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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紅蛤)·바지락(蛤蜊)·조개(雕介)[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거제도 역사의 약80% 이상이 바다를 통한, 전쟁과 수군진영∙선박∙항해의 역사이며 그 외 유배와 목장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거제도의 정체성은 이러한 역사 속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사면이 바다인 거제도에 해양문학과 전쟁문학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풍성하게 창작하고자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야한다. 바다라는 지역의 문화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제고 없이는 사실상 거제도만의 지역문학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거제도 지역 문학이나 여러 예술부분이, 수도권 중앙의 예술문학을 거제지역에서 검증하는 것이 된다면 이는 단순히 거제도라는 지역을 빌린 것일 뿐이며, 중앙의 부록으로 전락하는 동시에 중앙의 하청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까지 축척된 토양위에서 섬지역의 독립성 특이성을 고려(考慮)한, 문학본연의 정신이 담긴 창작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이다. 그리고 조선후기 육지로부터 피압 받고 멸시 당했던 변방 섬지역의 과거 피해의식∙자격지심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상상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야한다.

예로부터 거제도는 어느 지역 부럽지 않는 유무형의 수많은 자연문화예술의 자산이 있음에 우리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하며, 이를 토대로 미래세대에게 떳떳한, 오늘을 살아야 하겠다.

세계적인 해양문학, ‘조나단 리빙스턴’이란 의인화한 갈매기 하나를 단일주인공으로 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과, 20세기의 대문호 헤밍웨이의 걸작 『노인과 바다』 등은, 바다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해양문학 작품이다.

해양문학 속에도 갯벌문학, 어촌문학, 어업문학, 조선산업∙노동문학이 그만큼 수준 높게 창작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더하여, 실제 선원들이 삶의 체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나 또한 갯벌과 어민의 생생한 삶이 담겨있거나, 세계적 조선산업의 중심에 서있는 건설현장의 노동문학 등, 거제도의 창의적인 해양문학작품은 질적 양적으로 사실상 부족한 현실이다.

거제도의 정신이 담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조해 나가고 이에 산업과 결부시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지역의 지성인으로써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익숙한 사고방식을 뛰어 넘어야 창의력이 나온다. 냉철한 지성과 합리적 판단∙직관∙안목∙통찰력으로 새로운 미래문화 창출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창의적인 천재가 필요하지 과거의 굴레 속에서, 지식만 많은 모범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문학을 통해 거제시의 現 사회상을 살펴보고, 선각자로서 미래를 선도하며, 시대현실적인 관점을 표현해 내는 현실사회문학이 부족하다.

앞으로 섬지역이라는 특이성을 되살려, 문학∙철학∙역사∙정신적인 면에서 심도(深度)있는 통찰사유(洞察思惟)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문화적 글로벌 사고와 더불어, 외연을 넓힌,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이에 “폭풍우 몰아치고 뇌성벽력 치는 험난한 바다에서도 의연(毅然)히, 길을 잃지 않는 정신”을 가지기를 소원해 본다.

1) 홍합(紅蛤 淡菜)

담채(淡菜) 또는 홍합은 숙취해소는 물론 비만에도 좋은데, 한쪽이 뾰족하고 가운데 잔털이 있다. 일명 담채·담치·참담치·이패(貽貝)·합자(蛤子)·해폐(海貝)·희패(姬貝)·각채(殼菜)·주채(珠采)·열합·강섭·섭조개·동해부인(東海夫人) 등으로 불린다.

