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따라 사상 처음 전국 동시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없고, 후보등록이 완료되는 26일 전까지는 후보자 공개도 안 된다. 따라서 선거운동은 후보등록일(24~25일) 이후인 26이부터 선거일 하루전인 3월10일까지 13일간으로 제한된다.

선거운동 방식도 후보자 혼자 어께 띠·윗옷·소품·전화·정보통신망·명함을 이용한 선거운동만 가능하다. 후보자 가족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은 문자를 보내는 것만 가능하며 음성이나 화상·동영상 등을 전송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후보자가 직접 명함을 주거나 개별적으로 지지호소는 가능하지만 집회를 이용해 정견을 발표하는 등 집단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선거벽보 역시 조합 사무실 등에만 붙일 수 있다. 조합 사무실과 멀리 떨어진 외진 마을은 선거벽보조차 볼 수 없다. 후보자는 선거사무실을 두고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선거운동원을 둘 수도 없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금전·물품·향응 제공 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투표시간도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때 보다 2시간 짧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든 신인들은 “선거법이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 선거운동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하나같이 푸념하고 있다. 원래 이 법의 목적이 돈 선거르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개정됐는데, 아예 ‘입’까지 봉쇄해 버렸다는 것. 공직선거법 보다 2시간이 줄어든 투표시간도 농촌지역의 활동시간대를 외면한 불공정 제약이라는 불만이다.

최 후보는 “농민들의 활동시간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가 다반사인데, 공직선거법 투표시간보다 더 줄이는 게 맞는 것이냐”며 “양대조선에 근무하는 조합원의 경우 아예 투표를 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아 이를 바꿔달라고 청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연초농협장 선거에 출마를 준비중인 모씨는 “현직에 비해 조합원에게 나를 알릴 방법이 없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과연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과거에 허용했던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등이 없어지다 보니 흠결이 있는 후보를 검증할 방법도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특히 “부인이 명함 돌리는 것조차 금지한 것은 너무 심하다. 자칫 후보자를 돕겠다고 나선 주변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현행 선거법은 신인의 진출은 막고 현직을 ‘수퍼갑’으로 만드는 악법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직조합장도 이런 사정은 인정했다. 모 조합장은 “인지도가 높고 조합원들과 항상 만나는 현직 조합장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선거운동이 막혀 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금품동원 유혹”이라며 “금품수수 관행을 없애기 위해 강화한 선거법이 되레 이를 조장할 개연성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선관위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조합장선거는 2~3000명 안팎의 유권자가 한정돼 있다. 조합원들끼리 서로 잘 알기 때문에 공직선거법과 같은 형식의 선거방법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 선거법을 개정한 것으로 안다”며 조합장선거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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