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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항 매립, 그냥 가만히 있을까요?신기방 /편집국장

6.4 지방선거 이후 예전과 달라진 사회현상이 있다면 뭘까. 바로 고현항 매립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그 전까지는 대개가 이 문제에 대해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시(市)가 고현항 매립을 추진하는구나’ 라는 막연한 방관자적 자세였다. 그러다 이 문제가 선거전 이슈로 등장하면서 고현항 매립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고현항 매립에 대한 찬반의견은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항간의 반응은 찬성, 반대, 중간입장 등 꽤나 다양하다. 문제는 거제시가 이 사업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시민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권민호 시장의 이번 선거전 공보에도 이 내용은 빠져있다. 취임 후 발표한 분야별 66개 공약에도 이 사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제시 개청 이래 가장 큰 토목공사로 기록될 이 사업을, 더군다나 시가 직접 지분참여까지 하면서도, 마치 없는 일처럼 시민들에게 ‘소 닭 보듯’ 방관하라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민들의 방관(傍觀)을 유도하면서도 행정절차는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대한 시의회 의견청취는 새로 구성된 7대 의회에서 듣는 것이 순리였다. 그런데도 뭐가 급한지 임기 며칠밖에 남지 않은 ‘끝물의회’에 전격 상정했다. 결과는 임기종료 사흘을 남기고 의회의 ‘의견(조건부 찬성)’을 듣는데 성공했다. 상급기관에서 볼 때 시의회 의견은 ‘주민공청회’ 같은 하나의 절차일 뿐,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안건보류’로 중요한 절차진행에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함에도, 영혼 없는 6대의회가 제대로 ‘거수기’ 노릇을 해 준 꼴이었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은 큰 틀에서 3단계로 진행된다. 첫째가 기본계획수립단계. 둘째가 본 계획수립단계. 셋째가 실시설계 단계다. 기본계획은 지난해 6월 임공섬에서 통매립으로 이미 변경 고시됐다. 지금은 2단계 본 계획수립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본 계획수립이 완료되면 실시설계에 들어가고 그것이 인가되면 곧바로 매립공사가 시작된다. 행정절차는사실상 막바지 단계인 셈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거제시민들의 절대적 반대목소리가 나올 경우, 매립계획을 백지로 돌릴 수도 있다. 매립공사가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흙 한삽 뜨지 않았는데 왜 못 바꾸겠는가.

그런 점에서 도대체 거제시는 왜 고현항 매립을 추진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공익에 부합하는 재정사업이 아닌,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윤을 안겨주는 과도한 매립을 시도하는 것인지. 거제시는 이를 항만재개발이라고 명명했다. 노후된 항만기능을 제고(提高)하고 도시기능을 향상(向上)시켜 복합도시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게 핵심 논리다. 우선 이 두 가지만 한번 짚어보자.

고현항에는 거가대교 개통이후 여객선 운항이 사라졌고, 도시화과정에서 어민들도 거의 없는 사실상 무늬만 국제항이다. 그런 고현항의 항만기능을 굳이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을까. 이용가치가 사라진 항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뭘 할 것인가. 요트계류장이나 크루즈선을 유치해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고현항은 수심이 낮아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가 없다. 설령 준설을 통해 수심을 높여도 좁아진 수로 탓에 금방 토사가 쌓일 것이다. 요트계류장은 지세포항 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결국 고현항의 존재가치는 항만기능이 아닌 호수공원 같은 도심의 허파기능에 방점이 찍혔다고 봐야 한다. 이런 공공의 자산을 메워 상업지 만들고, 초대형아파트 부지 만든다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

다음이 도시기능 제고를 통한 복합도시 공간 창출이다. 일견 그럴듯한 그림이다. 해운대를 버금가는 초호화 상가타운을 만들면 왜 안 좋겠는가. 그런데 말이다. 왜 그곳이 굳이 고현항인가. 상동이나 수월에 신도시 만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고현의 일극집중에서 오는 각종 적폐(積弊)들을 거론하기도 숨이 찬데, 다시 그 중심에 더 집중화된 도시를 만든다고? 국도14호선 한 축밖에 없는 도로가 문제된다면 소오비에서 장평까지 고현항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으면 될 일 아닌가. 부산광안대교가 이를 너무도 잘 증명하고 있질 않나. 그걸 굳이 매립을 해서 도로를 내겠다고?

고현항 매립은 고현의 일극집중에 따른 도시기능 적폐를 심화시키고, 고현시가지 기존상권을 몰락시키는 재앙일 뿐이다. 지역균형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고현항 매립이 시작되는 순간, 상동과 수월 장평지역 도시화는 20년 이상 늦어진다고 봐야 한다. 더 걱정되는 건 자연재해 우려다. 기존 매립지보다 약2m를 더 높여 매립할 방침이라는 점에서, 고현 장평 중곡지역 턱밑에 2m 높은 벽이 하나 생기는 것과 다름없다. 웬만한 비만와도 길 잃은 물이 고현 장평 중곡시가지를 유령처럼 떠돌 것이다. 그 꼬라지를 어찌 보며 살꼬!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우리는 선장과 선원이 도망가는 동안, 생때같은 학생들이 수장되는 현잗을 TV생중계로 목격했다. 몹쓸 선장과 선원들은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 아이들은 그 말을 믿고 그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수장됐다; 고현항 매립을 추진하는 권민호 시장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공약조차 하지않고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시민들은 정말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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