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배춧잎에 둘둘 말아 새빨간 초고추장을 푹 찍어 소주 한 잔 곁들여 먹는 학꽁치 회맛이란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에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점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거제사람들은 이제 학꽁치 회맛을 모르는 이들이 없다. 그래서 시내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도 싱싱한 학꽁치가 가을철이면 불티나게 팔려간다. 그러나 참맛은 역시 제철에 직접 낚아서 먹어봐야 알 수 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포구 난전에 앉아 귀를 비벼가며 막소주를 돌리며 먹는 학 꽁치는 가을바다의 멋. 바로 그것이다.

거제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양지암 아래 능포항은 남해안에서 가장 유명한 학꽁치 낚시터다. 누구나 손쉽게 잡을 수 있는 학꽁치는 즉석에서 회를 먹거나 살짝 소금을 뿌려 구워 먹으면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능포항은 매년 봄 가을이면 주둥이가 학부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학꽁치 낚시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능포항과 그 바다 앞의 양지바위 일대의 갯바위, 방파제, 부두 등에서 학꽁치 낚시를 흔히 한다. 능포항 일대는 거제만의 어느 지역과 달리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천혜의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대체로 안전한 편이라 가족단위로 나들이 삼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학꽁치 낚시가 흔하다보니 인근 낚시 가게들도 학꽁치 낚싯대와 채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낚시 요령을 잘 알려준다. 아무 준비 없이 가도 학꽁치 낚시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하얀 등대가 있는 능포 방파제에는 가족 낚시꾼들을 위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마을사람들이 이 일대를 수시로 청소하고 있어 깨끗하다. 한나절 학꽁치 낚시를 하며 이를 요리해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우리 일행이 능포 방파제를 찾아올 때는 밀물이 막들 무렵이었다. 오랜만의 능포 방파제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은 자주 찾아가던 서이말 등대와 지심도 앞바다 여러 섬의 풍경과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잔잔한 수평선 위에 초록빛 구슬처럼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그림 같은 정경…주위의 밝고 아름다운 가을바다 풍광이 무념, 무상, 무아의 경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낚시를 하다보면 일종의 치매상태에 빠져든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한숨 돌렸을 때는 일행이 학꽁치를 연속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하나같이 찌만 응시 할 뿐 옆 사람에겐 관심이 없었다. 미끼가 수면에 떨어지면 이내 찌가 서고 잔잔한 파도를 타고 흐르다가 갑자기 물결 속으로 곡선을 그리며 쑥 빨려들기가 바쁘게 날렵하게 챔질을 한다. 고기를 끌어내고 다시 미끼를 던져 넣는 동작이 묵묵히 이어진다.

필자에게도 어신이 전해져 왔다.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낚싯대가 반원을 그릴 때는 나도 모르게 심장에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아무리 많이 낚아도 고기가 걸릴 때마다 느끼는 짜릿 짜릿한 손맛에 변함이 없다는 점. 그 순간적인 손맛이 곧 낚시하는 사람마다의 삶의 모양새요 낚시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는 오랜만에 학꽁치, 고등어, 살감생이 등의 손맛과 회맛을 푸짐하게 즐겼다.
학꽁치는 살이 투명하고 맛이 깨끗하다. 포를 떠 회를 치면 그 맑은 때깔로 인해 매우 정갈해 보인다. 포를 떠 말린 학꽁치 포 역시 투명한 때깔 덕에 고급스러워 보인다. 꾸덕 하게 말려 구워도 비린내 없이 깨끗한 맛을 낸다.

그러나 한국음식에서는 이 학꽁치를 이용한 요리가 거의 없다. 도시에서 이 학꽁치를 맛보려면 일본음식점에 가야한다. 여기서는 고급일본요리인 듯이 낸다.

반면에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거제도연안의 방파제와 갯바위 부두에서는 이 학꽁치가 흔하디 흔한 생선으로 취급된다. 낚시로 쉽게 또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학꽁치는 낚시경험이 전혀 없어도 낚을 수 있다. 건져 올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그 흔함 때문인지 일본음식점 밖의 학꽁치는 고급생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도시의 수산시장에서도 이 학꽁치는 보기 어렵다. 일본음식점용 해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에서나 소량 볼 수 있을 뿐이다.

미항으로 잘 알려진 능포항은 해변 드라이브 코스와 거가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능포 양지암 등대가 일품이다. 거제수협 능포위판장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어촌계 회센터에는 학꽁치를 비롯해 우럭, 삼치, 보리새우, 문어 등의 수산물을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주말 2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등 거제지역의 대표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거제는 온천과는 무관한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계룡산온천과 거제해수온천 등의 온천장이 있고 여행길에 오고가며 파로를 풀기에 적합하다.

@여행정보
*주변관광지
-능포양지암 조각공원-
거제시 능포동에 소재한 양지암 조각공원은 창조적인 문화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거제의 정체성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해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열린 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거제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거제시 장승포로 98, tel: 639-6792)

*온천장
-계룡산온천-
상동동에 위치한 계룡산 온천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거재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관람할 수 있고 계룡산 등산을 겸할 수 있는 좋은 온천코스다. 계룡산온천은 피부질환에 효험이 있는 탄산유황천.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현대식 욕실과 습. 간식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나들이 및 단체이용에 안성맞춤이다. (문의: 638-0002)

▲ 손영민

-거제도해수온천-
양정동에 위치한 거제도해수온천은 청정해역 겨제의 지하 800m암반에서 용출되는 국내유일의 알칼리성 약염천 온천수로써 인체건강에 탁월한 효능과 신개념 온천문화의 테마에 부합되는 현대식 시설을 갖춘 메머드급 온천이다.
문의: www.seaspa.co.kr (문의: 639-3000~9)

글 및 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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