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도 맛은 좋아!”
새로운 맛을 꾸준히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 늘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물고기들이 있다. 물메기와 아귀, 삼세기 등이 그런 어종이다.

거제 8미(八味)중 하나로 꼽히는 물 메기탕은 원래 선창가 뱃사람들의 밤새 술타령에 쓰린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으로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도 물 메기탕 한 그릇이면 든든하다.

물매기는 물곰, 곰치 등으로 불리는데 정확한 학명은 백장어목 곰치과다. 몸집은 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큰데 어떤 것은 체장이 1m가 넘는다.

더운 여름에는 동중국해에 머물다가 12월부터 산란기가 시작되면 우리 연안인 진해 앞바다로 몰려든다. 이때부터 2월말 산란이 끝날 때 까지가 제철이다. 물메기는 살이 물러 제 모양을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다. 따라서 씹는 맛을 회 맛의 결정적 요소로 치는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 회 보다는 탕으로 주로 요리해낸다.

강원도 삼척과 속초 등 동해안에서는 김장김치를 송송 썰어 얼큰하고 시원한 곰칫국을, 서남해안 지방에서는 무와 대파. 마늘 등 부재료를 최소화해 담백하게 끓인 물메기탕을 선호한다. 그러나 현지 유명한 식당에 가야만 물메기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선 맑은 물을 끓여본 사람이라면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물메기탕을 끓여 낼 수 있다. 물메기는 지방이 거의 없는 단백질의 보고이므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할만한 탕거리다. 속을 확 풀어줄 만큼 시원한 맛이 일품이어서 해장용 아침밥상에도 그만이다. 시원한 물메기탕 맛이 그립다면 근처 수산시장에 가서 몸집이 둔하고 흐물흐물하게 생긴 물메기 한 마리 사보자.

살이 너무 허물 거려 가정에서 손질하기 어려우므로 주인장에게 손질을 부탁하면 된다. 손질한 물메기를 흐르는 물에 한번 깨끗이 씻으면 물메기탕 주재료 준비가 끝난다.

물메기 맑은 물의 국물은 멸치와 다시마, 표고밑동을 우려낸 육수로 하면 좋다. 준비된 육수에 적당한 크기로 썬 무를 넣어 시원한 맛이 우러나게 5분 이상 끓여낸다. 무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 때 손질한 물메기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여준다. 여기에 파, 마늘, 미나리, 쑥갓 등의 채소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이면 끝이다. 기호에 따라 청량 고추나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도 칼칼한 맛이 좋다. 천일염으로 간을 해도 좋고 집 간장이나 액젓을 조금 넣으면 감칠맛이 높아진다.

강원도식 곰칫국도 어렵지 않다. 김칫국에 물메기를 추가한 버전쯤으로 생각하면 쉽다.먼저 푹 익은 묵은지를 송송 썰어 찬 물에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여기에 손질한 물메기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으면 어섯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더 후르르 끓여주면 끝이다. 집 간장이나 액젓 조금만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칼칼하게 매운맛을 즐기면 파, 마늘과 함께 청량고추를 하나 썰어 넣으면 된다.

거제도 앞바다에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못난이 물고기가 있다.‘아귀’가 바로 그것이다. 아구 라고 도 불리는 아귀는 생긴 모양이 사실 징그러운데 그래서 한때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어시장에 등장, 커다란 함지박 마다 3~4마리씩 담긴 못생긴 위용을 뻔뻔하게 뽐낸다. 아귀는 보통 찜으로 만들어 먹는데 살짝 데친 수육으로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아귀수육의 백미는 흔히 ‘애’ 라고 불리는 간이다.

물론 부드러운 살점을 발라먹는 것이 별미이긴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부위는 간이다. 미식가들 사이에 바다의 푸아그라(거위의간 요리)로 불리는 까닭이 있다. 고단백, 고지방으로 고소하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외포항과 구조라항에 물메기와 아귀가 있다면 성포 항에는 탱수가 있다. 예로부터 거제는 대구탕으로 유명하다. 대구요리가 판을 치는 거제에 탱수라는 요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요리해내는 식당이 하나씩 섞여있어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탱수의 표준명은 ‘삼세기’ 이지만 지방에 따라 거제 등 영남권에는 탱수 그리고 강원도에는 삼숙이. 전라도에서는 삼식이라고 불린다.

