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과 관련,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위원장 배진구. 이하 대책위)와 거제시 담당부서 관계자가 처음으로 자리를 마주했다. 대책위 결성이후 근 1년 만에, 그것도 실시계획 고시로 사실상 행정절차가 끝이 난 뒤였다.

반대대책위는 3일 오후 2시 거제시전략사업담당관실을 전격 방문했다. 이날 오후 1시 국가권익위 관계자가 고현항 사업과 관련해 절충안을 갖고 거제시를 방문하기로 돼 있었으나, 권익위에서 갑작스레 거제방문을 연기하면서 3자 대면이 무산됐고, 부득이 대책위만이 거제시를 항의 방문한 것.

반대대책위, 사업추진 부서 전격 항의 방문
대책위는 이날 전략담당관과의 면담에서 실시계획 고시로 고현항사업의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현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실시계획 고시까지 거제시가 보여준 기만적 행태를 항의하고, 대책위나 지역협의체 등에서 수차례 반영 요구한 내용이나 거제시장이 시민들에게 직접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매립계획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만수 부위원장은 “실시계획 고시직후 해수부관계자와 통화했더니, 거제시에서 반대대책위와도 충분히 협의를 끝냈다고 해서 고시절차를 서둘렀다고 답하더라. 시가 언제 우리와 단 한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느냐”며 “대책위에서 시장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도, 김한표 국회의원을 만나 면담주선을 요청해도, 세종시를 방문해 해수부관계자에게 거제시장과의 면담주선을 요청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대책위와 충분히 협의했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따졌다.

대책위 김두호 사무국장은 또 “거제시가 상인단체와도 충분한 협의를 끝냈다고 해수부에 얘기했다는데, 상인단체 누구를 어떻게 만나 어떤 협의를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대책위 차원에서 고현상가번영회나 시장상가번영회 임원들에게 확인했더니 아무도 협의를 한 사람이 없었다. 되레 누가 그런 협의를 했는지 찾아달라는 분위기”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옥주원 담당관은 “상급기관(해수부) 관계자를 며차례 만나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전한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대책위나 상인단체와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두호 사무국장은 해수부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상세히 전하며 “이 부분은 해수부관계자를 다시 만나 분명히 확인해 볼 작정”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 실시계획상의 고현항사업 가로망계획

1만평 주차장·49층 앞 공원화·장평지역 교통대책
“립스비스가 아닌 지분참여사 우선합의로 해수부 압박해야”
이날 방문의 주요 의제는 3가지였다. 권 시장 스스로 약속한 1만평 주차부지 확보, 49층 앞 공원화, 장평지역 교통대책이 그것. 이밖에도 중곡을 잇는 교량 추가건설, 삼성 게스트하우스 앞 물량장 입지 부당성 등도 도마에 올랐다. 반면 거제시가 우려하던 고현항사업 반대논리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대책위 송만수 부위원장은 “실시계획 내용을 열람해보니 징평지역 교통대책이 거의 없었다. 권 시장은 장평동사무소 주민설명회 때 와치마을 쪽으로 차량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대안이 있느냐. 49층 아파트 앞 허가권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그 앞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고시된 내용은 전부 상업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1만평 규모 주차부지 확보다. 권 시장 스스로 기존 시가지 인접지역에 1만평 규모 주차 부지를 조성한다고 했는데 사업계획에는 빠져있다. 기존 약속과 사업계획이 전혀 다르다.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옥주원 담당관은 “장평지역 교통문제는 사업지 밖이다 보니 이번 실시계획 고시에는 빠져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추후 시 차원에서 시행사와 협의해 교통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 1만평 주차부지 확보는 지금도 해수부와 계속 조율중이다. 시장이 직을 걸고 공언한 사항임을 수차례 전달했다. 사업자도 긍정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해수부가 주차장부지는 사업목적과 다르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민복리 차원에서 반드시 성사시켜 내도록 하겠다. 49층 앞 공원계획은 현재로선 상업지지만, 추후 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반영토록 할 작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송만수 부위원장은 “장평지역 교통문제는 고현항 사업에서 파생된 문제다. 이를 사업지 밖이라는 이유로 외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9층 앞 공원계획은 주민설명회 때 권 시장이 공언했음에도 해수부에선 ‘49층 허가를 시에서 준 것이니 우리는 모른다’고 하더라. 이런 상황에서 시행사가 이를 반영하겠느냐”고 재차 따졌다.

