것 가망없소 / 애지중지 일심마음(굳게 먹은 마음) / 사는대로 살아보자."

이야기를 갖춘 서사민요의 형식은 4음보가 연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연(聯)의 구분이 없다. 거제의 서사민요는 일하거나 놀면서 어울리는 동안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서사민요는 반드시 3인칭 시점에서 전개되지 않고, 구연자가 주인공의 심정을 직접 토로하기도 한다. 서사민요는 삶의 고난을 해결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공통적인 구조로 삼는다. 해결에 이른다 해도, 역설적 해학적 해결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는 화자(話者)인 며느리, 남편, 시어머니가 각각의 입장에서 마치 마당놀이처럼 부른 "거제시집살이"민요인데, 4언 나열식으로 거제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봉건사회에서 겪는 여성의 한을 화자와 청자의 대화형식을 통해서 절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집살이 노래가 활발하게 전승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형식상 대화체의 열린 구조로 되어 있고 탄력성과 개방성을 지녀, 끊임없이 재창조 수용하기 때문이다. 거제면 내간리의 김현선, 조필금 할머니는 옛날 시집살이는 무척이나 서러웠다 전하며, 아래 노래를 읊었다.

<화자(話者)인 일월>

"우라배는 저승새요 / 울어매는 화냥새라 / 네와내와 서른새는(서러운 새) / 아이구아이구 내동숭아 / 누굴찾아서 내가갈까 / 한쌀먹어 애미잃고 / 두쌀묵어서 애비잃고 / 올데갈데 그리없어 / 숙모삼촌에 크났더니 / 삼촌은 디리차고 / 숙모님은 내차더라 / 열에다섯에 가관하여(열 다섯 살에 加冠, 관례를 행하고 관을 쓰다) / 열에야섯 시즙가서 / 베틀우게 베두재를 / 나란히끊은 베두잰데 / 날끊었다고 여기더라 / 사랑앞에 양초대는 / 시누님이 끊은양초 / 날끊었다고 탓이하데 / 뒷문앞에 유재씨를 / 나란히끊은 유재씬데 / 날끊었다고 탓이하데 / 아홉형자 앉은데서 / 날하나만 넘일레라 / 못살건네 못살건네 / 아무리하여도 못쌀건네 / 그말한재 내가한즉 / 도령님이 하는말씀 / 살아나게 살아나게 / 아무리하여도 살아나게 / 우리부모가 둘인들 / 천에살고도 만에사나 / 누엇님이 야달인들(누이님이 여덟 분인들) / 천에있고도 만에있나 / 살아나게 살아나게 / 아무리하여도 살아나게 / 그말한채 하든마는 / 서당에라도 가고없네 / 야아밑에 갈밭에라 / 얼쑹달쑹 갈복쨍이 / 두세마리로 잡아다가 / 묵고죽은 약사발은 / 윗목에다가 밀철라네(방의 윗목에다가 밀쳐 두려네)"

<화자(話者) 일월 남편>

"옛문에 말을듣고 / 집에라고 돌아온즉 / 큰방문을 열고보니 / 일월이는 어디가고 / 누엇님이가 밥을하요 / 우리방문을 열고본즉 / 빤뜩빤뜩 저요강은 / 새별겉이로 가시놓고 / 무주비단 한이불은 / 덮는듯이 개어놓고 / 가고없네 가고없네 / 자는듯이고 가고없네 / 먼산에도 해돋았네 / 넘우집에 사람들은 / 일어나서 일을한다 / 일월이는 일어나서 / 일할줄도 모리던가 / 우리방문 닫치놓고 / 햄명방석을 패어놓고(함양군 방석을 펴 놓고) / 어머니아버지 말들어소 / 우리누우가 야달인들 / 내말한재 들어보소."

<화자(話者) 일월>

"날같은 며늘자슥 / 또우다시로 거느릴까 / 날같은 남동생올케 / 또우다시 거느릴까 / 암탉가고 장닭가고 / 울어미가고 용가는데."

