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박우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 회장이 25일 오전 연초면 천곡사에서 열린 ‘64주기 민간인 희생자 제5회 합동위령제’의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위령제에는 강해운 부시장과 반대식 시의회 의장, 박명옥 부의장을 비롯해 옥영문 도의원, 전기풍, 송미량 시의원 그리고 거제경실련 공동대표 허철수 옥포성당 신부, 유족회 김한주 자문변호사 등이 유족들과 함께 참석,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박우영 거제 유족회 회장의 집전으로 진행된 1부 전통제례에 이어 유족회장 인사, 경과보고, 추모시 낭송, 추념사, 헌화·분향으로 진행됐다.

박우영 회장은 인사말에서 “사건 당시 부모님과 가족들을 잃고 나서 자란 어린아이들이 온갖 핍박과 서러움 속에 분노를 삭이며 원한과 고통의 세월을 견뎌 내며, 이제 백발이 되었다”며 “1960년 5월에 이어 2001년 거제유족회를 재결성해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실규명과 영령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작년 12월 제정된 ‘민간인희생자 지원조례’의 취지에 맞춰 거제시가 위령공원 건립과 유해발굴에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권민호 시장을 대신해 추념사에 나선 강해운 거제부시장은 “한국전쟁 전후 굴곡진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타깝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고, 긴 세월 동안 사회의 편견과 불명예에 떨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오늘의 위령제가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고 고인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명옥 거제시의회 부의장은 “오늘의 뜻 깊은 위령제가 전쟁의 참상을 되돌아보고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어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위령사업을 완성해 가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시의회에서는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의 지원을 통하여 억울한 영혼들과 유가족 여러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추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추념사에 나선 허철수 옥포성당 신부는 “그 동안의 공포와 체념, 무관심과 무기력 속에서 고통 받으며 살아오신 유가족들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위령공원 건립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며 “이를 통해 갈등과 아픔의 역사를 넘어 평화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령제는 지난 10월 7일 ‘거제민간인희생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확정하고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김한주 자문변호사의 설명을 끝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세월아, 너는 인생의 깊은 곳에서
인생의 깊고 깊은 생명이 있는 곳에서
슬픈 영혼의 몸부림을 보았는가.

온순과 열정의 젊은 피들이 이유 없이 수장 당하던
그 곳을 보았는가.

세월아 우주공간 어느 한 모서리에서
이념으로 인한 냉소적인 망각의 신음 소리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피눈물 속에서
삭혀왔음을 아는가.

아~ 세월아, 너는 보았는가.
세월 속에 지심도야, 너는 보았겠지.
너 앞 바다에 이유 없는 포승줄 줄줄이 묶여서
재판 없이 이념이란 이름으로 수장 당하던
무고한 영혼들을 너는 보았겠지.

힘없던 부모형제들이 총부리 앞에서 부르짖었고
심장이 난도질당하고 통곡이 진동했던 그때를
세월아, 너는 알고 있겠지

시련의 숨찬 인고를 안고 희미한 달빛을 바라보며
60여년의 세월을 가슴앓이 하면서 살아온 형제, 조카, 후손들
눈물을 머금고 오늘 여기 한자리에 모였사옵니다.

무고하고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불쌍한 영령들이여…….
마음을 다하고 다하여 삼가 명복을 비옵고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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