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색 부분이 옥포 대우조선업무지원단지고 왼쪽 흐린 노란색 부분이 대우가 개설해 기부채납키로 했던 도로부지.

옥포주민들 "대우조선업무지원단지 진출입로 빨리 확장하라"
대우조선해양 "도로개설 책임은 이미 거제시로 이관…우리와 상관없어"
거제시 "보상협의 안 돼 개설지연…강제수용 절차 통해 도로개설 나설 것"
편입지주 "도로개설 필요성 인정하지만 사유재산권 보장해 현 시가 적용을"

대우조선해양이 옥포매립지 내 복합업무지원단지(오션프라자) 건물신축 시 옥포방면 진입로 인근 50m구간을 확·포장해 시에 기부채납 한다는 조건부허가를 받고도 건물 준공 2년이 넘도록 도로개설을 미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로개설 확포장을 조건부허가 했던 거제시는, 도로 편입부지 보상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건물사용승인(11년9월9일)을 해 줬고, 대신 대우와 ‘도로개설 업무위·수탁협약’을 맺어 이 일을 떠맡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편입부지 강제수용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지주가 '현실가 보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거제시의 고무줄 잣대로 인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돼버렸다.

대우조선해양이 오션프라자 건물신축에 들어간 시점은 지난 2008년 가을. 옥포매립지(옥포동 1991-9일대) 내에 복합업무지원단지 2동을 신축하겠다고 하자, 시는 출·퇴근차량 증가에 따른 도로정체 및 병목현상이 우려된다며 오션플라자 진입로 51m 구간(옥포동 554-30, 554-31, 554-25)에 폭 20m 도로를 확·포장 해 시에 기부채납 하는 조건으로 11월7일 건물신축을 허가했다.

당초 이 구간은 2002년 3월13일 도시계획도로 4차선 확장구간으로 고시됐으나, 시가 돈이 없어 도로확장을 미뤄 왔던 곳이다. 이를 오션플라자 건물신축 조건에 붙여 대우가 개설토록 한 것. 그러나 대우조선은 사업승인 후 건물신축에만 속도를 낼 뿐, 병목구간 도로개설은 계속 미뤘다. 개설구간 내에 있는 건물 보상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란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대우조선해양은 건물신축 2년여 만인 2010년 12월7일 오션플라자 건물의 임시사용승인서를 시로부터 교부받았다. 허가조건에 명시된 도로개설은 전혀 진척이 안된 상태였다. 그때까지 거제시와 대우가 한 일이라곤  '빨리 개설하라 - 좀 더 기다려 달라'는 요지의 공문만 수차례 주고 받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2011년 8월 거제시와 대우는 느닷없이 허가조건에 명시된 도로개설 업무위수탁협약을 맺고 도로개설 업무를 거제시에 이관시켰다. 오션플라자 건물 사용승인은 11년 9월9일 났다.

말하자면 대우조선이 자비를 들여 도로개설을 한다는 조건으로 건물신축 허가를 받고도, 개설을 차일피일 미루다, 준공시점에서 업무협약을 통해 도로개설 책임을 거제시에 떠넘긴 뒤 준공검사를 득한 셈이다. 거제시와 대우가 맺은 업무협약은 02년 도시계획 수립당시 기준 도로개설 추정사업비 18억원 중 대우에서 10억을 거제시에 예치하면 시가 맡아 도로를 개설하고, 나중에 잔여금액을 정산한다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도로구간에 편입되는 건물에 대한 보상마찰. 해당 지주들은 건너편 상업지 건물이 시가 30억원대에 이르는데도, 도로개설 구간은 주거지라는 이유로 감정가(약 8억) 밖에 주지 않는다며 보상협의를 완강히 거부했다. 건물주들이 이렇게 나오자 시는 두 차례나 재감정을 실시해 약1억6000만원을 증액시켰다. 그러자 총 3명의 지주 중 2명은 보상협의에 응했으나, 나머지 한 명은 지금까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현시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거제시는 보상협의가 계속 진척이 없자 최근 토지수용절차에 착수했고, 지주 김 모씨는 "맞은 편 시가의 절반이라도 보상해 달라"며 각계 요로에 진정하는 등 버티고 있다. 지주 김씨는 "도시계획이 수립될 당시와 지금은 땅값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도, 감정가를 토대로 보상을 강요하다 안 되니, 이제 와서 강제수용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맞은편 건물 시가의 절반이라도 줘야 물러설 명분이라도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도로개설을 둘러싼 이 같은 공방을 지켜본 인근주민 정 모(59)씨는 "거제시가 허가조건에 도로개설을 명시했으면, 처음부터 이를 이행토록 관리감독해야 하는데도 책상머리에서 공문만 주고받다가 결국 때를 놓친 격"이라며 "이제 와서 행정력으로 강제수용을 들먹이면 어느 지주가 이를 곱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힐난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55)씨는 "행정의 고무줄 잣대가 화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우가 허가조건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보상협의에 대우조선이 중재자로 나서 합의를 유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도로 미 개설구간 /사진제공 : 거제타임즈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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