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오후 새거제신문사에서 대우조선의 구조적 문제와 협력사들의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모인 자리. 앞쪽 왼편부터 시계방향으로 뉴스앤거제 신기방 국장, 이길종 도의원, 대우노조 관계자. 새거제신문 전의승 국장.

▲신기방 편집국장

여기에다 08년 시작된 유럽 발 금융위기는 조선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선박수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살아남으려면 현대나 삼성이 외면했던 ‘돈 안 되는 물량’까지 싹쓸이 수주해야만 했다. 그래야 경영진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단기실적 목표치를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국내 ‘빅3’중 대우조선의 수주물량이 최고 많았던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저가수주 물량은, 지금와서 결국 협력사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수주 받은 상선을 만들어도, 잘해야 본전 아니면 적자인 현실에서, 관리직들이 쥐어 짤 수 있는 곳은 협력사들뿐이다. 생산부문 협력사 130여 곳 중, 올 들어서만 누적된 적자를 감당 못해 철수한 업체가 1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웬만한 업체마다 10억 안팎, 많게는 20억까지 적자가 누적됐다고. 이대로 방치될 경우 내년이면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게 공통된 하소연이다.

모기업에서 협력사를 쥐어짜는 방식은 단가와 시수 관계에서 형성되는 기성금 조정. 단가는 외형적인 문제라 매년 2~3%씩 올려주지만, 시수는 5~8%까지 깍아 버린다고. 그렇게 되면 실제 기성금은 5~6%가량 깍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한만큼 손해라는 결론이다. 더 큰 문제는, 과거 호황기 때는 능률이 떨어지는 업체에 일정부분 시수를 보전, 능률을 손익분기점 근처(약65~70%)로 맞춰졌지만, 지금은 본사 자체에서 이 같은 재량권을 행사할 여분이 없다는데 있다. 처음부터 배 가격을 너무 낮게 수주한 탓이다.

주인 없는 대우호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진 상황에서 부실기업의 위탁까지 맡아 관내물량을 외지로 돌리는 것도 협력사들에겐 큰 타격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위탁관리업체인 목포 소재 대한조선 물량은 연간 상선 10척 분량으로 대우조선 전체물량의 15% 정도에 그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협력사들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위탁사에서 물량을 빼가니 그만큼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아우성이다. 협력사협의회 차원에서 이런저런 불만을 말하지도 못한다. 잘못 말했다간 자신만 찍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협력사들의 누적된 경영악화는 2~3년 전 저가수주 물량이 반영된데 따른 여파가 큰 원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10년 넘게 주인 없이 표류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책임경영 부재가 꼽힌다. 현대나 삼성도 저가수주 물량이 있었고 지금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우처럼 협력사를 쥐어짜야 할 만치 심각하지는 않다. 단기실적이 아닌 장기 전략을 갖고 책임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은행 통제를 받는 대우조선은 사정이 다르다. 대우조선 사장은 말 그대로 경영사장이다. 대우조선 사장은 연말이면 산업은행과 경영성과 전망 MOU를 체결한다. 내년에 얼마만큼 실적을 내겠다는 서약서나 마찬가지다. 만일 산업은행에 서약한 실적이 미흡할 경우 사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은, 목을 내 놓고 산업은행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대우조선이 장기 전략이 아닌 단기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협력사들을 조을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이 여기에 있다.

단기실적에 급급하다보니 미래투자나 장기개발전략 수립은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심지어 단기실적을 높이기 위해 공정률까지 부풀려 산은에 보고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회사 관리직도 주인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큰 사고 없이 무난히 넘어가기만 바랄 뿐, 모험이나 창의적 발상은 아예 접기 예사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자신만 다칠 뿐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대우조선의 앞날이 그래서 더 암울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는 이제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현안이 됐다. 당장 협력사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책임경영이 가능한 새로운 주인을 찾는 일이다. 둘째, 산업은행의 요구로 마지못해 맡고 있는 목포의 대한조선 위탁운영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포기해야 한다. 셋째 대우노조와 사측이 당면현안을 해결할 공동대책위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와 싸워야 한다.

다행히도 이길종 도의원이 이같은 현실인식 바탕위에 대우조선을 살리고 지역 협력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누구보다 지역국회의원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대우조선의 합당한 주인을 알선하고, 불합리한 타지역 조선소 위탁경영을 중지토록 주선해야 하며, 대우노조와 지역민들이 연대해 정부에 대항하는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 아니던가.

대우조선해양 생산인력의 7할 이상은 협력사 직원들이다. 지금 같은 구조적 모순 속에 협력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급기야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면, 그때는 배를 누가 만드나. 
 

▲ 지난 18일 오후 이길종 도의원이 대우노조 성만호 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우조선의 구조적 문제점과 협력사들의 경영악화와 관련한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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