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수목은 여름과 같은 초록빛이지만 온몸은 금세 가을 냄새에 물들었다. 무심코 다가온 향기, 풍경 그리고 전어 굽는 맛에 취한 거제의 가을을 전하려 한다. 칠백 리 해안 길을 따라 펼쳐지는 거제도 바닷가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코리아 톱10’에서 선정한 한국 피서지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흥남, 와현, 구조라, 학동, 명사, 여차, 등 이름도 예쁜 해수욕장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데 이 해수욕장을 따라 걷는 좋은 해안길이 만들어 졌다. 고깃배가 물때를 맞춰 드나드는 크고 작은 포구의 풍경을 보고 거닐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보는 것 마다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거제도에서 먹거리도 빼 놓을 수 없다. 장목 항과 능포, 외포, 성포, 지세포, 대포항 등 거제의 각 항구와 포구에는 전어는 물론 왕새우, 돌게 등 가을철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잡히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밥도둑이라 불리는 간장게장도 거제의 것이 최고다. 견내량, 칠천도연안에서 봄·가을에 잡히는 돌 게를 10일간 숙성해서 먹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먹게 된다. 갓 잡은 보리새우(일본명 오도리)도 생으로 먹는 것이 거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 막 잡아 싱싱한 만큼 비리지 않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으뜸이다.

그러나 거제의 가을별미는 뭐니뭐니해도 전어다. 가을바람 선선히 부는 지금 거제에서는 전어 잡이가 한창이다. 전어는 가을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있기 때문에 거제에 와서 전어요리를 맛보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인데 전어는 회는 물론 구이 또한 일품이어서 ‘가을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어의 맛은 예로부터 ‘봄 도다리, 여름민어, 가을전어’등 제철고기의 대표적인 생선으로 꼽힌다. 남쪽에서 월동하고 4~6월쯤에 남·서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산란을 하는데 벼가 익을 무렵,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몸길이도 20cm정도가 된다. 이때가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져 온몸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른다.

전어는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단백질이 많고 지방, 당질, 회분, 비타민, 철분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많이 먹어도 비만 걱정이 없다. 전어는 회나 구이로 많이 먹고 또 젓갈로도 담가 먹는다. 특히 회로 먹을 경우에는 뼈째 먹는 ‘세꼬시’를 더 쳐준다. 세꼬시로 썰어낸 전어 살점에 된장을 발라 마늘, 청양고추와 함께 상추로 싸 먹으면 바로 이런 것이 별미로구나 하며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러나 가을전어의 진미는 역시 구이를 먹어봐야 알 수 있다. 누가 포구 한쪽 편에 급한 대로 번개탄에 석쇠를 얹어놓고 전어를 구울라치면 고소한향이 사방으로 진동하는데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는 식담(食談)이 정말 실감난다. 젓갈로는 내장 중에서도 완두콩만한 ‘밤’ 으로 담은 전어 밤 젓을 즐겨 담가먹는데 귀한 젓갈로 꼽힌다.

거제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가을이 아닌 한여름부터 전어시즌이 시작된다. 입추가 지나고 9월 초순이 되면 거제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유리문에 ‘전어 회, 전어구이, 전어무침 합니다’가 형형색색 광고문으로 나 붙는다.

사실 전어는 20여 년 전 만해도 어촌마을 선창에 가면 배에서 한 바께스에 1만원 주면 2천원 거슬러 줄 정도로 싼 생선이었다. 그러나 그건 다른 고급 어종이 많이 어획 되었던 때의 인심이고 TV방송 매체 등에서 먹거리 기행에 전어가 소개된 이후로 일반인들은 정식 횟감이 아닌 잡어를 싼 맛에, 특별한 맛에 먹기 시작 했으니 이젠 한 철의 대표적인 횟감 생선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였다.

심지어는 바다와 한참 떨어진 도회지에서도 수족관에서 재빠르게 헤엄치는 활어를 바로 잡아 회를 쳐서 맛 볼 수 있으니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가을 거제도여행은 푸른 바다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거가대교 장목 IC 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거제IC에서 빠져 지방도로를 타면 가을전어로 유명한 장목 항과 성포항구에 닿는다.

장목포구는 뒤편 대금산도 유명하지만,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더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인근의 활대 같이 굽어 있는 황포 해수욕장은 조용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가족들이즐겨 찾는다.

성포항주위에는 낚시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등대가 있는 바닷가 바위틈과 선창에서 도다리, 학 꽁치가 많이 낚이는 곳이기도 하다. 물이 깨끗한 항구는 전어 전문횟집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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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어 이야기(자료제공: 한국 수산물 명산품·수협중앙회)

옛날 고려 공민왕이 적을 물리친 기쁨으로 군유산에 올라가 시조를 읊으며 놀다가 지금의 함평군 북성리 차경마을에서 식사대접을 받았는데 반찬 중에 올라와 있는 젓갈을 먹어보고 맛이 너무 좋아 진상하도록 하명한 이후로 조선시대 까지 계속 진상되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공민왕이 이때 먹었던 젓갈이 바로 입식 젓이다. 입식 젓은 전남 함평군 함평만 손불1공구(행정구역상 손불면)에서 주로 잡히는 입식이

▲ 손영민

라는 어종을 원료로 하여 담은 듯하다. 입식은 어류학 상 정확한 분류가 없고 다만 전어와 유사하다. 입식은 등이 푸르고 신선할 수록 은빛이 진하다. 체장은 10~17cm 정도 되며 주로 잡는 시기는 8월 중순부터 10월 하순에 집중된다.

▣ 맛 집

거제도 포구에는 이름난 전어 맛 집이 많다. 특히 성포 평화횟집(055-632-5124)은 KBS맛따라 길따라, MBC 화제집중, SBS 모닝와이드에서 방영된 거제도 횟집의 명가. 용화횟집(055-632-8090), 항구식당(055-633-6090)도 꽤 이름난 맛 집이다. 그밖에 2012년 개장한 장목수산센터(055-635-5949)도 현지인들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맛 집이다.

글·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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