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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백패의 싸움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배진구/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 위원장

공공의 자산이자 미래세대와 공유해야 할 고현바다는 오늘의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책무다. 이런 소임을 망각한 채 민간업자를 불러들여 이 바다를 전부 매립해 신도시로 만들겠다는 고현항재개발사업은 우리세대의 몰염치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패악(悖惡)이다.
뉴스앤거제는 지금 방식의 고현항매립사업을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는 릴레이인터뷰를 기획특집으로 마련했다. 고현항매립반대 릴레이인터뷰 첫 번째 대상자는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배진구(고현성당 주임신부) 위원장이다. 뉴스앤거제 신기방 대표가 지난 10월1일 오후 고현성당 사제실에서 배진구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편집자

   
▲ 고현성당 배진구 주임신부.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잇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제복, 반백의 수더분한 머릿결, 동네 아저씨 같은 편안한 미소…. 그 너머로 번뜩이듯 스치는 강인한 인상은 종교인이 아닌 ‘투사’로 다가온다. 신(神)의 이름으로 진리를 선포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사제(司祭). 지난 11년 1월6일 고현성당 부임이후 4년째 거제와 인연을 맺고 있는 배진구 신부. 경남 고성이 고향인 그가 종교인의 삶을 넘어 지역사회 이슈 현장의 중심에 선 이유는 뭘까.

배진구 위원장은 “사제의 삶은 특정 지역이나 사안에 구애받지 않는, 옳은 일이면 언제든 함께하는 삶”이라며 “고현항 매립반대 운동은 성서적 진리와도 부합하고, 공익과 평등 가치에서도 옳은 길이라 생각해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싸움은 백전백패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해야 하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길고도 외로운 싸움”이라고 그 의미를 규정했다.

고현항 매립사업의 성격과 관련, 배 위원장은 “명칭은 항만재개발이면서 실제는 택지조성사업에 불과하다”며 “시행사가 휘황찬란한 조감도를 갖고 거제시민을 현혹하지만, 결국 지금의 매립사업은 공공의 이익과 배치되고 시의회의 최소한의 요구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토건사업이다.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반대대책위 활동방향과 관련해서는 시민 홍보활동을 펼친 후 일정 시점에 찬반여론조사를 벌이고, 매립반대 서명자가 2만 명에 이르면 이를 토대로 감사원 감사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대대책위 활동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고 사회단체의 집단적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들의 동참을 어떻게 끌어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배진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을 요약 정리한다.

   
 
-사제로서, 더군다나 고향도 아닌데서 지역사회의 이슈에 선봉을 서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사제의 삶은 특정지역이나 사안에 구애받지 않는다. 개인이나 지역적인 것보다 전체적인 틀에서 신의 진리를 선포하고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삶이다. 삶의 방향이 그렇다보니 옳다고 생각되는 일은 항상 행동에 옮긴다. 자연보호나 공익, 평등은 성서적인 입장에서도 일치되는 가치다. 거기에 반하는 것은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기본계획은 물론 사업계획까지 이미 고시됐다. 행정절차가 상당부분 진행된 사업을 두고, 반대운동을 펼친다는 건 고행(苦行)을 각오한 싸움이다. 어떤 각오인가.
“이 싸움은 적어도 현재로선 백전백패다. 지금 여론조사를 해도 질 것이다. 게다가 시에서 대대적인 홍보전도 벌이고 있다.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고민이 많다. 다만,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 싸움을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령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해도 우리는 할 것이다.”

