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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보리밭에 펼쳐진 황토물결[연재]손영민의 풍물기행...토형예술촌

   
 
비에 젖은 소녀를 업고 소년은 씩씩하게 징검다리를 건넌다. 소년의 등에 묻은 황톳물이 이 소녀의 윗도리 가슴팍에 베어들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소년에 대한 추억으로 영원히 소녀의 가슴속에 우리의 사춘기 속에 묻혀있다.

산골촌놈인 나는 2014년 4월 어느 날 ‘황토와 보리밭’을 그리며 시골 버스를 타고 동부면 오송리까지 갔다.

이 무렵 동부 들녘엔 한창 이삭이 패어, 익는 물이 들기 직전인 황토보리밭이 있다. 그것은 생명의 빛깔이 얼마나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나는 버스 안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며 그곳에 갔다. 버스가 죽림해변을 지나면서부터 보리밭이 펼쳐진다.

더 넓은 동부평야는 군데군데에 보리를 갈아 놓은 것이다. 바람결에 녹색파도를 일구는 그곳, 보리밭 색깔은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없는 이 땅 청초한 초록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양천 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보리밭은 누리 벌건 황토에 얹혀있다. 황토는 또 하나의‘고향’이자 우리 몸을 키워준 텃밭이다. 보리피리를 불며 황토에 딩굴다 들어가면 머리끝에서 검정고무신까지 황톳물이 들곤 했다. 

   
 
뻘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황톳물 든 빨래는 늘 어머니들의 애물이었지만 우리 얼굴색은 황톳물에 절어서 늠름한 황인족이 되었는지 모른다. 버스에서 멈춰선 오송리 바닷가엔 무더기로 피어있는 구절초, 각시원추리, 강아지풀 등 야생화 꽃들의 어우러짐이 싱그러웠다. 향내 나고 풋내 풍기는 살을 서로 비벼대고 섞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곳엔 가끔씩 소나기로 퍼부어대는 개구리 울음도 있었다.

여로에서 맘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특히 자연과 친화의 인간성을 갖춘 사람일 때는 더욱 그렇다. 절실해지면 얻어진다고 했던가. 황토를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린 나는 토형예술촌(055-633-3017)에서 황토염색가 장나영씨를 만났다.

   
 
그는 오송 바닷가인 경남 거제시 동부면 오송리 영북마을에서 폐분교(동영분교) 건물을 빌려 황토염색을 하고 있다. 남편 전현택 토형예술촌장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자기 예술가다.

그는 이곳에서 황토연구를 거듭한 끝에 어느 정도 염색방법이 손에 잡히자 주변사람들에게 속옷류의 소품을 선물했다. 그런데 한 번 써본 사람들이 이불과 이부자리도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다가 전현택, 장나영씨 부부는 도자기 체험과 황토염색 체험장이란 이름을 내걸게 됐다.

이런 황토염색 과정에는 이만저만 공력이 드는 게 아니다. 우선 노자산 주변에서 공사로 땅이 깊게 패인곳을 찾아 3m이상 깊이에서 비료나 오염물질이 닿지 않는 황토를 구해낸다. 황토를 물에 타서 손으로 걸러내는 3번의‘수비과정’을 거치고, 공장에서 나온 광목천을 푹 삶아 화공약품 기운을 빼낸다. 그 천에 황톳물을 들여 옷감이 햇볕에 잘 마르면 10번의 손길을 거쳐야 고운 황토빛깔이 살아난다.

그들에겐 건강한 황토 빛 소망이 있다. 그 일의 한 단계로 황토체험 학습장을 열었다. 땅기운을 못 받고 자란 요즘 아이들, 특히 가난한 아이들에게 천연 염색 체험을 통해 우리고유의 색깔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나가는 길손에게 꼭 밥을 먹여 보내던 우리의 미덕을‘덤 문화’라는 이름으로 살려내는 것도 그가 하고픈 일이다.

토형도예촌은 체험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것은 거제를 찾는 사람들이 거제의 다양함을 맛보고 가길 원하기 때문. 늦은 시간이라도 이곳을 찾으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부의 푸근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만 찾아가기 전 예약은 필수.

   
 
   
 
# 여행정보

* 인근체험관광(산근어촌체험마을)

한려해산국립공원 중심권역으로 드나듦이 심한 라이스식해안, 기안절벽, 500년 이상 된 포구나무숲 등, 뛰어난 자연경관 감상과 천정해역의 풍부한 수산자원의 바다낚시체험, 갯벌생태체험, 어촌야영체험 등 다양한 어촌체험이 가능하다. (문의 : 남부면 탑포리 055-635-4115)

   
▲ 손영민
* 숙박

가족과 친구끼리 조촐한 별장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거제 들풀펜션(055-638-2521)은 새벽이면 펜션 앞의 오송바닷가에서 물안개 피어 오르는데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펜션 뒤로는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심어준다.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방파제 낚시터가 있고 인근에는 죽림해수욕장, 거제 자연예술랜드, 거제5일장 등 갈만한 곳도 많다.

글, 사진: 손영민 /칼럼니스트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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