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5세를 맞은 옥채련(연초면 오비리) 옹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 했다. 최근 치러진 제13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서 ‘전국 최고령’으로 합격했기 때문. 두번째 시험도전에서 이뤄낸 결과다. 그는 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도전했을까? 요양보호 교육수강을 하면서 ‘요양보호를 받으셔야 할 연세가 아니냐’는 반문을 받아야 했던 그다. 옥 어르신과 인터뷰 후 그 반문은 어쩌면 ‘우문’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식구는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아내가 몸져 누운 뒤로 제가 보살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옥씨의 아내도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라고 했다. 요양시설보다는 직접 보살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에 대한 개념도 없이 무작정 보살필 수도 없었다. 간병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아내에게 역정을 낼 때도 있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요양보호를 직접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거제요양보호사교육원을 노크한 그는 교육원에서 ‘청일점’이었으되, ‘젊은 오빠’로도 통했다. 연세를 의식하지 않고 늘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었으리라.

“건강비결요?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잘 먹되 소식(小食)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죠. 저는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누구와 다툰 적이 없어요. 허허..”

비교적 고령임에도 거동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늘 웃는 낯빛이다. 기본적인 건강관리에 더불어, 누구와도 마찰 한 번 없이 때로는 져주고, 때로는 잘 비켜가는 유연함이 장수(長壽)의 지혜인 듯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꼭 합격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단다. 합격보다는 상식의 차원에서 요양보호의 개념을 공부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공부하고 나니 참 좋단다. 환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개념 정리가 됐다. 아무래도 고령의 환자는 ‘어린 아이’가 되는 듯 하다고 너털 웃음을 짓는다. 특히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요양보호를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요양보호는 누구나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기본상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양시설이 있긴 하지만, 내 부모를 시설에 맡겨만두고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는 심리는 없어야 해요.”

자녀들은 제 삶에 바쁘고, 부모는 늙어간다. 상당수 노부모는 그러다 요양시설로 가게 되는 세태가 아쉬운 듯 했다. 그는 특히 홀몸 어르신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강조했다. 주변에 쓸쓸히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방 한 켠으로 옥씨의 아내인 할머니의 모습이 엿보였다. 누워 있었지만 신문을 읽는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기사 : 새거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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