생김새는 아름답지 못하나 사람에게 매우 좋고 삶아서 먹으면 더 좋다. 아무 때나 잡아서 써도 좋다[본초].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맛이 짜지만 이것만은 맛이 심심하기 때문에 담채라고 하고 민간에서는 홍합(紅蛤)이라고 한다[입문]. 『방약합편 1885년』을 보면 홍합은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하며 음식을 소화시켜 부인들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도 "오장의 기운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히 하며 성기능장애를 치료한다. 몸이 허해서 자꾸 마르거나 아기를 낳은 후에 어혈이 생겨(피가 뭉쳐) 배가 아플 때 이용하면 좋다"고 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 1814년』에는 참 홍합을 담채(淡菜) 일명 홍합(紅蛤)이라 하였고 살의 색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으며 맛이 감미로워 국에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지만 그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 "음부에 상처가 났을 경우 홍합 수염을 불로 따뜻하게 해서 바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중국 사람들은 홍합이 여성을 닮았다고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부르면서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고 믿어왔다. 홍합은 늦겨울에서 초봄까지가 제철이어서 겨울철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홍합을 맛볼 수 있다. 홍합은 부추전을 해 먹어도 좋고 홍합콩나물 국을 끓어먹어도 좋다.

옛날 우리나라 설화 중에, 과거를 보려고 가던 사람이 부인을 너무 사랑하여 서울로 떠나기를 주저 하니, 부인이 삶아 말린 큰 홍합을 하나주어 보냈다. 이 사람이 가다가 부인이 보고 싶으면 주머니에서 꺼내보고 히죽히죽 하도 웃길래, 그 모습을 본 행인이 궁금하여 살짝 훔쳐보니 홍합인지라 길 가에 버렸다.

이 사람은 홍합이 없음을 알고 과거를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만큼, 여성을 상징하는 바다의 어패류였다. [동해부인 홍합, 서해부인 키조개, 남해부인 전복]

거제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왕조실록 1450년 세종32년 초봄에, 거제도 옥포(玉浦)등지에서 적조가 발생해서, 홍합(紅蛤)을 먹은 자가 7명이나 죽었다고 당시 경상도 감사가 장계를 통해 전하고 있다.

홍합은 세계적으로 2백50여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우리나라에는 토종인 참홍합을 비롯해 진주담치, 뿔담치 등 20여 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요즘 우리가 먹는 홍합은 대부분 외래종인 진주담치이다. 홍합은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인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맛이 떨어지며 삭시톡신(Saxitoxin)이라는 마비성 패류독이 검출되기도 해 조심해야 한다.

젊은 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시절, 포장마차에서 담백한 홍합국물과 함께 한, 소주 한잔은 겨울철 최고의 안주꺼리이자 보양식이었다.

   
 
(1) 담채를 삶아 먹다[食烹淡菜]. 임상원(任相元 1638∼1697) 염헌집(恬軒集).

春漲久妨漁 봄물이 불어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방해하니
日聞廚人憂 날마다 부엌데기의 근심소리가 들린다.
爨淸雕俎罷 아름다운 조두(俎豆) 그릇을 치워 부뚜막이 깨끗한데
盤飣靑蔬柔 상 위의 그득한 푸른나물은 부드럽구나.
鹹菜出東溟 김치(鹹菜)가 동쪽 바다로부터 와서
翠帶一束稠 푸른빛 띠로 한 묶음 묶여 빽빽하고
淘濯試見火 쌀을 씻고 잠시 불을 피우는데
觱沸海煙浮 용솟음치는 바다안개가 떠다닌다.
乾硬體向爛 단단하게 말린 물건이 빛나서
膩滑色如流 곱고 반들반들한 색깔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盈筐佐老饕 가득찬 광주리가 대식가를 불러
飫嚼香生喉 실컷 먹으니 향기가 목구멍에서 피어난다.
差堪豢豹敵 능히 표범을 기를 만큼 버금가지만
豈啻蹲鴟儔 어찌 토란에 필적하다 하리오.
吾聞海中石 내가 들으니 “바다 속의 돌을
根揷貝宮幽 뿌리째 뽑아 끼워도 용궁은 멀다“하네.
潤抽荇藻形 물에 젖은 마름 풀 부레 형상을 뽑아내는데
陰包鰌鯢游 꾸러미로 덮인 곳에 물고기가 헤엄치고
漂浮易拾掇 떠다니니, 쉬이 주워 모아
競入商船收 사람들이 다투듯 상선으로 가져간다.
此府在峽中 이 고을은 골짜기 사이에 있어
雉兔亦難求 꿩과 토끼 또한 구하기 어렵다.
去鄕又負腹 고향을 떠나있어 속상하지만
微官汔可休 미관말직에도 잠시 쉴만하네.
今朝得一飽 오늘 아침에 한 끼 배부르게 먹었는데
更侑黃金舟 다시 음식이 담긴 누런 금빛의 그릇을 권하였다.
贊皇淫於味 임금에게 아부하려 좋은 맛을 탐하니
萬錢充朝羞 한 끼 식사에도 많은 돈을 들이는 조정이 부끄럽다.
嗛嗛極珍美 작은 놈들이 극히 진귀하고 아름다웠고
膽破羊萬頭 만 마리 양의 머리 같아 매우 놀랐다.
恭儉鮮傾跌 공손과 검소함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奢汰招禍尤 사치로 인해 더욱 화를 불러들인다.
三歎志斯感 이 같은 생각에 여러 번 탄식하지만
何用彈蒯緱 괴구의 칼을 두드릴 필요는 없도다.

