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항재개발사업과 관련, 14일 오후 2시 시청 소회의실에서 국민권익위 조사관이 거제시를 방문, 거제시·시행사·반대대책위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주재했다.

고현항재개발 사업지내 1만평 주차장부지 확보나 49층 앞 공원화 계획은 시행주체별 의지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답은 없다는 게 재확인됐다. 국가가 발주하는 항만재개발사업을 민간업자가 시행하다보니 과도한 도시개발 사업으로 변질되는 듯 해 정부차원의 제도개선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현항매립반대대책위 주선으로 국민권익위 조사관이 거제를 찾으면서 거제시와 시행사, 반대대책위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4자 테이블’이 14일 오후 2시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서 마련됐다. 국민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는 시에서 옥주원 전략기획담당관과 임우정 담당이, 시행사(빅아일랜드)에선 박권일 AMC 대표와 안규천 이사가, 반대대책위에서 배진구 위원장과 송만수 부위원장, 신기방 홍보위원장, 김두호 사무국장, 이헌 교수 등 총10명이 참석했다.

국민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은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국가사업이면서도 민간업자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독특한 사업이다. 잘하면 국가적 모범사례로 남겠지만, 자칫하면 제도개선을 요하는 폐해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거제시와 시행사, 반대대책위 목소리를 들어보고, 권익위 차원에서 상충되는 입장에 대한 조정을 권고해 이 사업이 선도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간담회 배경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간담회는 현황조사 업무를 병행하는 지루한 진행 탓에, 쟁점 공방의 긴장감이 약했고 참석자들의 결정권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핵심쟁점은 결론을 내지 못했고, 거제시·시행사·반대대책위 간 합의서 유도도 무위에 그쳤다. 다만, 강태욱 조사관이 별도의 출장보고서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권익위차원의 제도보완 및 조정권고안을 정부 측에 제시키로 했다.

▲ 간담회에 참석한 반대대책위 관계자들.

“시장이 약속한 3개항(만평주차장, 49층 앞 공원, 교통대책) 반드시 이행라라”
이날 반대대책위 자문 자격으로 참여한 거제대 이헌 교수는 “현재의 고현항재개발사업은 항만기능강화라는 본래 목적보다 도시개발 중심의 매립사업에 가깝다”며 “매립이 완료되면 4000세대에 육박하는 아파트에다 상업지·업무시설까지 감안하면 유동인구만 3만이 넘을 텐데 지금계획하고 있는 다리나 도로망으로는 이를 감당해 낼 수가 없다. 보다 더 강화된 기반시설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대책위 배진구 위원장은 “대책위에선 처음엔 매립사업자체를 반대했다. 꼭 필요하다면 시나 국가재정사업을 통해 구도심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매립사업을 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실시계획 고시까지 절차가 진행돼 매립반대활동이 무의미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왕 매립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 가능한 한 공공용지가 많이 확보될 수 있도록 활동방향을 틀었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의 공익성을 담보할 1만평 주차부지 확보, 49층 앞 공원설치, 장평지역 교통대책 수립 등 최소한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만수 부위원장은 “1만평 주차장 부지확보나 49층 앞 공원, 장평교통대책 등은 처음부터 대책위에서 요구한 내용이 아니다. 권민호 시장 스스로가 시의회나 주민설명회에서 공언한 약속이다. 특히 1만평 주차장 부지는 구도심과 가까운 곳이라는 구체적인 위치까지 특정했다”며 “거제시나 시행사는 권 시장이 자신의 직을 걸고 한 이 약속만큼은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 그 약속을 지킬 의지와 방법을 명확히 제시해 준다면 대책위도 더 이상 반대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옥주원 전략담당관은 “거제시장이 공개석상에서 시민들에게 한 약속임을 알고 있다. 시에서도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수부는 물론 사업자와 꾸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분명히 밝히지만 시에서는 이 부분에 강한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시행사 AMC 박근일 대표이사는 “49층 앞 공원화는 이미 롯데자산개발에 매매가 예약돼 있는 곳인데다 사선충돌 문제는 고현항사업과도 무관한 내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교통대책과 관련해서는 장평 쪽 해안도로변 5차로, 49층 앞 7차로 계획을 설명하며 “추가차로 확보는 연쇄적 설계변경 등이 이뤄져야 하는 애로점이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1만평주차장 확보와 관련해서는 “주차부지 확보는 해수부 실시계획 조건에 권고사항으로 들어가 있다. 시행사도 의지를 갖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러나 “1만평에 이르는 주차장 부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후 위치나 공급시기, 주변지역과의 연계 등을 면밀히 고려해 전체를 용역을 통해 진행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간담회에 참석한 빅아일랜드 측 관계자와 거제시 관계자. 오른쪽 두번째가 빅아일랜드 AMC 박근일 대표이사.

“1만평 주차장 부지, 용역 아닌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시행사 AMC 박근일 대표의 주차부지 용역주장에 대해 당장 반발이 쏟아졌다. 회의를 주재하던 강태욱 조사관이 “주차장 부지를 결정하는데 용역이 왜 필요한가. 용역명칭은 또 뭐라고 할 것이냐”며 “이 부분은 거제시와 시행사의 정책적 판단이 중요한 것이지 용역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거제시 옥주원 전략담당관도 “주차장 부지는 기술적 용역이 아닌 정책판단이 중요하다”고 거들면서 “만약 용역결과 주차장 부지가 500평 필요하다고 나오면 500평만 할 것이냐”고 정곡을 찔렀다. 대책위 김두호 사무국장은 “1만평 주차장은 주차부지 용적율 기준 1만평이 아니라 대지면적 기준 1만평이라고 권민호 시장이 분명하게 밝혔다”며 “시행사의 설명대로라면 용역을 통해 일정면적을 확보한 뒤, 그곳에 주차타워를 지어 대지 1만평 규모에 근접하는 주차면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두호 사무국장은 또 “시행사가 구 시가지와의 상생발전을 수차례 강조했는데, 실제 진정성은 좀 다른 것 같다”며 “교통대책만 봐도 해수부에서 장평 해안도로를 7차로로 한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49층 앞에만 7차로고 나머지 해안도로는 5차로밖에 안되더라. 결국 1차로를 더 늘린 걸 교통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 박에 더되느냐”고 따졌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고현항매립사업은 최초 삼성에서 추진할 때와 지금방식이 너무 다르다. 범위는 좁아졌는데 사업비는 되레 훨씬 늘었다”며 향후 매립단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볼 것임을 시사했다.

결론 없는 공방이 계속되자 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이 “고현항재개발사업은 도시개발 필요성을 느낀 거제시가 이 사업을 벌일 돈이 없기에 민자를 유치한 것 아니냐”며 “시행을 맡은 민간업자도 여러 가지 애로가 있을 수 있고, 마냥 배부른 사업만은 아닐 것이다.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 버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공용지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중재했다. 강 조사관은 그러면서 “1만평 주차장 확보는 현재로선 결론이 안 난다. 서로가 더 협의하고 의논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정리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뚜렷한 합의나 현안에 대한 결론 없이 서로간의 의지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강태욱 조사관은 다만 “이 사업이 민자사업인 만큼 도로 등 기반시설과 공용지는 처음부터 가능한 한 충분하게 확보해 놔야한다. 지금 그렇게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도 쓸 수 없는 각종 도시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 국민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왼쪽 첫번째)이 거제시 임우정 담당(왼쪽 두번째)과 빅아일랜드 안규천 이사로부터 현안내용을 설명듣고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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