김두호 사무국장은 “해수부 방문 때 권 시장이 약속한 1만평 주차부지 확보 여부를 물었더니, ‘꼭 1만평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이라며 말을 흐리더니 ‘구 도심 주차문제 해결하자고 항만법을 적용해 고현항을 매립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더라. 해수부의 입장도 이해한다. 문제는 고현항 사업의 지분참여자가 전부 (1만평 주차부지 확보를)합의해 해수부에 가서 요청하면 될 것 아닌가. 이런 본질적인 내용을 외면한 채 립스비스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책위 배진구 위원장도 “시행사 빅아일랜드PFV(주)는 시가 주도적으로 만든 회사다. 이 사업도 결국은 시민을 위한 것 아니냐. 그렇다면 시에서 최소한 이 3가지(교통대책, 49층 앞 공원, 1만평 주차부지 확보)만큼은 해수부를 설득해 관철시켜내야 한다. 시장 스스로도 시장직을 걸고서 관철시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처럼 해수부 말 틀리고 거제시 말 틀리는 립스비스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철시켜 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옥주원 담당관은 “협의과정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지분참여자가 전원 합의해 이를 토대로 해수부에 요구할 작정이다. 이런 부분이 관철 안 되면 우리도 이 사업에 적극 협조할 이유가 없다. 사업자 배만 불리는 격 아니냐. 다만, 사업자나 해수부·거제시 입장이 다 다르다보니 의견조율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충분히 소통해 관철시켜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반대대책위, 단순반대 아닌 공익성 요구하는 단체
“왜 미리 선입견 갖고 외면하느냐” 따져
반대대책위와 거제시의 첫 대면은 의외로 온화했다. 서로를 자극하는 격한 발언들은 거의 없었다.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가 묻고 답하며 양측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더 치중했다. 그래서일까. 거제시관계자도 대화말미에는 ‘큰 힘이 된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대책위 배진구 위원장은 “반대대책위 활동은 사업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서 뒤늦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매립사업을 전면 부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운동을 하면서 일정부분 매립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 단지 그것이 지금보다는 공익성을 더 강조되는 매립방식이었다. 고현항사업은 이제 실시계획이 승인 고시되면서 사실상 행정절차가 끝이 났다. 이를 두고 대책위에서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봤자 소용없을뿐더러 되돌릴 수도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이왕 매립을 할 일이라면 보다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꾸미고 도심 공용지를 더 많이 확보해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대책위의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설명한 셈이다.

송만수 부위원장은 “우리는 행정이 하는 일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우리가 반대운동을 한다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설령 반대운동을 했더라도 반대 하는 사람은 거제시민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삼성 게스트하우스 앞에다 물량장 부두를 옮긴다는데, 이는 두고두고 욕먹을 일이다. 남의 호텔앞에다 냄새나는 물량장 부두를 만든다는 건 시민의 삶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표적 예로 보인다. 당초 계획된 이너허브 항을 매립해 공원으로 만든다는 것도 시행사에겐 엄청난 특혜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대책위 활동을 폄훼하고 시행사 입장만 두둔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대책위의 반감을 더 살 뿐이다”라며 격한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두호 사무국장은 “지난번 매미 때 중곡동도 엄청난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고현항에 기존매립지 보다 더 높은 매립이 시작되면 더 큰 침수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송만수 부위원장도 “오비에서 장평으로 연결하는 도로는 지금의 오비연결 교량 하나뿐이다. 차량동선이 이쪽으로 몰리면 중곡동 상권은 공동화될 우려가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교량을 하나 더 세워 유동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차례로 들은 옥주원 담당관은 “대책위관계자들을 이렇게 직접 만나 대화를 하다보니 많은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자리를 자주 갖고 소통하며 이 사업이 진정 거제시민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9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해수부를 방문, 실시계획 고시 과정에서 빚어진 입장차를 확인하고, 1만평 주차부지 등에 대한 해수부의 구체적인 복안을 들어볼 예정이다. 또 지난 3일 예정됐다가 무산된 국가권익위의 거제방문일정도 다음주 중으로 조정해 거제시와 권익위, 대책위간의 3자 대면을 통해 공용지 확보문제를 협의하고 해수부에 권고토록 유도할 작정이다.

▲ 지난 4월23일 구 고현여객선터미널 부지에서 열린 매립반대 항의집회

▲ 항의집회 뒤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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