[주1] 함채(鹹菜) : 소금에 절인 채소(菜蔬). 김치. 해초(海草).
[주2] 준치(蹲鴟) : 토란의 별칭으로 , 올빼미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3] 일식만전(一食萬錢) : 한 끼 식사에 많은 돈을 들인다는 뜻으로, 매우 사치스러운 생활을 비유해 이르는 말.
[주4] 함함(嗛嗛) : 원한을 품은 채 참고 견디는 모양. 매우 적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
[주5] 괴구가[蒯緱歌] : 매우 가난하여 노끈으로 칼자루를 장식한 검[蒯緱之劍]을 들고 맹상군(孟嘗君)을 찾아와 식객 노릇을 하던 풍훤(馮諼)이 불렀던 장협가(長鋏歌)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한 것을 뜻한다.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며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노래하는 일종의 희망가이다. 보통 탄협가(彈鋏歌)로 많이 쓴다. 전국 시대 제(齊) 나라 풍훤(馮諼)이 손잡이를 노끈[蒯緱]으로 감은 칼을 두드리며 맹상군(孟嘗君)에게 처우 개선을 요구했던 고사가 있다.

(2) 홍합[紅蛤] / 이응희(李應禧 1579∼1651)

有蛤滄溟裏 푸른 바다 속에 조개가 있는데
形微百不侔 형체는 미미해 보잘것없지만
丹赤珍輝燦 붉은 빛이 보배처럼 빛나고
甜香美味優 감미로운 향과 맛도 뛰어나다.
冬拾宜盤膳 겨울에 채취하면 반찬으로 좋고
春乾入宴需 봄에 말린 건 잔치 음식에 쓰인다.
雖居魚蟹下 비록 생선과 게만큼은 대접을 못 받는다 해도
嘉品食無儔 빼어난 맛만큼은 비길 데가 없구나.

(3) 해물초인 일체[海物肖人一體] 사람을 닮은 바다 생물 일체 / 이덕무(李德懋),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앙엽기(盎葉記).
① “바다에는 매우 기이하고 괴상한 생물이 많다. 일체 사람을 닮아, 대낮에 큰 목선 위에도 가끔 나타나기도 한다. 최초로 능준(凌準 당나라 8司馬)이 시문에서, 마치 사람머리를 닮은 ‘부청(蚨蜻)’, 사람 발처럼 지느러미로 걸어 다니는 ‘현라(玄羅)’, 남성의 양근을 닮은 ‘척거(戚車)’, 여성의 성기를 닮은 ‘문설(文囓)’ 등을 적고 있다.
② ‘척거(戚車)’는 아마 해삼(海蔘)으로 바다의 남자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소위 속칭 ‘오만동(五萬銅)‘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③ ‘문설(文囓)’은 홍합(紅蛤)인데 동해의 부인(夫人)이라 일컫는 것이다.
④ ‘장거(章擧 낙지)’의 다리(脚)는 천연두 걸린 아이의 손가락을 닮았다. 비유컨대 아주 묘하다. 교활한 바닷게의 눈자위에 장군의 얼굴을 갖추니 자연의 조화가 더없이 정교하다. 아! 또한 기이하다.“

