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베기 작업이 끝난 고현천. 황량한 들판같은 느낌이다.

▲ 풀베기를 하지 않고 갈대숲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고현천.

고현동사무소는 고현천 정비사업 일환으로 지난 주말부터 사설용역업체에 의뢰해 천내에 서식하는 갈대와 수초, 잡풀 등을 제거하는 벌초작업을 사흘째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천 내 풀베기 작업은 해마다 한 두 차례 연례행사처럼 실시하고 있다.

▲ 갈대숲을 베어낸 자리에 각종 쓰레기들이 노출돼 널브러져 있다.

그러나, 고현천 내 풀을 다 베 버리자 수풀 속에 가려졌던 각종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되레 더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데다, 풀숲이 주는 서정적인 느낌대신 황량한 벌판을 연상시키는 등 시민정서와 동떨어진 역효과만 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현천 내 풀숲을 둥지삼아 살아가는 흰빰검둥오리와 왜가리 등 텃새화 된 철새들이, 풀베기 작업탓에 졸지에 둥지를 잃고 상류쪽 풀숲이 남아있는 곳으로 옮겨가 버리는 등 예기치 못한 폐해도 속출하고 있다.

고현동에 사는 김 모(54)씨는 “왜 보기 좋은 갈대숲과 잡풀, 심지어 수초까지 돈들여 다 베 버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렇게 풀을 다 베 버리면 풀숲을 둥지삼아 사시사철 먹이활동을 하는 흰빰 검둥오리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침저녁으로 고현천 둑길을 산책한다는 윤 모(48·여)씨는 “고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곱게 자란 갈대와 수초, 잡풀들이 물 흐름을 방해해 물이 둑으로 흘러넘치기라도 했느냐”며 “생태 하천은 있는 그대로를 살리는 것인데도, 곱게 자란 풀들을 벌초하듯 싹둑 잘라버리는 게 생태하천 조성이냐”고 비난했다.

고현천변 인근에 사는 황 모(45)씨는 "징검다리 옆 갈대숲이 엉켜져 건너기가 불편하다면, 징검다리 옆 부분만 정비하면 될 일이지, 이렇게 풀숲 전부를 잘라내야 하느냐"며 "자연생태에 대한 이해없이 풀한포기 없는 하천이 뭐가 좋다고 풀을 베라는 민원을 넣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거제시는 올 말부터 내년 말까지 약3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현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 풀베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 인부들.

▲ 아직 풀베기가 진행되지 않은 하류쪽 수풀속에 흰빰검둥오리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

▲ 풀베기 작업이 끝나 황량한 모습을 한 고현천 모습.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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