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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드는 사람 '유퉁'을 만나다”[탐방]손영민의 풍물기행 제주도 유퉁편

   
▲ 손영민
무엇보다 뛰어난 조연,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 연출자들이 꼭 출연시키고 싶은 연기자.... 배우에게 이보다 좋은 찬사가 있을까?

탈렌트 유퉁은 이름 앞에 울퉁불퉁이란 수식어를 가진 만큼이나 괴짜다. 드라마, 전원일기, 까치며느리, 한 지붕 세 가족에서 개성연기를 펼친 중견배우. 그는 빈틈은 많지만 정으로 꽉차있는 허풍선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우리마음의 모습으로 아랫목처럼 은근히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그가 연기보다는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이목을 끌었다.

요즘 제주도에서 ‘유퉁의 아트월드 미술관’을 건립중인 그를 서귀포 수망리에서 만났다. 평범한 셔츠를 즐겨 입는 그가 왠지 낯설다는 느낌도 잠시, 물감이 묻은 작업복과 몽골모자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얼렁뚱땅 실수를 연발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울퉁불퉁 배우 유퉁 그대로다.

금강산도 식후경! “한겨울에 먹는 뼈속까지 시원한 밀면 묵어러 가입시더”그가 안내한 밀면집 ‘평양면옥’은 문화예술의거리로 잘 알려진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제일 유명한 밀면집 치고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는 뜬금없이 주방에서 밀면을 만들고 있는 ‘평양면옥’ 최종인 사장에게 말을 건넨다. “최사장님요! 우리형수님 거제도에서 오셨심더~ 고기마이 주이소 히히... ”

이내 이 집의 별미인 평양식 녹두빈대떡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웃음이 터진다. 선배, 동료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 오가는 유퉁은 언제 봐도 즐거운 사람이라는 소문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어요. 나 역시 무명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대중들에게 인사라도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하죠.”

그의 원래 꿈은 미술가다. 빈센트 반 고흐의 추상화에 매료되어 일치감치 흙을 만지며 그림 그리고 조각하고 도자기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었다. 그러나 미술만 하기에는 재주가 너무 많았다. 연극과 음악에도 소질이 있었던 그는 1984년 ‘라운드 보이’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의 길을 결심했다.

   
 
“연극이 끝난 뒤 터져 나오던 박수소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연극, 미술, 음악... 모두가 내게 잘 한다고 했지만 내 양심으로는 무엇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것 같았죠. 어떻게든 내가 가진 재능을 종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고심 끝에 대구종합예술대학을 선택했지요.”

대학을 졸업한 그는 연극 ‘노인이 새가 되어 날다’와 직접 대본을 쓴 모노드라마 ‘촌놈 덕칠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1987년 부산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각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TV드라마인 까치며느리, 적색지대. 영웅일기와 영화 외인구단 2, 블랙잭, 인연 등에 출연했지만 영광의 순간은 잠시였다.

“인간 못된 놈은 목에 힘주고 연기란 어깨 힘, 즉 긴장을 풀고 배역에 완전히 몰입해 배역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죠. 10년 가까이 배우 생활동안 어깨 힘을 많이 뺄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주연이니 조연이니 는 중요하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퉁을 쓰면 뭔가가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그를 싫어하는 연출자들도 유퉁이란 배우를 쓸 수밖에 없는 그런 경지까지 나 자신을 끌어올리자 생각했던 것이다.

   
 
애드리브의 대가 울퉁불퉁이라는 별명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자신의 대사에 밑줄을 그으며 배역에 몰두, 연습하다보면 대본에 없는 대사가 튀어나오는데 이 말들을 꼼꼼히 적어놓고 연출가와 의논한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대사는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아니라 음악연주자가 오랜 연습의 결과 자신만의 방법으로 독특하게 연주하는‘카덴차와 같다고 말한다. 그의 집 서재에 가득한 책이 말해주듯 책읽기를 통해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시각을 넓혀왔고 그 보이지 않는 힘이 말 한마디에 담겨 촉발되는 것이다.

배우 유퉁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그의 어머니다.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는 연극, 영화에 대한 책들이 부족하던 시절, 헌책방에서 수집한 연극. 영화관련 서적을 아들의 책꽃이에 꽃아 주었고 반듯하게 생활하는 외국 배우들처럼 단정하고 멋진 배우가 되라고 충고했다. 오로지 아들이 온전하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평생을 바친 셈이다.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는 통장검사를 하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시키셨죠. 지금도 술 한 잔하려면 술 많이 먹지 말라고 꾸짖으시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제 연기를 평한다면 임현식 선생님 스타일의 감초 역이었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최민수 같은 감정을 속으로 가라앉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997년 IMF당시 유퉁의 국밥집을 창업하여 국밥달인으로 천하를 평정한 유퉁. 유퉁은 쉬는 동안 유퉁의 원맨쇼등 세권의 책을 내놓았다. 굵직굵직한 남성의 성기가 빼곡한 조각품들, 하회탈처럼 다정한 인간군상을 표현한 그림등, 넘치는 재주를 책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푸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많이들 모르시겠지만 전 전통연기잡니다. 연극으로 시작해서 영화, 드라마를 거쳤습니다. 이제는 지금껏 축적된 연기의 재산을 꺼내서 맘껏 펼치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여러분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이제 연기자 유퉁으로 봐 주이소. 아참! 2014년 봄에는 30년간 제 가슴에 담아 왔던 꿈,‘유퉁의 아트월드미술관’이 개관됩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취임 기념 콘서트와 학동몽돌해변축제 재능기부를 한 특별한 인연이 있는 환상의 섬 거제도에서 미술전시회를 열고 유퉁의 박물관도 세울 예정입니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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