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판 | 2013년 7월 27일 발행 | 408면 | 12,800원 | 나남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의 주인공 장창덕은 거제 고현에서 출생해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작품에 설정돼 있다.

장창덕의 아버지 장정호 역시 거제 출신으로 6·25전쟁 때 쌍둥이 동생과 함께 북한 개마고원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다. 동생은 전사하고 장정호는 한쪽 다리를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정호는 고현 앞바다 방파제에 앉아 동생을 그리는 게 일상이 됐다. 1959년 사라호 태풍이 불 때 장정호는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이 무렵 주인공 장창덕은 젖먹이 아기였다. 장창덕의 어머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출신 윤오영과 동거하게 된다. 함경도 개마고원 출신 윤오영은 시인 겸 화가로 반공포로 석방 때 남한을 선택한 지식인. 윤오영은 전쟁의 처절한 상흔에 시달리며 알콜중독자가 되어 장창덕의 어머니에게 자주 주먹을 휘두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장창덕은 의붓아버지 윤오영의 폭행을 참지 못해 그를 때려눕히고 무작정 상경한다.장창덕은 소매치기, 서적외판원 등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낸다. 그는 책을 잘 팔려고 책 내용을 외운 데 힘입어 유식해졌고 가짜 서울대학생 노릇도 한다. 서적외판원 선배 윤경복을 만나 의형제 관계를 맺고 형님인 윤경복에게서 판매 노하우를 배운다. 임기응변에 능한 윤경복은 훗날 2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벌 기업인으로 성공한다.장창덕은 컨설팅회사를 경영하며 줄곧 윤경복을 돕는다.  

북한 출신의 윤경복의 친부가 장창덕의 의부 윤오영임이 밝혀진다. 장창덕, 윤경복은 윤오영이 살던 거제도에 내려와 아버지의 체취를 찾는다. 윤경복은 이를 계기로 거제 T조선을 인수한다. 윤경복과 장창덕은 장기적으로 북한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북한 사업을 타진하기 위해 장창덕은 북한 개마고원을 방문한다. 장창덕의 컨설팅회사 직원인 성유리가 북한 지도자와 스위스 베른중학교 동기생이라는 친분 관계인 게 인연이 됐다. 장창덕은 북한 지도자를 만나 북한의 살 길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 개방을 서두는 것이라 역설한다. 남북한 정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장창덕은 친부와 삼촌이 참전한 개마고원 장진호 전투현장을 찾아가 유골 뼛조각 하나를 들고 온다.

거제도에 온 윤경복과 장창덕은 윤오영 시인이 만들었던 <개마고원>이란 시집을 발견하고 이 시집과 유골 등을 전시할 평화 문학관을 거제에 세우기로 한다. 윤경복과 장창덕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제지역 신문 <거제타임스>의 유진호 회장이 여러 모로 조언해준다. 유진호는 주니어 기자 시절에 장창덕 부친의 사망사건을 보도한 인연이 있다.

장진호 전투, 흥남부두 철수, 거제도 포로수용소 등 6·25전쟁의 상흔뿐 아니라 남북한 통일, 한반도 평화 등 미래에 관한 거대한 시야를 담은 작품이어서 흥미, 교양, 감동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수작으로 평가된다.

저자 고승철 작가는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동아일보 경제부장 및 출판국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쌓은 다양한 취재 경험을 작품 속에 녹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통영, 마산에서 성장한 저자는 거제에도 잠시 체류한 적이 있어 거제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은이 _ 고승철
   유소년 시절에 부산, 통영, 마산 등 항도(港都)에서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웠다. 대학 진학(서울대 경영학과) 이후엔 서울 아파트에 살면서 야성(野性)을 잃었다. 장편소설《은빛 까마귀》와《서재필 광야에 서다》를 출간했고, 중편소설〈로빈훗〉을 발표했다.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산업2부장, 동아일보 경제부장 및 출판국장 등으로 27년간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낯선 도시를 방문하면 그곳의 과거·현재·미래를 파악하려 박물관·시장·대학을 둘러본다. 취재 또는 개인여행으로 40여 나라를 찾은 체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책 읽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이 탐독할 작품을 쓰려 스스로를 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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