[海物多有奇奇恠恠 肖人一體 艅艎日䟽 元凌準撰 蚨蜻似乎人首 玄羅似人足 戚車似男陽 文囓似女陰 按戚車 或是海蔘 一號海男子者歟 抑亦俗所謂五萬銅之別名歟 文囓 或是紅蛤 一號東海夫人者歟 章擧之脚 似痘兒指 取譬極妙 鬼鱟之匡 具將軍面 造化至巧 吁亦異哉]

2) 바지락[합리(蛤蜊)]

바다에서 나는 조개의 일종인 '바지락'을 가리키는 말로 '취조(吹潮)', '현합(玄蛤)'이란 이름이 있다. 얼룩덜룩한 무늬 때문에 '잡색합자(雜色蛤子)'니 '화합(花蛤)'이라고도 한다. 花(꽃 화)는 알록달록한 것을 가리킬 때 곧잘 붙인다.

사합(沙蛤)이나 사리(沙蜊)도 바지락을 가리키는 말. 沙(모래 사)가 들어 있으니 모래펄에 사는 조개임을 알 수 있다. 합리(蛤蜊)는 본디 合蜊(합리)라고 썼다. 껍데기 두 쪽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漢(한)나라 때 노오(盧敖)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선비가 바지락 살을 먹는다면 보통 사람과 똑같이 먹는 것이고 몸이 순수하고 가볍다는 느낌이 없을 텐데 어찌 몸을 벗어나 하늘에 오르겠는가?“[若士者食合之肉 與庸民同食 無精輕之驗 安能縱體而升天]

여기 선비는 사실 신선술(神仙術), 즉 신선이 되는 방법을 익히는 방사(方士)를 가리킨다. 그래서 하늘에 오른다는 말이 적어도 노오(盧敖)에게는 비유가 아니다. 노오(盧敖)의 말을 가만히 보면 漢나라 때 사람들도 바지락을 어지간히 즐겼던 모양이다.

唐(당)나라 때 시인 피일휴(皮日休)에게 병주(病酒)라는 시가 있다. 병주(病酒)는 술을 마신 이튿날 숙취(宿醉)를 달리 이르는 말. “만사를 제쳐두고 한잔 하고 싶은데 담 밖에 바지락 사려 소리 들리네."[何事晩來還欲飮 隔牆聞賣蛤聲] 울고 싶자 매 때린다고 이날 피일휴(皮日休)는 바지락 안주에 한잔 거나하게 취했을 듯하다.

예전에 외갓집, 거제시 아주아양 동네에서 전해들은 설화가 있다. 아주마을에 큰 지네가 많아서 이놈들을 죄다 잡아, 끓는 기름이 든 가마솥에 삶아 죽이고는, 인근 바다에 버렸다. 그런 후로는 어찌 된 것인지 조개만 파서 먹으면 사람이 꼭꼭 죽는다고 전한다.

   
 
(1) 근래에는 바다에도 먹을거리가 매우 적다. 생각건대, 어부가 굶주림으로 어촌에서 떠나갔을 것이다.[近來海錯甚稀 想漁夫飢散而然也] / 임상원(任相元, 1638~1697년)

邇來盤俎欲生塵 근래 소반과 도마에는 먼지만 쌓이기 시작하는데
豈意年荒海亦貧 흉년에 해산물 또한 부족할 줄 어찌 알았으랴.
浦暖謾敎螃蟹鬧 따뜻한 바닷가에는 교활한 방게만 왁자지껄,
潮回空羨蛤蜊新 썰물에 드러난 갯벌엔 바지락만 새록새록.
縱無時雉供三嗅 비록 아무 때나 채취하여 거듭 향내 맡게 하지만
尙有淹蔬敵八珍 오히려 담가 논 바지락은 팔진미에 대적된다.
日費萬錢猶未厭 일비만전(日費萬錢)해도 가히 만족되질 않는데
何公富貴是愚人 하공(何公)의 부귀도 이것에는 우매한 사람일 뿐.

