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기념회 참석차 행사장을 찾은 김현철 여연 부소장을 김 시장이 입구에서 반갑게 맞고 있다.

27일 오후 거제시체육관에서 열린 김한겸 시장 출판기념회에 YS 차남 현철(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씨가 참석한 것을 두고 지역정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초 '온다' '안 온다'를 놓고 말들이 무성했지만, 막상 현실화 되자 '의외'라는 반응 속에 경쟁후보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며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계산의 골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현철 부소장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특정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색깔(?)'을 냈을까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김한겸 시장은 현직 국회의원이 엄존한 상황에서 왜 현직 국회의원의 '잠재적 정적'으로 인식되는 '김현철'을 거제로 부르는 모험을 강행했을까 이다.

▲ 출판기념회 행사장 맨 앞줄에 앉은 김현철 부소장(오른쪽)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현철 여연 부소장 입장은 어디에 방점이 찍혔을까. 김 부소장은 YS 영향력이 살이 있는 향후 2년이 그의 국회의원 도전에 대한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배수진을 쳤다. 그 진지가 거제지역구다.

이미 한 차례, 채 맞붙어 보기도 전 적진(김기춘)의 함성(?)에 눌려 스스로 물러난 아픔도 있다. 당시 김기춘 의원과의 접전에서 김 부소장이 스스로 칼을 접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허약한 지역연고에서 빚어진 '인(人)부족, 세(勢)부족'이었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김 부소장은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거제지역구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해답이 사람과 조직과 세를 가진 지방선거 유력 주자와의 연대였다. 이른바 러닝메이트다. 지방선거 이후의 거제지역 활동공간 확보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부소장은 이같은 자신의 처지를 '김한겸'이라는 지방선거 주자 선택을 통해 자신의 약점 보완은 물론 지난 6년간의 공백(조직 및 인맥)도 단박에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치 셈법의 결과가 김한겸 출판기념회 참석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김한겸 시장과의 정치적 연대를 통한 지역 교두보 확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지인들과 수인사를 나누는 김현철 여연 부소장.

한국 정치사의 '뜨거운 감자' 김현철 여연 부소장을 자신의 안방으로 초대한 김한겸 시장의 정치 셈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또한 김현철 부소장과 다름없는 김한겸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로 보는 게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한나라당 공천향배의 중심에는 늘 현직 국회의원이 서 있었다. 그러나 윤영 국회의원은 김 시장과 '물과 기름'으로 표현될 만치 오랜 경쟁관계 구도에 있다. 당연히 윤영 국회의원의 도움을 통한 공천권 획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김 시장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당 공천이 아닌 무소속 출마라는 독자노선을 선택하기도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상도동(YS)을 통한 우회접근이고, 접근의 매개로 YS기록전시관을 활용했다. 정치9단 YS도 김 시장의 승부수에 화답했다. 김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자신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고, 김현철 여연 부소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김 시장을 극찬하는 발언까지 했다. 여기에다 4월초로 예정된 YS기록관 준공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는 '호재'도 흘리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출발한 두 사람간의 연대가 공식화됐다는 직접적인 신호들이다.

그러나, 김현철-김한겸 연대라는 승부수는, 당장 겉으로 드러날 손해는 없어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두사람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안고 있다.

그 첫번째가 김한겸 시장과 윤영 국회의원과의 돌이킬 수 없는 반목의 고착화다. 현실 정치에서 자치단체장이 해당지역 국회의원과 갈등관계를 유지해 크게 득이 될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존방식의 공천권 획득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YS 및 김현철 부소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상반되는 상황에서 잠복된 부정적 평가가 김 시장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특히 최근의 세종시 및 4대강 논란 등에서 YS의 지나친 정권 편향적 발언들이, 중앙정치권 이슈와 한발 떨어져 있는 김 시장에게 쓸데없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 애써(?)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김현철 부소장이 이번 연대를 통해 어쩔 수 없이 지방선거에 개입하게 됨으로써, 한나라당 시장후보 예비주자인 잠재적 우군 다수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적으로 갈라 세워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점도 큰 자충수 요인으로 꼽힌다.

김 시장 출판기념회를 통해 '김-김 연대' 공론화를 지켜본 지역정치권 한 인사는 "득과 실이 공존하는 두 사람간 연대는 다른 주자들 입장에서 볼 때, 말 그대로 제로섬 게임"이라며 "4월말 한나라당 공천 향배에 따라 지역정치권 전반의 명운도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김-김 연대' 대 '반 김-김 연대'로 전선이 확대되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 참석과 관련, 김현철 여연 부소장은 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한겸 시장쪽에서 초청장이 왔고, 부친의 기록관 건립과 관련해 (김 시장이)애를 쓰는데 대한 빚도 있던 터라 흔쾌히 참석했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도 출판기념회 행사 때 (자신에게)초청장을 보냈으면 참석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행사방문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거듭했다.

김 부소장은 특히 "기록관 건립 준공일이 한달가량 남은 상태라 부친(YS)께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던 중 현장방문을 통해 기록관 건립 진척사항을 확인하고 싶었다"며 "당일 행사참석 뒤 다른 일정없이 장목 기록관 현장만 둘러보고 곧바로 상경했다"고 덧붙였다. 

이해당사자의 한 축인 윤영 국회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판기념회 축하를 위해 행사장을 찾은 걸 두고 가타부타 말하는 게 더 우습지 않느냐"며 "본인이 알아서 판단한 것인 만큼, 달리 할 말은 없다"고 애써 말을 아꼈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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