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린품삯 지급해 달라며 8일 오전 시청 정문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굴삭기 및 덤프연대 회원들.

지역 내 한 전원주택 건설현장의 시공사 부도에서 촉발된 토목하도급업체들에 대한 품삯 체불이, 결국 업계 근로자 300여명의 시청정문 집회로 이어졌다. 발주처는 시공사에 누진기성을 이미 줬다고 하고, 기성을 받은 시공사는 수개월 전 부도를 내고 잠적한 상황에서, 일을 해 놓고도 품삯을 받지 못한 토목하도급업체들의 불만이 폭발한 형국이다.

8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거제지회와 거제굴삭기연합회 소속 회원 300여명은 오전 9시부터 거제시청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시공사의 고질적인 품삯체불을 성토한 뒤, 근로자들의 품삯을 떼먹고도 아무 일 없는 듯 공사가 진행되는 현실에서, 거제시의 공사현장 관리감독 부실도 맹렬히 질타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전원주택건설현장(장목면 외포리 산123 이원)에서 일한 덤프트럭 및 굴삭기 근로자 40여명의 품삯 3억1000여만원이 지금까지 체불되고 있다며, 현장 시행사인 거목건설에 잠적한 시공사를 대신해 체불임금을 하루빨리 정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앞선 지난 7일 이들은 품삯체불 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에서 공무원의 중재로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굴삭기 및 덤프연대측은 “국도대체우회도로(1공구) 하청업체 부도당시 원도급사가 밀린 품삯의 70%를 지급한 전례가 있다”며 “공공시설이 아닌 사인간의 거래인 이번에는 체불품삯 80%를 발주처에서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 논란의 시발점이 된 장목면 외포리 마을 앞산 전원주택단지 조성 공사현장

이에대해 발주처인 거목건설은 “품삯을 체불한 곳은 시공사 (주)KR종건이다. 이들로부터 약1억9000만원 정도의 품삯이 체불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법적으로 발주처가 체불품삯을 지급할 의무는 없지만, 도의상 30% 정도의 금액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맞서면서 중재가 불발됐었다.

이날 집회는 결국 앞선 중재결렬에 따른 해당 근로자들의 실력행사였던 셈이다. 이들은 집회 뒤, 시내 가두행진 및 임금체불 대표 현장인 외포 공사현장을 항의 방문하고, 다시 거제시청 건축과로 이동해 거제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체불임금이 해결될 때까지 공사중단 조치를 내려줄 것을 주문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무턱대고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다“면서도 ”끝까지 협의가 안되면, 현장확인을 통해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1차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공사중단 조치도 검토해 발주처에 해결을 모색토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환 건설기계지부거제지회장은 "중장비 근로자 대부분이 하루 벌어 먹고 살 만큼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그런데도 거제지역 건설현장 곳곳에서 중장비 근로자 임금 및 중장비 사용로 체불이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체불 금액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한다"고 고충을 밝혔다.

송 지회장은 또 "상습 체불업자들의 악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거제시에서 '지급보증제' 등 제도적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거제시관계자는 “사인간의 일감거래에 행정이 지급보증을 해 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이번 일이 집회로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비 하도급 업체의 밀린 품삯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발주처의 기성금 지급내역도 세세히 확인한 뒤 양측간 중재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시청 앞 집회 뒤 거리행진에 나선 거제굴삭기연합회 소속 회원과 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거제지회 소속 회원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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