[주1] 팔진미(八珍味) : 중국(中國)에서 성대(盛大)한 식상(食床)에 갖춘다고 하는 여덟 가지의 진미. 아주 맛있는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주2] 일비만전(日費萬錢) : 하루에 드는 비용이 만전이나 된다는 뜻이다. 중국 진(晋)나라의 정승이었던 하증은 굉장한 식도락가여서 한번 식사에 만전을 들여 장만한 음식도 먹을만한 것이 없다고 탄식했다 한다.
[주3] 하공(何公) : 중국 춘추시대 하공(何公)이라는 임금이 넝쿨뿌리 ‘하수오(何首烏)’를 오래 복용하였더니 백발이 염색한 것처럼 흑발로 변했다 한다.

(2) 식장[植杖]. 지팡이를 꽂아놓고 / 이학규(李學逵 1770∼1835)

七秊耕作舊東阡 7년을 묵은 동녘 밭을 경작하는데
每到門前植杖偏 매번 문전에 이르러 세워둔 지팡이가 기운다.
水向秧畦鳴似瀑 물길은 논(畓)가를 돌면서 폭포소리 내고
山於楓杪淡如煙 산 속 단풍나무는 담담하기 연기 같구나.
也知節物非吾土 내 살던 땅이 아니라 철 따른 산물 알지 못하는데
已把榮枯任彼天 한웅큼의 번영(繁榮)과 쇠망(衰亡), 저 하늘에 맡길 뿐,
差喜老饕春更健 기쁜 소식은 봄철에 다시 돋는 늙은이 식탐이라,
菜花魚嫰蛤蜊鮮 텃밭 채소, 생선이 고운데 바지락도 싱싱하네.

[주1] 식장(植杖) : 논어(論語)에서 은자(隱者)들이 지팡이를 땅에 꽂아놓고 김매는 모습을 서술한 것을 연상시키는 단어이다.
[주2] 채화(菜花) : 집 앞 텃밭(채마밭)에서 가꾸던 채소에 핀 꽃을 뜻한다고 한다.

◯ 바지락은 백합과에 속하는 이매패류 연체동물로, 남시베리아에서 중국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소형 어패류이다. '바지라기'라고 불리던 것이 줄어 '바지락'으로 되었다고 한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빤지락', 경남지역에서는 '반지래기', 인천이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반지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껍데기는 달걀 모양의 타원형으로 부풀어 오른 모양으로, 표면에는 방사상 무늬가 있으며, 표면은 거칠고 크기나 색깔, 무늬, 형태 등이 서식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촉수에는 돌기가 없이 간단하며 이빨이 3개 있다. 모래나 진흙 쏙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번식과 성장이 빠르고 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잡이 체험을 하는 주 대상이 바로 바지락이다.

주 산란기는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이다. 바지락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철분, 비타민B,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된장국과 칼국수에 넣는 조개로 쓴다. 날 것을 요리하여 먹기도 하나 번식기에는 중독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3) 서천에서 바지락을 보내와 사례하며[謝舒川寄蛤蜊] 二首 / 이성중(李誠中 1539∼1593)

望月仍成水 보름달로 인해 물이 일어나니
藏珠欲剖身 감춰 놓은 진주 찾고자 몸을 쪼개려 한다.
勞君遠相贈 멀리서 그대가 애써 보내 준,
何啻百朋珍 그 진귀한 먹을거리 어찌 백붕(百朋) 뿐이리오.
擧族入庖宰 온 겨레가 부엌의 요리사가 되니
餘香生齒牙 치아에 남은 향기 생겨난다.
南人應已厭 남쪽 사람들은 이미 배불러 화답하고는
持與北人誇 북쪽 사람에게 자랑하며 보내 주는구나.