<화자(話者) 일월 남편>

"임가는데 내안갈까 / 일월아 지치하게(일월아 지체하여 기다리게 나도 너가 마신 약을 먹고 죽어서 저승에 함께 가겠다) / 웃고죽은 약사발을 / 내도묵고 같이가자 / 에얼씨고나 절씨고나 / 얼씨고 절씨고 / 지화자 좋고나 / 네가무신 지화자나."

위 민요의 내용을 보면, 아버지는 죽어서 저승새라 하고 어머니는 개가를 하여서 화냥새라 하고 네와 나는 부모 없으니 서러운 새라고 하였다. 삼촌 집에 의탁하여 자랐더니 삼촌은 같은 핏줄이라고 그래도 안을 들여 차고 쫓아내려고 하지 않더니, 숙모는 남이라 내차서 쫓아내려 한다. 열여섯에 간 시집은 온통 모함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나마 남편의 말이 위로가 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약사발을 든다. 결국 이승의 남편 곁에 머물러 있는 저승새가 되고 만다. 저승새는 까마귀가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 해서 이르는 말이라 그런지, 이 민요는 곡조가 너무 서글퍼 장송곡 같다. 남편의 말속에, “저승새 찾아 이승새가 운다"는 구구절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살면서, 영혼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다음은 상문동 용산의 주순선 할머니가 부른 '시집살이민요'이다.

<화자(話者)인 며느리>

"열아홉이 묵은공구(시집 가족이 많아서 열 아홉 명이 밥 먹는 권속) / 나하나를 넘이라고 / 아니끊은 양초대도 / 날끊었다고 여기더라 / 절로죽은 겨오새끼도 / 날쥑였다고 여기더라 / 죽을라네 죽을라네 / 밤중밤중 야밤중에 / 사약을묵고도 죽을라네 / 무대덩테 한이불은 / 어깨넘에다 걸치덮고 / 샛별겉은 요강단은 / 발길발길이 밀쳐놓고 / 길방같은 요내머리(밀빵처럼 긴 나의 머리칼) / 벼개넘에도 새리놓고 / 피었고나 피었고나 / 저승꽃이 피었고나."

<화자(話者) 남편(이 집 아들)>

"봉창에라 해돋아도 / 일어날줄을 제모른다 / 웃방으로 올라서서 / 어머니다 말들으소 / 천금겉은 넘의자석 / 만금겉은 넘의자석 / 사약을먹고도 죽었다요."

<화자(話者) 시어머니>

"어라이놈아 물러서라 / 그여자아니면 여자없나."

<화자(話者) 남편>

"하도하도 한심하야 / 옷보에는 옷을싸고 / 명보에는 명을싸고 / 책보에는 책을싸고 / 활길겉이도 굽은길을 / 활살겉이도 나는가요 / 명화닷말 넌덕석에 / 연중화양 저새쳐라 / 내아무리 후여한들 / 임본새가 날아갈까 / 치고치고도 불씬방에 / 병풍치고도 불씬방에 / 임의손길이도 얼런한다(주검 앞에 병풍을 치고 촛불을 켜둔 방에 임의 손길이 어른어른 환영으로 떠오른다)."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께서는 모진 시집살이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렸을 것이다. "대추나무 연 걸리 듯" 어린 아이가 있어 생(生)에 얽매어져, 어쩔 수도 없는 삶을 이어 갔으리라.

시부모와 며느리는 예로부터 애증(愛憎)이 엇갈리는 관계이다.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祝手)했더니 동지섣달 맨발 벗고 물길을 때 생각난다.”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 놓고 생각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이 속담들은,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에 가로 놓인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시아비가 미워서 살아 있을 때는 죽기를 두 손 모아 빌었지만, 정말 죽고 나니 짚신 지어 주는 사람이 없어, 추운 날 맨발로 물길을 때 시아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같이 붙어 지내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며 온갖 구박을 일삼던 시어머니도, 죽고 없으면 편하긴 하지만, 힘들고 큰일을 할 때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운 정(情)도 정이런가?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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