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성의 풍속을 기록한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는 “산모가 첫 국밥을 먹기 전에 산모방의 남서쪽을 깨끗이 치운 뒤 쌀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장만해 삼신상을 차려 놓는데, 그 밥과 국은 반드시 산모가 먹었다”고 했다.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부터 산모가 아이를 낳고 처음 먹는 미역국을 ‘첫국밥’이라 했다. 삼칠일(21일)동안 미역국을 먹고 몸을 보했다. 이때 사용하는 미역은 꺾지 않고 보관한 긴 가닥의 ‘돌미역’이다. 상인에게 구입할 때도 값을 깍지 않았다.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의미다.

돌미역은 건강에도 좋은 식품이다. 일본에서는 ‘담배 피운데 미역된장국’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건강을 위해서 미역된장국을 먹으라는 말이다. 일본에서 니코틴 장애에 미역이 효과가 좋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미역의 효과는 산후 자궁 수축과 지혈에도 좋고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정종부의 반란으로 거제도로 피란 왔던 고려 18대 의종왕이 봄 도다리를 넣고 끓인 대교 돌 미역국을 먹고 다친 눈을 고쳤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알고 보면 돌미역도 봄 보양식의 하나인 셈이다.

양식미역은 굵은 줄에 포자를 붙여서 기르지만 자연산 미역은 바닷속이나 조간대의 갯바위에 붙어 자란다. 그래서 돌미역이라고도 한다. 돌미역은 거제, 울진, 기장, 연기, 흑산도, 어청도 등에서 자란다. 그중에서도 대교와 여차 돌미역은 임금께 진상해 ‘화포’라 했으며 부산 기장미역과 전남 진도 미역도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 돌미역은 햇볕과 산소를 충분히 받고 자란 수심 5m 내외의 미역을 최고로 꼽았다. 이를 ‘못 미역’이라고 한다. 이 모두 바닷물이 맑아 햇볕이 깊은 곳 까지 비추며 조류가 거센 곳에서 자란 미역이다. 마을 어장에서 공동으로 채취해 분배하기 때문에 일감이 없는 대교, 여차마을 노인들은 미역으로 일년살이를 하기도 한다. 또 마을 공동기금을 마련할 때도 미역이 효자 노릇을 했다.

거제 돌미역을 지키는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이 미역은 사골처럼 푸욱 고아야 한데이~ 그 라몬 뽀오얗게 국물이 우러난다 아이가~사골이 무르면 모를까 미역은 무르지 않는 기라.”

한번은 서울에 사는 친척의 며느리가 산고가 들었다기에 돌미역을 선물했단다. 한 뭇에 기십 만 원을 하는 터라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미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은커녕 어떻게 먹을 수 없는 뻣뻣한 미역을 선물로 보냈냐는 핀잔을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입맛이 부드러운 양식미역에 길들여진 탓이다.

4~5월 봄철 쫀득쫀득한 거제 돌미역으로 국을 끓이려면 우선 적당한 양을 잘라서 반나절은 물에 담가 둬야 한다. 그리고 물기를 제거한 후 참기름 혹은 들기름과 마늘을 넣고 볶은 뒤 물을 넉넉하게 넣고 국물이 약간 줄었다 싶을 때 끓인다. 간은 천일염으로 맞춰야 맛이 깔끔하다. 그리고 소고기, 조개, 갈치, 고등, 멸치, 홍합 등을 필요에 따라 다시 끓인다. 소고기를 돌미역과 함께 넣고 끓이면 너무 질겨지는 반면 다른 식재료는 물러지기 때문이다.

남해나 제주에서는 성게 알이나 고등어, 갈치를 넣고 미역국을 끓이지만 뭍에서는 마른 멸치나 소고기를 많이 이용한다. 거제에서는 봄 도다리 혹은 들깨가루와 쑥을 넣기도 한다. 해산물을 넣을 때는 굵은 천일염으로, 소고기는 국간 장으로 간을 하면 좋다.

여름철에는 미역냉국이 제격이다. 하지만 돌미역은 뻣뻣하기 때문에 줄기보다는 부드러운 잎을 넣으면 좋다. 오이를 썰어 천일염을 넣고 주물러 간이 베이도록 한다. 그리고 생수를 적당히 넣고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간을 본다. 마지막으로 깨를 듬뿍 넣고 고추도 썰어 넣는다.

미역 초무침도 빼놓을 수 없다. 물미역을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로 씻은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고추장, 식초, 설탕, 참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무친다. 양파와 당근을 썰어 넣기도 한다.

미역은 햇볕에 잘 말린 다음 비닐로 꼭 싸서 냉장보관 해야 한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좋은 미역은 검은 빛을 띤다. 청정한 바닷속으로 들어온 햇볕을 받고 자란 탓이다. 필자가 맛본 잊을 수 없는 미역국은 봄 도다리 미역국이다. 자연산 도다리라 국물이 진한데다 미역 까지 더했으니 그 맛이 오죽할까. 여름에는 냉국으로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로 예나 지금이나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하고 있는 미역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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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여행지(자료제공: 거제시 관광과 639-3000)

여차-홍포 해안비경
여차해변을 따라 명사 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변에는 대병대도, 소병대도 등 여러 섬들이 푸른 물결 속에 춤을 추는 듯 바다위에 떠 있다. 안개와 구름이 작은 섬들의 허리를 감고 있는 섬 사이로 유람선이 다니는 광경은 신비의 절경이다. 다대, 여차 등지에서 배를 이용 섬에서 야영하며 낚시를 즐길 수 있고 물이 맑고 수심이 깊어 감성돔, 볼락 등 고급 어종이 많으며 전천후 낚시터로 바다의 보물 창고다. 자가용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 손영민 칼럼니스트

거제대교
1965년 5월에 착공하여 1971년 4월에 준공한 거제대교는 길이 740m, 폭 10m 규모로 현대건설에서 시공하였다. 거제대교의 개통으로 거제도는 육지와 연결 되었으며 거제 조선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다. 지금은 많은 교통량으로 새로운 신 거제대교가 길이 940m, 폭 20m 규모로서 1992년 10월에 착공하여 1999년 4월 22일 개통하였으며 현재 구 거제대교와 함께 거제의 명물로 각광 받고 있다. 거제대교 너머로 다도해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섬들이 지척에 바라보이고 야경과 일몰 또한 장관을 이룬다.

글·사진 :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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