[주1] 장주부신(藏珠剖身) : 재물에 눈이 어두워 몸이 망가지는 것을 모른다는 뜻, 배를 째고서 그 구슬을 몸 안에 감추기까지 한다[剖身以藏之], '배를 갈라서 보물을 숨긴다'는 '부복장주(剖腹藏珠)'.
[주2] 백붕(百朋) : 많은 보배. 붕은 쌍조개의 뜻으로, 옛날에 돈으로 쓰인 데서 나온 말.
[주3] 포재(庖宰) : 요리사, 조리사.

(4) 정감사를 애도하며[挽鄭監司] (晦而殼) 二首 / 목대흠(睦大欽, 1575~1638년)

靑春吏部曾留鑑 푸른 봄날 관리들이 이전의 본보기로써 만류해도
白首龍驤獨閉門 백발의 늙은이, 용이 질주하니 홀로 문을 닫았다네.
唯有習家池上月 다만 집안 못 위에 뜬 달만 익숙하여
夜深來去照空樽 깊은 밤에 왔다갔다, 빈 술잔만 비추었지.
孤舟江漢遡斜陽 한강의 외딴 배 저문 햇살 거슬러 올라가는데
萬事悠悠一夢忙 잡다한 세상만사 그저 한바탕 꿈이로다.
秋色自如人不見 가을빛은 늘 수려한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蛤蜊菰葉舊橫塘 옛날 횡단(橫塘)에선 바지락(조개)을 줄잎(菰葉, 향초잎)에 싸 먹었다네.

[주] 횡단(橫塘) : 지금의 남경시(南京市) 서남쪽.

3) 조개(雕介, 蛤)

(1) 附 합(蛤) 사합(絲蛤). 명주조개 / 김려(金鑢 1766~1821)
합(蛤)은 조개이다. 조개의 종류는 심히 많다. 대합 씹(펄)조개 맛살 바지락이라 부르는 것과 사투리로 해월(키조개) 방제(조가비) 마도(말씹조개) 담치(섭조개) 전복 백합 홍합이라 부르는 것이 모두 조개이다. 양쪽 모두 껍질이 있는 것도 있고, 한쪽만 껍질이 있는 것도 있다.

동방(경남)의 사투리로 이들을 통 털어 ‘조개(雕介)’라고 부르는데 이 조개들을 모두 곳곳에 살고 있어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예기> 월령편에 “꿩이 큰 물 속으로 들어가면 큰 조개가 되고 참새가 물속으로 들어가면 작은 조개가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조개는 알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모두 새가 변해서 된 것이다.

조개의 이름과 형태가 각각 다른 것은 여러 새들이 각각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들 모두의 이름을 ‘조개’라고 하는 것은, 날아다니는 모든 것의 이름을 ‘새(鳥)’라고 하는 것과 같다. 지금 바닷가에서 잡히는 조개를 보면 그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백합’이라고 부르는 것이 제일 많은데 그 껍질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그러니 비로소 새들이 조개로 변하는 것이 꿩과 참새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짐승들이 모두 조개로 변화할 수 있으니 이치로 따져보면 새들의 털 색깔이 조개껍질의 색깔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조개 중에서 사합(絲蛤 명주조개)은 서해에서 나는 저합(紵蛤 모시조개)과 비슷하다. 모시와 명주의 의미는 유사하지만 모시조개는 껍질이 매우 작고 가벼우며 예쁘게 생겨서 귀엽다. 그러나 명주조개는 모시조개에 비하면 매우 크다. 아주 큰 것은 주먹만 하다.

예전에 서울의 풍속을 보니 단오날에 새로 모시조개를 사서 껍질 채로 간을 하고 끓여서 탕을 만드는 것을 ‘와각탕(瓦殼湯)’이라고 한다. ‘와각‘이란 사투리로 조개이니 소리가 “와각와각“하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오색 비단 조각을 그 껍질에 붙이고 비단실로 한 줄에 5개나 3개 정도를 묶어서 차고 다닌다. 이것을 부전조개(雕介附鈿 여자아이 노리개)라고 부른다.

