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 홈페이지 입법예고 코너에서 ‘행동강령’으로 검색하면 2건의 의원 발의안이 나온다. 이형철 의원(현 총무사회위원장)이 6대 의회 마지막 임기 년인 2013년 8월에 발의한 ‘거제시의회 의원 행동강령에 관한 조례안’과 7대 의회 전기풍 의원(현 산업건설위원장)이 14년 11월 발의한 같은 이름의 조례안이 그것.

이 조례안 제정 목적은 거제시의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마련, 주민 대표로서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유도한다는데 있다. 최근의 지방의원 윤리 및 청렴성 요구추세에 맞춰 이권의 개입이나 인사 청탁 등을 금지시키고,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활동을 금지시키며, 직무관련 정보거래나 금품수수 행위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건전한 지방의회 풍토 조성을 위해 국내외 활동 제한, 외부강의·회의 등 신고, 영리행위 신고, 금전거래 등의 제한, 경조사 통지와 경조금품의 수수 등을 제한했다. 특히 이 같은 행동강령을 위반하면 자문위원회에 자문 및 지방자치법에 따른 징계요구 등 필요한 조치와, 받은 금품 등을 반환하도록 하는 강제규정도 담고 있다.

이처럼 좋은 취지의 조례안이 두 차례나 의원발의 됐지만, 4년이 넘도록 책상서랍에 갇힌 채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의원발의 된 안건은 시의회 의장이 서명해 해당 상임위에 부의해야만 채택여부가 결정된다. 본회의에 직권상정 해 처리할 수도 있으나, 상임위 배정조차 미룬 안건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할리는 만무하다. 결국 시의회 의장이 이 조례안 상정을 탐탁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의원들 스스로도 이같은 규제안을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조례안이 처음 발의된 지난 6대 의회 때는 사실상 ‘눈치 보기’로 시간을 날렸다. 경남도의회는 물론 도내 대다수 시·군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조례안 상정을 미뤘다. 이번 7대 의회 들어서는 의원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기상조론’을 들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거제시의회 모 의원은 “의원 행동강령 조례는 이미 전국 기초ㆍ광역의회 80여 곳이 채택하고 있는데도 거제시는 4년이 넘도록 갖은 핑계를 대며 제정을 미루고 있다”며 “그런데도 각종 위원회 참여는 의원비리 근절과 의원 행동강령에 근거한 국민권익위 권고사항임을 들어 상임위별 교차 배정(산건위 위원이 총사위 소관부서 위원회에 참여)하는 모순된 행태를 적용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모 의원은 “의원 윤리강령이 현재 제정돼 있다. 이보다 좀 더 디테일한(세세한) 규정이 행동강령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거제시의회도 의원행동 강령을 굳이 채택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데, 안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의원 행동강령에 근거한 국민권익위 권고사항임을 들어 비리근절을 위해 상임위별 위원회 교차배정을 했다면, 최소한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위원회에 배정해야 하는데, 건설업하는 의원이 도시계획심의위에 소속되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중소기업 재정을 다루는 위원회에 소속되는 게 과연 맞는 이치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은 “의원 행동강령은 장·단점이 상존하는 제도다. 문제는 제도시행을 위해서는 의원들의 수준도 그 제도시행 취지에 따라줘야 한다”면서 “그런 점을 고려해 (상임위 부의를)고민하고 있다. 조례제정을 마냥 미루거나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의장은 그러면서 “의원들과 내부논의를 더 거쳐 (자신의 의장)임기 내에는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방의원이 청렴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2011년 2월부터 시행 중이다. 같은 해 3월 충북 진천군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한 후 올해 1월 현재 인천 연수구·서구의회까지 86개 광역(8)·기초의회(78)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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