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5년 전에 그 집을 살 때는 최소한 한 달에 몇 번씩은 갈 수 있으리라 생각 했었다. 그러나 그 집을 팔기까지 3년 동안 10여 차례밖에 가지 못했다. 사람이 살던 집은 곧 못쓰게 되는 것이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집안은 먼지와 거미줄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면 나는 왜 살지 않았는가? 우선 나의 개인사무실에서 법동리 까지 1시간씩 운전시간이 걸리는 게 부담스러웠고 가자마자 청소를 하고 불을 때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리고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에도 몇 번 가 본 것을 또 가볼 이유가 별로 없었다.

결국 전원주택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관리인을 둘만큼 재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들어가는 수리비도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도시사람들이 먼 지방에 매입한 그 많은 전원주택이 거의 모두 그렇듯이 조만간 폐가가 되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전원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아마 척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옛날의 나처럼 집다운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창문을 열어봐야 앞집의 벽 밖에 보이지 않고 허용된 공간은 손바닥만 한 숨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 비록 출퇴근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마당 넓고 전망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보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시간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은퇴한 노인의 한 시간과 수험생의 한 시간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선택하려는 사람은 자기가 잃게 되는 시간의 가치와 전원에 살므로 얻게 되는 효율을 신중히 비교해봐야 할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시간의 가치가 극대화 되어있는 한창 활동할 20대나 30대가 전원주택으로 간다는 것은 하나의 착오이다.

그러한 행동은 시간을 아껴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분투하는 젊은이에게는 전혀 걸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전원주택이 많은 투자이익을 가져올지 모른다. 그러나 전원주택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은 비록 그것이 많다고 해도 삶의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결코 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원주택의 환가성은 비교적 미약하므로 그 투자된 돈은 더 좋은 투자기회에 활용할 수 없는 사장된 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에 대해서만큼은 일가의 견해를 갖고 있던 어떤 사람은 많지 않은 자금일수록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때로는 자기가 가진 지금의 대부분을 일시에 때로는 자기가 가진 지금의 대부분을 일시에 투입하지 않고서는 경제력의 대반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전력이 약할수록 군대를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모택동의 전술은 여러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원주택은 어떤 사람에게 적당한 것인가? 가족들의 불편을 감수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아마 예술가나 소설가에게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봉급생활자라 해도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전원주택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고층 주택 단지에서 조차 주인의 대부분은 주말에만 그곳에 간다. 그들은 부산에 자기 집이 있으며 전원주택은 그저 이따금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들이 전원주택에서 살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는 사회가 변화하여 전원주택이 주 주거지(主住居地)인 사람도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돈은 적고 시간의 가치는 높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전원주택은 적당한 것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전원주택에 조금 살아보니 그 선택이 커다란 실수 이었다고 생각되어 다시 도시로 나가려 할 때 돈은 한 푼 없고 집은 팔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고로 뱁새가 황새의 행동양식을 본뜰 때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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