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전경

세계적인 업황부진과 경쟁사들의 줄 적자 속에서도 이같은 실적을 냈다면 이 기업을 이끄는 CEO에 대한 평가 역시 나쁠 이유는 없다. 주주입장에서도 기업 가치를 높인 CEO는 교체가 아닌 되레 등을 두들겨 줘야 마땅한 이치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론을 통해 교체가능성을 흘리고 있으니 거제시민들이 의아해하는 건 당연지사다.

지난 9일 서울에서 발행되는 모 일간지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고재호 사장의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산업은행이 사장교체 배경으로 ‘조선업황 악화로 인한 고강도 경영개혁 필요성’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경쟁업체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스스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것도 사실이다. ‘개혁’은 어디에 갖다 대도 그럴싸한 명분이 된다. 하지만, 기존 구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낸 이들에게, 그렇지 못한 경쟁사와 같이 수술대에 누워야 한다는 얘기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고 사장이 취임한 2012년 이후 4000억원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에도 매분기 흑자를 내며 3분기까지 누적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40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이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상반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국내 빅3 조선사 중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도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지난해 임단협을 놓고 올해까지 노조와 줄다리기를 벌인 경쟁사들과는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임단협도 원활하게 마무리했고,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이처럼 내외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던 만큼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후임 인선 착수설이 나오자 사내 분위기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산업은행이 후임 인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측에도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여부 및 오는 13일 이사회에 후임 사장 인선 안건 상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사장 교체설’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금융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교체가 산업계나 금융업계가 아닌 정치권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직원은 “이리 저리 휘둘리는 게 우리 같은 회사(금융공기업에 의해 관리되는)의 숙명인 것 같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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