요즘 포구의 여자들도 색깔 비단을 조개껍질에 붙여서 차고 다닌다. 그러나 조개가 크고 비단이 거칠어 마치 잘못 흉내 내는 ’효빈(效顰)‘과 같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蛤 蛤蚧也 蛤族甚多 曰蜃曰蚌 曰蟶曰蜆 及方名海月方諸馬刀淡菜全鰒白蛤紅蛤皆蛤也 或有兩邊甲者 或有一邊甲者 東方方言緫名之曰雕介 皆在處有之 不可盡記 經曰雉入大水爲蜃 雀入水爲蛤 然則蛤非卵生 皆飛鳥所化者 其名與形之異 如百鳥之不同焉 其總名曰蛤者 亦如飛者總名曰鳥也 今見海上所捕蛤蚧 其麗不億 而所謂白蛤者最多 然其殼色 色色不同 始知鳥之化蛤 非但雉與雀而已 凡羽蟲之類 皆能化蛤 以理推之 則鳥之毛色 變爲蛤之殼色明矣 有一種名絲蛤 似西海所產紵蛤 紵與絲其義近之 然紵蛤殼甚小而輕姸可愛 絲蛤比紵蛤甚大 大者如拳 曾見京師風俗 以端午日 買新紵蛤 滚泡和殼爲湯 名曰瓦殼湯 瓦殼者方言蛤蚧聲瓦殼瓦殼然也 女兒輩以五色錦片黏其殼 貫綵線縧 或五枚或三枚 作一行佩之 名曰雕介附鈿 今浦上女子 亦以色錦黏蛤殼佩之 然蛤大而錦麤 效顰可噱 ]

[주] 서시효빈(西施效嚬) : 아무 것도 모르고 남을 흉내 낸다는 뜻.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얼굴을 찡그려도 예뻤는데, 그것을 본 많은 여인들이 서시를 흉내 내어 얼굴을 찡그리며 다녔다는 고사(故事).

   
 
① <우산잡곡(牛山雜曲)> ‘섬마을 각시(島村閣氏)’.

島村閣氏健如男 섬 마을 각시들 남자처럼 건강해서
膀濶腰豐竗理暗 엉덩이 크고 허리 넓어 유행에 어둡다.
蛤蚧附鈿拳㨾大 부전조개를 비녀에도 붙이고 큰 조개를 사랑하니
棉絛綰得染田藍 묶은 목화 끈도 들판의 쪽 풀로 물들었다네.

김려(金鑢 1766~1822)의 1803년 7언 절구에는, 고성군 거제시 창원시 인근 해안지역 어촌여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이 칭송되고 있다. 험한 바닷가의 환경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남도 여인의 부지런한 생업이 상세히 그려졌다.

김려 선생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예민한 감수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어촌의 현실을 곧바로 시로서 형상화하여 창작하였다.

섬마을 각시들은 남자 못지않는 건장한 여인이지만 조개껍데기 노리개로 소박하게 꾸미고 유행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위 7언절구를 읽다보면, 해안가 어촌여인의 밝고 긍정적이며 또한 소박하고 진솔하게 살아가는 강한 여인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② 할미조개(老姑蛤)

할미조개는 살이 백합과 같지만, 온 몸이 둥글고 색깔은 희다. 크기는 주발만 하다. 백발의 할머니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老姑蛤肉似白蛤 而渾體圓滿 色皓白 大如碗 酷似白頭老媼故名] 토규(菟葵)는 ‘말미잘’.

③ 장합(長蛤)

장합은 모양이 말씹조개와 비슷하지만 길이가 매우 길다. 길이는 2자(尺)나 되고 넓이는 3촌(寸)이 안 된다. 회를 만들면 맛있다. [長蛤形似馬刀而甚長 長至二尺 廣不過三寸 作膾味佳] 말조개(말씹조개)는 ‘마합(馬蛤)’, 맛조개는 ‘죽합(竹蛤)’ ‘마도패(馬刀貝)’ ‘죽정(竹蟶)’이라 한다.

