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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야상념[客夜想念][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의 ‘의객야(擬客夜)‘와 ’달밤(月夜)‘, 당나라 두보(杜甫의 ‘객야(客夜)’를 살펴보면, 처음 2구에는 경물(景物)을 말하다가 다시 2구는 나그네의 정사(情思)를 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래 2편의 죽천의 시(詩)는 귀양살이 외로움에 애끓는 심상(心像)을 읊은 오언율시(五言律詩)로써, 고향과 자식을 그리는 죽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잔 술에도 취기 올라 나그네 수심 깊어 가는데, 가을 낙엽소리에 어스름한 저녁, 집 주위는 산이 둘러있다.

고향에선 제법 기대가 큰 인재였는데, 내쫓긴 거제 섬에서 생각하니 처량하고 부끄러운 동량지재(棟樑之材)였다. 천리 막힌 자식 생각하니 그리움과 연민에 몸서리친다.” ‘의객야(擬客夜)‘의 운자(韻字)는 ‘陽’자(字)이며, 두보의 ‘객야(客夜)‘과 죽천의 ’월야(月夜)‘는 운자(韻字)가 ’庚’ 자(字)로 그 시편의 흐름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단지 두보의 시는 통분과 애원의 뜻이 내포되어 있고, 전란의 혼돈속이라 그런지, 평온하지 못한 불안한 내면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죽천의 시 속에는 여유롭고, 거제의 자연과 동화되어 있는 한가로움에서 나온, 가족에 대한 연민이 나타난다. 낯선 객지생활 속에서 느끼는 화자(話者)의 심정은 어느 시대상황을 막론하고 유사했으리라.

1). 의객야[擬客夜] 객지의 밤에. 두보의 ‘객야(客夜)’를 떠올리며 / 김진규(金鎭圭)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반곡골짜기에서....

薄酒何能醉 텁텁한 술은 어찌 쉽게 취하는가?
羇愁未暫忘 나그네의 수심, 잠시도 잊질 못한다.
打窓寒葉響 창을 때리는 낙엽 소리에
繞屋暮山光 저물녘 산 풍경이 집을 둘렀네.
身老懷桑梓 몸 늙어서 고향 생각하니
材踈愧棟樑 재목에 멀어진 부끄러운 동량(棟樑)이었네.
稚兒隔千里 아이들과 천리 가로막히니
那得不摧腸 어찌 창자가 꺾이지 않으랴.

[주1] 상제(桑梓) : 뽕나무와 자작나무란 뜻으로 조상들의 터전 즉 고향을 말한다. 시경 詩經<소아 小雅>.소변 小弁"에 "부모가 심은 뽕나무와 자작나무도 공경한다(惟桑與梓必恭敬止)라는 데서 따왔다.

[주2] 동량(棟樑) : 기둥과 들보. 또는 동량지재(棟樑之材), 한 나라나 집안의 기둥이 될 만한 인재를 말한다.

2). 객야[客夜] 나그네의 밤 / 두보(杜甫). 운자(韻字)는 ’庚’客睡何曾着 나그네 어찌 잠이 들수 있으랴秋天不背明 긴 가을밤을 지새워도 밝지 않는다.入簾殘月影 새벽달 그림자 발에 걸쳐 들어오고高枕遠江聲 높이 벤 베개 넘어 강물소리 들리네.計拙無衣食 세상살이 서툴러 의식이 빈궁하고途窮仗友生 궁하면 벗에게 의지함이 고작이니老妻書數紙 늙은 아내의  몇 번 편지에다應悉未歸情 “못가는 처지 다 아노”라고.

   
 
3). 달밤[月夜] / 죽천 김진규(竹泉 金鎭圭), 운(韻)은 ’庚’ 
고요히 잠 못 드는 깊은 밤, 뭇 소리 들려오고 구름 뚫고 나온 달빛에 온 바다가 밝디 밝다. 더럽혀진 내 영혼이 교교한 달빛에 깨끗이 씻기는 듯, 이 땅 거제도는 물이 끝나는 변방에 있어, 신선이 사는 삼신산과 가깝다고 확신한다.

