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립반대 거리행진. 맨 앞줄에서 STOP이란 철자를 들고 행진하는 시의원들. 왼쪽부터 한기수 의원, 박명옥 부의장, 김성갑 의원, 최양희 의원.

고현항 매립을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집회가 23일 오후 고현동 구 고현여객선터미널 부두에서 2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환경련 바다위원회가 준비한 해상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고현항재개발사업 추진이후 매립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민집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가 주최하고 환경련 바다위원회(부산 소속)가 가세한 이날 집회는 결의대회, 해상 퍼포먼스, 거리행진 순으로 약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신문 및 방송기자도 다수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고, 경찰도 약100여명의 병력을 행사장 및 시청정문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책위 배진구 위원장(고현성당 주임신부)은 대회사 즉석연설을 통해 “오늘 우리가 해상시위와 함께 시민집회를 열게 된 것은 행정당국의 일방적 사업추진을 저지하고, 민간업자를 동원한 부당한 매립사업의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 사업을 취소시켜 이 바다를 미래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공유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시청앞에 도착한 시위행렬이 매립사업 중단하라 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 위원장은 또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시청 앞이나 거리에서 수차례 매립반대 홍보 피켓팅을 벌여왔음에도,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고현항 매립사업의 진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며 ”왜 고현항이 매립되면 안 되는지, 매립이 되면 어떤 폐해가 나타나는지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뒤이어 열린 해상시위는 소형 고무보트 2척과 지원선박 1척이 동원돼 ‘고현바다 매립 전면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펼친 채 약30여분간 고현항을 순회하는 시위를 펼쳤다. 특히 지원선박에 승선해 있던 송미량 거제시의원 등 4명이 매립중단을 의미하는 ‘S·T·O·P' 철자 하나씩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어 글자를 조합하는 해상 퍼모먼스를 펼쳐 참석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두시위는 장평동발전협의회가 ‘적법절차 무시하는 고현바다 매립 결사반대’라고 쓴 플랜카드를 선두로 박명옥 부의장, 한기수 의원, 김성갑 의원, 최양희 의원이 가장 앞쪽에 도열해 시가지 행진을 벌였다. 옛 고현부두에서 시작된 시가지 행진은 경찰이 안전띠를 구축한 가운데 고현사거리를 지나 시청 앞까지 이어졌다.

시청 앞에는 경찰병력이 전투복을 입은 채 광장진입을 차단하는 차단막을 쳤고, 차단막에 막힌 행진대열이 시청 앞 도로에 그대로 주저앉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주최측의 설득으로 경찰병력 앞까지 밀착시켜 도로를 터 주면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시청 앞 정문에서 ‘시민의견 묵살하는 거제시는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권민호 시장의 출두를 기다렸으나, 권 시장이 청사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해산했다.

대책위는 결의문에서 “거제시가 추진하는 고현항재개발사업은 항만재개발을 빙자해 4000세대 아파트 부지 만들고 수만평의 상업지 만들어 분양하는 사실상의 땅장사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부당한 매립사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고현항 매립이 꼭 필요하다면 국가나 거제시 예산을 들여 공용지로 개발하는 최소한의 매립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그러면서 “이 같은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범시민적 힘을 모아 끝까지 투쟁할 것은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항의집회는 시청앞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자진해산 하면서 약 두시간만에 마무리됐다.
 

▲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는 배진구 위원장(가운데).

▲ 해상 퍼포먼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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