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예. 주문은 아니고요. 제가 얼마 전 여자 친구와 같이 꽃을 사러 갔었는데, 혹시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네요”
“하도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니 제가 기억은 못하겠네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아 예. 제가 좀 어려운 부탁하나를 하려고요. 제가 어제 여자친구와 00에 놀러왔는데, 사소한 다툼 끝에 여자 친구가 그만 차를 타고 혼자 가버렸습니다. 제 지갑이 든 가방도 그 차안에 있는지라, 지금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화번호를 검색하다보니 다행히 얼마 전 갔던 00꽃집이 찍혀있네요. 그때 친절하게 해 주셔서 제가 입력시켜놨던 것 같습니다. 실례가 되는 줄 알지만, 젊은 사람 사정한번 봐 주는 셈 치고 3만원만 제 계좌로 붙여주면 안될까요. 내려가면 바로 갚겠습니다.”
“…….”

“계좌로 붙여주면 받을 수는 있나요?. 지갑도 없다면서.”
“예. 제가 다행히 전화기에 카드를 꽃아 다니기에 그 카드로 뽑으면 됩니다.”

A씨는 이상한 전화라는 건 알았지만, 젊은 사람이 사정얘기를 하면서 큰돈도 아닌 차비정도를 부탁하는데, 이를 뿌리친다는 게 마음에 걸려 한참이나 고민했다. A씨는 고민 끝에 3만원을 그 사람이 말한 계좌로 보내주기로 했다.

평소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A씨는 통장에서 바로 계좌이체를 시키지 않고 거래하는 은행 관계자에게 부탁해 무통장 입금토록 조치했다. 곧바로 계좌이체를 시키면 혹시 보이스피싱을 통해 자신의 통장전체가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송금을 마친 A씨는 생각할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주변 다른 꽃집에 전화를 걸어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A씨가 놀라 뒤집어진 건 그때였다. 다른 꽃집에서도 같은 방식의 전화가 와 역시 3만원을 송금해줬다고 일러줬던 것. A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던 꽃집 10여 곳에 전화로 알아봤더니 거의 같은 방식의 사기를 당했더라고 털어놨다.

A씨는 사기를 당한 금액이 미미해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문사에서 사기수법을 기사화해 달라며 해당내용을 제보해 왔다. 그러면서 A씨는 “젊은 놈이 그렇게 잘 돌아가는 머리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벌써 성공했을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인터넷자료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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