탱수는 길이 30cm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생김새는 한번 눈여겨 볼만하다. 칙칙한 갈색몸체에 울퉁불퉁한 머리 그리고 입과 등짝을 띠라서는 크고 작은 돌기들이 분출해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모자란지 등지느러미 위에는 모두 17~8개의 가시들이 솟아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양과 달리 배운탕으로 끓일 때 우러나는 얼큰한 국물 맛은 정말 진국이다.

성포 선착장 앞 ‘진이 회 식당(055-634-6114)’을 찾아가면 바로 그 탱수로 끓여낸 매운탕 맛을 볼 수 있다. 이 집에서 탱수탕을 만드는 방법을 보면 먼저 여러 가지 잡고기를 끓여 기본육수를 만든다. 그리고 이 육수에 다시 탱수와 해초류인 모재기, 미나리,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푹 끓여서 뚝배기에 담아 내온다.

뚝배기에는 시커먼 탱수가 한 마리씩 담겨 있는데 모양만 보면 언뜻 수저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국물을 떠서 한번 맛을 보자. 속풀이 해장의 의미를 새삼 실감 할 수 있다. 야들야들한 살점도 혀에 착착 감긴다.

탱수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남해안에서 잡혀 올라오기 때문에 한겨울이 제철이다. 1인분 1만 5000원. 진미 회 식당에는 20년 전부터 물 메기탕을 비롯해 생선국만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메기탕, 아구탕, 생대구탕, 볼락매운탕, 우럭조개탕도 메뉴에 올라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아구찜도 내놓는데 주인장은 흔한 찜 보다는 수육을 더 권한다.

@여행정보
-소박한 거제의맛 ‘거제8미(제공: 거제시 관광과 639-3000)

* 멍게, 성게비빔밥
거제산 멍게를 잘 다져 갖은 양념과 버무린후 저온 숙성시킨 비빔밥과 싱싱한 제철생선으로 끓인 탕과 곁들인 천하일미라 할 수 있다. 특히 거제 특유한 향과 감칠맛을 살린 음식으로 거제의 특미이다. (제철계절 연중)
* 도다리 쑥국
봄철 육질이 단단하고 부더러운 생도다리에 쑥과 된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구수한 향과 담백함으로 봄의 나른함을 �고 떨어진 입맛에 식욕을 불어넣는 봄철 진미이다. (제철계절 3월~5월)
* 물메기탕
맑은 탕으로 요리하며 부드러운 물메기의 살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물메기탕은 칼슘. 철분등 영양소가 풍부해 겨울철 환절기 가족들의 영양보충에도 적극 추천하는 음식이다. (11월~3월)
* 어죽
거재도의 어죽은 기름기와 비린내가 적은 생선으로 내장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통째로 삶아 으깨어 만들어 맛이 담백하고 향긋한 바다내음을 느낄수 있는 음식이다. (제철계절 연중)
*볼락구이
잘구어진 볼락의 쫄깃하고 짭짤한 껍질의 맛과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하얀속살은 어느 생선구이와도 비교할수 없는 맛을 자랑하며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으로 식탁에 오르면 절로 손이 간다. (제철계절 연중)

▲ 손영민

*대구탕
바다의 귀족으로 불리는 생 대구를 곤이와 함께 맑은 탕으로 요리하여 먹는 겨울철 대표음식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바다의 귀족 식품이다. (제철계절 11월~2월)
*굴구이
겨울철 싱싱한 양질의 굴을 커다란 양철 솥에 가득 채워 익혀진 굴을 초장이나 소스에 발라 먹으면 굴 특유의 향긋한 맛과 씹히는 질감까지 일품인 거제도의 별미다. (제철계절 10월~4월)
*생선회
거제의 푸른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두툼하게 썰어 시큼한 묵은김치와 먹어보면 회를 좋아하자 않는 사람이라도 이 감칠맛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제철계절 연중)

글 및 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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