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포산단 추진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12일 오후 경남도청 도시과를 항의방문, 관계공무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이날 면담과정에서 주민들의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시가 민자유치(청포산단) 해 놓고
시가 되레 더 큰판(사곡 국가산단) 펴면서 고사위기 맞아

경남도가 사등면 청포산업단지 지정해제를 거제시에 통보한 가운데, 산단 연장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행자로부터 이미 계약금 및 중도금을 받은 주민들의 금전반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시행자의 손해 또한 만만치 않아, 이에따른 상당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 청포일반산업단지 조감도

경남도, 청포산단 지정해제 통보
사등면 청곡리에 들어서는 청포일반산단은 지난 09년 6월 사업승인이 떨어진 이후 입주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허가연장을 이어오다, 올 초 여섯 번째 연장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청포산단 인근에 3배 규모 크기의 사곡 국가산단 조성이 추진되면서 막바지에 이르던 입주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경남도는 지난 3월30일 청포산단 승인지정취소(개발계획, 실시계획, 시행자지정) 청문회를 열어 허가연장건과 관련한 관계자 의견을 들은 뒤 4월24일 거제시에 ‘청포산업단지 지정해제’ 절차진행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지난달 28일 지정해제에 따른 열람공고(14일 이상)를 내고, 지역주민 및 토지 소유자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경남도는 거제시의 의견청취 내용을 토대로 이달 말께 산단지정 해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가 거제시에 통보한 산단지정 해제사유는 크게 3가지. 첫째 사업승인 당시 수립됐던 계획(개발·실시·시행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고, 둘째 개발계획 조건(재원조달계획, 법적 부담금 납부, 토지소유권 확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셋째 산업단지 계획 승인 및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시행자인 신해중공업은 지금까지 이 사업 성사를 위해 약270억원 가량의 돈을 투자했으며, 토지수용을 위한 계약금 및 중도금만 31억원이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 산단지정이 해제될 경우 신해중공업은 이 막대한 돈을 공중에 날리는 격이 된다. 향후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계약지주 대부분이 형편이 넉넉지 못한 농어민이라는 점에서 극단적인 휴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관련, 신해중공업 고영수 회장은 “현재 산단지정 해지절차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업계획이 전부 최소된 건 아니다”면서도 “거제시가 민자사업 투자를 유치해 놓고,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지원은커녕 되레 시 주도하의 유사업종 사업투자를 더 벌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부를 수밖에 더 있느냐”고 시를 원망했다.

▲ 지난 10일 마을총회를 요구하는 산단찬성 주민들과 산단조성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마을 이장 집앞에서 충돌해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제지하고 있다.

찬ㆍ반으로 갈린 주민갈등 격화
청포산단 지정해제가 현실로 다가오자 현지 주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산단추진 찬성 주민들이 잇단 기자회견을 열어 각계의 도움을 호소하고 경남도를 찾아가 읍소하는 등 산단유치를 위해 몸부림치는 반면, 반대 주민들은 시청 앞 시위를 통해 ‘당장 허가를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청포마을 68가구 중 토지수용 계약에 참여한 35가구(51%)가 찬성 쪽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30% 정도가 관망파이며 10여 가구가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주민 간 갈등과 반목이 깊어져, 길에서 마주쳐도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어떨 땐 욕설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등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 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찬성쪽 주민들이 마을회의 개최 등을 요구하기 위해 김모 이장 집을 새벽부터 찾아갔으나 이장을 만나지 못했고, 한참 후 반대쪽 주민 10여명이 이곳으로 몰려와 찬성주민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자 경찰까지 출동해 이들을 말리기도 했다.

찬성주민들은 ‘이대로 산단지정이 취소되면 지역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지고, 이미 받아 써버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내놔야 할 상황이 오면 집집마다 파산상태가 된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사람들이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선동을 부추기며 반대목소리가 높은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주민들은 ‘그동안 허가연장에 5번이나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시행자가 기업유치에 실패하면서 아직까지 착공을 못하는 것 아닌가. 그 바람에 우리도 재산권 행사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제는 산단지정을 해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신수철 청포산단계약자 대책위원장 등 찬성주민 18명은 12일 오후 청포산인 인허가 담당부서인 경남도 도시과를 재차 항의 방문하고, 산단조성 찬성주민들이 절대다수인데도 일부 반대주민들의 목소리만 반영해 산단해제를 검토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적인 산단조성 재개를 주문했다.

이날 주민들은 “그동안 지역출신 도의원 3명을 비롯해 시의원 16명중 13명이 ‘청포산단 조기 조성’ 의견서에 서명 날인하고, 일반시민 8000여명이 연명으로 서명한 의견서를 지난달 31일 도청에 직접 전달했는데도, 이 서류는 참고조차 하지 않은 채 갑작스레 반대집회를 한차례 연  목소리만을 반영해 산단지정을 해지하려 한다”며 “지역정치인과 주민들의 의견서는 어디 갔느냐. 이 의견서를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또 “우리는 이미 받아 써버린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현실에서, 일부 반대주민들의 허가취소 요구를 이제는 그대로 두고보지 않을 것이며, 사생결단의 각오로 경남도와도 민원전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날 찬성주민들이 관계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는 등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진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수철 청포산단계약자 대책위원장은 "신해중공업측이 자제를 요청했지만 주민들이 현재 처한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처참해 어쩔 수 없이 경남도를 항의방문 한 것"이라며 "경남도가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진정 지역주민들을 위하는 일인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진난해 11월3일 산단추진을 찬성하는 주민 140여명이 경남도청 앞에서 조속한 산단추진 지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청포산단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 20여명이 지난 4월13일 거제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