-지난 9월22일 창립총회로 반대대책위가 공식 출범했다. 그렇지만 항간에는 이 사업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반대대책위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매립반대에는 문제가 많다고 여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 놓으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매립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별도의 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항만매립 자체를 반대한다는 건 그대로 두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개발정책을 펴라고 주문하고 싶다. 예를 들어 택지조성을 위한 부지는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현 고현시가지의 가장 큰 적폐는 주차공간 부족, 낡고 후진 시장, 도심공원 부족으로 집약된다. 이 같은 적폐해소를 위한 공익적 공간확보 차원에서 최소한의 바다매립은 불가피한 일 아닌가.
“그런 것이라면 항만재개발사업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바다 전체를 매립하고 그들에게 절반을 떼 줘 아파트 짓고, 상업지 분양하는 땅장사 놀음이 어떻게 항만재개발사업인가. 그런 공익적 공간 확보를 위해 재정사업을 통해 최소한의 매립사업을 벌인다면, 개인적으론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방식의 매립사업은 그것과 너무 다른 방향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을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대책위를 끌어가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구 신현지역 사람들조차 이 매립사업에 대한 폐해를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점이 제일 안타깝다. 시에서는 휘황찬란한 조감도를 바탕으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막연하게 괜찮은 도시가 생기는구나 하고 느끼지만, 실상은 2020년까지 먼지만 풀풀 날리는 고현항 나대지를 봐야하고, 다시 조감도 비슷한 도시가 조성되기 까지는 10여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런 내용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반시민들에게 매립계획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지난번 대책위 창립총회에서 향후 여론조사나 주민투표, 감사원 감사청구 등 일단의 대책위 활동방향을 밝혔는데, 이 같은 방침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
“변함은 없다. 다만, 시에서 물량공세를 통해 홍보활동을 강화하다 보니, 소수인원의 대책위만으로 홍보전을 대항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어떻게 만회하며 시민 속으로 파고들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여론조사에서 매립찬성 의견이 더 많이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하는 일이 면목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립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때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본다. 반대운동은 그 때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며칠 전 시에서 신현어촌계원 20여명을 시청으로 불러 빅아일랜드 관계자들이 사업현황을 설명했고, 그 뒤 곧바로 어촌계 명의의 매립찬성 현수막이 고현항 곳곳에 내걸렸다. 시에서는 어민들의 요청에 따라 사업설명회를 한 것이라고 하지만, 보상금을 미끼로 어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런 각개격파 식 홍보전은 앞으로도 비일비재 할 텐데, 대책위 차원의 대응책은 있는가.
“시에서 하는 일은 일일이 참견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다만, 그 과정이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파헤쳐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작정이다.”

-대책위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현항매립을 못하게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시에서 반대 목소리와 상관없이 행정절차 진행을 시켜나가면 어떻게 하나.
“다행히 연심위에서 이 사업을 보류시켰다. 우리로서는 시간을 벌은 셈이다. 연심위의 보류결정이 사업좌초까지는 못가더라도, 지금 같은 졸속추진을 완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심위의 심사보류 배경도 지역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에서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부쩍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반대로 폐해사실을 집중적으로 알려 말없는 다수 시민을 우리 편으로 끌어당길 것이다.”

-1인 시위 장소를 시청 앞에서 고현사거리로 바꿨다. 여기에서 서명운동도 병행하고 있는데,시민 반응은 어떤가.
“1인 시위는 시청 앞에서 약100일간 했고, 지난 9월15일부터 고현사거리에서 한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대책위 운영위원과 시민단체관계자들이 한 팀이 돼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시민반응은 생각보다 우호적이다. 서명도 하루 100명 안팎의 시민들이 동참해 주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께는 1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사회단체와 종교시설 등으로 서명운동을 확대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는 2만명 목표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임기는 제한적이지만, 매립에 따른 폐해는 수대에 걸쳐 나타난다. 그런면에서 미래가치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홍보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많다고 보는데.
“동감하고 있다. 구천계곡이 양대조선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댐을 세우면서 사라졌다. 당시에는 남강물이 거제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고현항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은 이 항이 냄새나는 항으로 여기지만, 다음세대에서는 이항이 어떤 가치를 지닌 새로운 공간으로 대접받을지 지금 우리는 모를 뿐이다.”

-주변으로부터 손을 떼라는 압박도 많을 것 같은데.
“신분이 사제라서 그런지 그런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운영위원들에게는 심할 정도로 갖은 압박과 회유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들 소신을 갖고 반대운동을 펼치기에 그런 회유에 넘어갈 사람도 없지만, 나름 걱정은 된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은.
“고현항매립사업의 행정절차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반대운동을 펼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이득이 돼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런 진정성을 시민들이 우선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나에게 돈이 안 되고 득될 것도 없다고 산이 깍이고 바다가 메워지는데도 무관심하게 방관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조금만 더 눈을 돌려 미래지향적이고 공익을 위한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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