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고귀한 목숨과 함께 침몰중인 '세월호' 선수 부분

행여 생존자 구조라는 자막이라도 펼쳐지지 않을까 하여 잘 보지도 않던 TV뉴스를 지켜보다가 오히려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는 고개를 떨구고 가슴이 메어 울먹거린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학교 교감은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고 적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475명의 탑승자, 그 중 325명의 학생과 14명의 교사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고작 학생 75명과 교사 3명 등 7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승객과 학생, 교사들은 아직도 배에 갇혀 넋이 되었건 살아있건 무서움과 추위에 떨고 있다.

살아 돌아온 학생 대부분도 밤에 잠을 못 이루거나 깜짝깜짝 놀라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전문가들은 ‘살아 돌아온 자의 죄책감’이라고 진단한다.

살아서 돌아온 어린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어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나라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어른들은 이제 그 나마의 죄책감을 느낄 겨를마저 빼앗기고 말았나 보다. 이 땅에 살아남은 자의 도리를 지키기 위하여 우선 깊고 진심 어린 애도가 필요한 까닭이다. 모든 것이 참담할 뿐이다.

그러나 단세포적인 화성인에게는 감정이 있을 리 없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경남도당은 “20일까지 후보자 및 당원들은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국민적 슬픔에 동참하기 위하여……” “유족들의 슬픔에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하여……”

여야 정치권도 모든 선거활동을 중단하고 자중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화성에서 온 정치인들은 개념이 없다. 소중한 생명의 무사귀환을 핑계 삼은 이런 선거홍보 문자를 받았다.

“소중한 생명들의 무사귀환을 빈다. XX 후보 아무개”라고 쓰여 있다. 애도를 빙자한 선거문자도 받았다.“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XX예비후보 XXX”.

선거운동의 자발적 금지에는 정쟁도 포함될 것이다. 거제시장에 출마한 모 예비후보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면서 녹취록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고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파장을 일으켰다. 

상대후보는 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거제시선관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거제시선관위는  17일 거제경찰서에 수사 의뢰하여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수사진행 중이며, 18일에는 상대후보측에서 직접  모 예비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이렇듯 매일 선거에만 매몰된 이전투구와 진흙탕 싸움에 대한민국 국난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의 슬픔은 이 땅에서만은 온데간데 없다. 적어도 “20일까지 후보자 및 당원들은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던 구호가 무색할 따름이다. 멱살잡이를 하다가도 이웃에 초상이 나면 멈추고 애도를 표하는 것이 우리 고유의 미덕이다.

이제 혹자들의 양심을 가리켜 되묻고자 한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된 넋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이 깨끗하다는 화성인 개념인가? 내 자식은 바다에 빠져 생사를 오락가락 하지 않으니 나와는 상관 없다는 이기적 발로의 화성인의 단세포인가?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면 정녕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화성인의 감정인가?

화성에서는 오늘도 비탄과 슬픔에 대한 전언이 있을 리 없고, 우리는 화성인으로부터 어떠한 것도 기대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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