境絶遺塵慮 막다른 변경에서 세속의 잡념 더하고
宵深閴衆聲 깊은 밤중 고요한 뭇소리,
雲開天宇曠 구름 걷히고 하늘 전체가 트이니
月浴海波明 달이 목욕하고 바다의 물결 밝아온다.
灝氣盈襟爽 청명한 기운이 가득하여 옷깃이 시원하고
浮光溢目淸 떠 있는 달빛 넘쳐 맑아진 눈,
還忘在羅網 물이 돌다 끝난 곳에 나망(羅網)이 있으니
只道近蓬瀛 다만 그 곳이 봉영산과 가까우리라.  

[주1] 나망(羅網) : ① 그물. 새 잡는 그물. 함정. 법률이나 法網(법망)을 일컫기도 함. ② 그물을 씌워 새를 잡듯이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움.
[주2] 봉영(蓬瀛) : 신선들이 산다는 삼신산 가운데 봉래산과 영주산.

   
 
4). 객야상념[客夜想念] / 형파(螢波) 고영화(高永和)
바람 소리는 대밭을 부순 듯하고 달빛은 수정봉에서 빛나는데, 꽃잎 진 나무는 멀쑥하고 달빛은 뜰에 가득하다. 꿈속 고향을 헤매다가 파도소리에 놀라 깨니 나그네 시름 어수선한데 창밖에는 찬별만 반짝인다. 나그네 밤잠이 적어서 솜옷입고 밖을 나가보니 먼 들판 맑은 기운이 바닷가로 따라와, 하늘의 은하가 푸른 바다에 잠겼어라.

물고기는 달빛 맞는 듯 물결 위를 뛰놀고 갈매기는 놀라 큰소리로 울어댄다. 은빛 물결 넘실대는 바다의 늦가을 밤, 어드메서 어부들의 노랫소리 바람타고 들려오고, 귀양 사는 나그네의 향수를 일으키니, 언제 고향땅에 다시 돌아갈꼬.

무단히 낙엽이 진다손, 머리털이 센다고 어찌 가슴 아파하랴. 쓸쓸한 거제도 바닷가 외진 마을, 새벽녘 낚싯대를 쥐고 떼배를 타고 조수 따라 둥실 떠 오르내리는데 도롱 삿갓 어찌 그리 홀가분한가? 뱃전을 두들기며 탁영가(濯纓歌)를 부르리라.

초택(우거하는 초가집)에 자주 비를 뿌리니 고향 소식 전할 인편 드물고 안부를 묻고 파도 방도가 없으니 북으로 돌아가는 애 궂은 기러기를 불러보는데, 눈바람이 뜰을 메운 굶주린 까마귀만 떠들어 댄다. 차가운 등불 깜박깜박 잠 못 이루고 시름할 제, 이별의 시름에 놀란 나그네 꿈, 고향 땅이 아련하기만 하여라.

나의 금계(金鷄) 꿈은 쇠잔한 달을 따라 물굽이로 지나가누나. 시름겨운 객지의 밤에 기댄 베개 뒤척이는데 주렴 뚫고 비친 달빛이 시냇물소리에 맞추어 춤추는 듯 아롱거릴 때, 창 앞의 귀뚜라미 한 곡조 읊나니 정과정곡일러라.

[주1] 탁영가(濯纓歌) : 《맹자》 이루 상에 “유자(儒子)가 노래하기를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했다.” 한 데서 온 말로, 즉 시세(時勢)에 맞추어서 진퇴(進退)한다는 뜻이다. ‘탁영(濯纓)’은 갓끈을 빤다는 뜻으로, 초(楚) 나라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 강담(江潭)에서 노닐 적에 어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어부가 세상과 갈등을 빚지 말고 어울려 살도록 하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굴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어부가 빙긋이 웃고는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면 될 걸.[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에 나온다.

[주2] 금계(金鷄) : 당나라에서는 대사(大赦)가 있으면 붉은 옷 입은 아전이 금으로 만든 닭을 가지고 돌아다닌다고 한다.

5) 초승달[新月] /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고현천변에서.
옛사람들은 구름을 보면서 향수와 우정, 사랑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구름 걷힌 푸른 하늘은 근심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 비운 마음, 즉 깨달음을 얻는 해탈의 경지를 연결해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구름사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맑고 청량하며 고고한 영혼의 위로와 기원의 대상인 고귀한 거울이었다.