④ 반달조개(半月蛤)

반달조개는 모양이 백합과 같지만 껍질이 하나로 되어 있다. 소라처럼 입구가 열려있고 정말로 반달처럼 생겼다. 끓여 먹으면 매우 맛이 좋다. [半月蛤形似白蛤 而一殼短成 開口如螺 眞如半月 泡食甚佳].

⑤ <우산잡곡(牛山雜曲)> “문어롱영(文魚弄影)‘’

夜靜谿沉月色微 밤은 고요하고 계곡달빛 고운데
鰝蹄弄影閙苔磯 문어들이 희롱하는 그림자가 이끼 낀 물가에서 어지럽다.
村丫錯認情僧到 어촌 계집이 정분난 땡중이 온 줄 알고서
忙下空床啓竹扉 황급히 침상에서 내려와 사립문을 열어주네.

문어(文魚)가 달이 밝은 밤에 물속에서 나와서 이끼 낀 물가를 막 돌아다닌다. 그 모습이 마치 스님 같아 어촌의 바람난 처녀가 문어를 땡중으로 알고 사립문을 열어 줬다는 갯가의 민담을 7언절구로 형상화하였다.

⑥ <우산잡곡> ‘원앙어(鴛鴦魚)’.

浦家少婦淡紅粧 포구의 젊은 아낙 연분홍 화장하고
白苧單衫縹苧裳 흰 모시 홑적삼에 모시 치마 휘날리네.
密地携釵漁艇去 남 몰래 비녀 들고 고깃배로 달려가더니
先頭擲賣海鴛鴦 제일 먼저 비녀 팔아 원앙어를 사는구나.

진동 바닷가 어부들이 말하길, “연어와 비슷한 원앙어를 사서 눈깔을 빼내어 깨끗하게 말려서 수컷의 눈깔은 여자가, 암컷의 눈깔은 남자가 차고 다니면 부부금실(夫婦琴瑟)이 더없이 좋아진다“하여 어촌 아낙들은 비녀를 팔아서라도 원앙어를 산다고 전한다.

“하늘에는 원앙새 바다에는 원앙어”는 부부의 금슬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관용구이다.

◯ 조선후기에는, 거제 지역민에 부가된 가중한 부역과 군역 납세는 물론이고, 또한 권세가의 사리사욕이 극에 달한 상태여서, 삶이 곤궁하기가 비참했다.

특히 보릿고개 시절에는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초가집은 써까래만 앙상하고 문풍지에는 찬바람 구멍이 더 많이 나있었고 이불은 단벌이라 온 식구가 한 이불로 자야하니 목숨만 겨우 이어가는 처지였다.

나오지 않는 어미젖을 빨고 있는 갓난아기는 면역력을 잃어 생후 몇 년 내의 사망률이 아주 높았다. 그나마 칡뿌리나 나무껍질을 삶아 끼니를 연명하다보니 온 얼굴과 몸이 퉁퉁 붓고 눈동자는 항상 충혈되어 있었다.

19세기 전국적인 민란이 일어났을 때(인근 고성, 진주, 울산, 남해, 등)에도 우리지역민들은 바다라는 또 다른 천연 자연을 가지고 있어, 전국적인 민란 속에서도 굳건히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 중에 "홍합(紅蛤)∙바지락(蛤蜊)∙조개(雕介)“는 이 땅 선조들의 목숨을 연명하게 한 주인공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놈이다.

특히 이 중에 바지락은 미역국 된장국 수제비 떡국 등등, 어떤 국물이라도 이놈만 있으면 감칠 나니, "바지락은 하늘이 내려 준 보배다." 여기에다, 어지간한 바다의 오염에도 멸종하지 아니하고, “잡초처럼 굳건히 다시 새싹을 피우는 민초를 닮았다.” 또한 바지락의 무늬는 한 놈도 같은 게 없으니 사람을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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