蒼茫海上月 창망한 바다 위에 뜬 저 달
今夕又生明 오늘 저녁도 밝은 빛 비추누나.
白首身三竄 백발의 몸이 세 차례나 이배되니
危魂日九驚 위태한 넋이 하루 아홉 번 놀라라.
爺孃消息斷 부모님의 소식이 이미 끊어졌으니
妻子別離輕 처자와의 이별은 외려 가볍구나.
獨立荊扉下 사립문 아래 나 홀로 섰노라니
緣林澗水鳴 숲을 따라 흐르는 여울물 소리.

   
 

6) 밤의 감회 3수[夜懷 三首] / 이행(李荇) 1506년.
雨退雲銷天宇寬 비 물러가고 구름 사라져 하늘 넓은데
海風吹月恰成團 경단처럼 둥근 달을 바닷바람이 불도다.
故人咫尺不相見 벗이 지척 거리에 있어도 만나지 못하니
方信人間行路難 인간 세상 행로가 어려운 줄 비로소 알겠네.
風聲更助水聲喧 바람 소리 다시 시끄러운 물소리 보태고
月色全開山色昏 달빛은 온전히 펼쳤고 산 빛은 어둑하여라
急喚小僮燒榾柮 급히 아이놈 불러 장작불을 지피라 하고
一杯聊復慰羈魂 한 잔 술로 애오라지 객지의 시름 달랜다.
澗水無端晝夜鳴 여울물이 무단히 밤낮으로 울어 대니
不眠孤客若爲情 잠 못 드는 나그네 마음을 어이 가눌꼬.
百年未半頭先白 인생 백 년 반도 못 살아 머리털이 세니
歸去何時問耦耕 그 언제나 전원으로 돌아가 밭갈이 할꼬.

7) 중추(中秋)의 밤[中秋夜] / 이행(李荇) 1506년.
1506년 거제시 상문동 유배객 이행(李荇)선생은 '중추(中秋)의 밤' 한시 중에 투박한 나무젓가락으로 김치를 안주 삼아, 보름달 속 옥토끼와 더불어 거나하게 취한다.

昨日天無雲 어젯밤엔 하늘에 구름이 없더니
今宵埋月輪 오늘 밤엔 둥근 달이 묻히었구나.
造物已多忌 조물주도 이미 시기심이 많거니
況乃塵俗人 티끌세상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幸喜雨不作 그래도 다행히 비는 오지 않기에
小庭布重菌 작은 뜰에 방석을 깔고 앉았노니
從我者兩子 나와 자리 함께한 이는 두 사람
意得無故新 뜻이 맞으매 새롭고 오램이 없어라
簡書縱可畏 간서 내려올까 비록 두렵기는 하지만
薄酒聊自親 맛없는 술이나마 애오라지 가까이한다.
未信夜刻永 밤이 길다는 것은 믿지 못하겠고
但覺杯行頻 술잔이 자주 도는 것만 깨닫겠어라.
寒菹半生熟 찬 김치는 반은 익고 반은 날것
木箸亦已眞 나무젓가락은 역시 참되어라
孤光在何分 외로운 달빛은 어드메에 있느뇨?
玉兔徒逡巡 옥토끼는 속절없이 머뭇거리누나.
浮世例憂患 덧없는 세상 우환은 으레 있게 마련
百年餘幾辰 인생 백 년이 그 며칠이나 남았느뇨?
西風殺白露 서풍이 흰 이슬을 불어 없애는데
有淚濕衣巾 눈물 흘려 옷과 수건을 적시노라.

[주1]뜻이…없어라 : 서로 뜻이 통하니 처음 사귀었어도 오래 사귄 것만 같다는 것이다.
[주2] 간서(簡書) : 조정에서 벼슬아치를 발령할 때 내리는 공문이다. 《시경》 소아(小雅) 출거(出車)에 “어찌 돌아가길 생각지 않으리요 마는 이 간서를 두려워한다.” 하였다.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는 공무에 몸이 속박될까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용재가 조정의 명이 내려져 귀양이 풀리거나 거제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되어 여기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과 헤어질까 걱정이라는 뜻으로 말하였다.
[주3] 나무젓가락은 역시 참되어라 : 투박한 나무젓가락으로 김치 안주를 집어 먹는 것이 진솔(眞率)하다는 것이다. 두보(杜甫)의 〈낙유원가(樂遊園歌)〉에 “자루가 긴 나무 표주박은 진솔함을 보인다.[長生木杓示眞率]”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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