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흑염소는 단지 고기만 주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모로 사람과 가까웠다. 우리조상들은 이 흑염소를 보양식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명의별록’에 따르면 흑염소는 고기의 맛이 달고 성질이 온순하여 독이 없고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출산 후의 산부들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를 튼튼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우리민족이 2천년 넘게 흑염소의 덕을 보면서 살아 왔으니 전국 땅 이름에도 흑염소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흑염소를 많이 길렀던 남부지방에 그런 땅 이름이 많은데 염소와 양의 모습과 닮아서 붙여진 전남 신안군 지은 면 백산리 ‘양산’ 마을이 대표적이며 ‘양산각’은 봉우리가 뾰쪽한 염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축산단지가 생기면서 외래염소가 염소의 주종으로 등장하고 이제는 세계화인지 자유시장인지의 바람을 타고 수입 염소들이 물밀듯 쳐들어오니 우리의 토종 흑염소들을 만나거나 염소 잡는 소리 듣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흑염소 잡는 소리’처럼 반가운 소리가 없었다. 어쩌다 한번 씩 그 소리가 윗마을에서 들리면 아이든 어른이든 달려갔다. 어른들은 가마솥에 내장과 곱창, 뼈를 잔뜩 씻어 넣고 무 줄기 말린 것도 넣고, 한두 시간 가량 장작불에 끓여낸 염소 곰국에 막걸리 마시는 판을 벌이곤 했다.

그 구수한 염소 곰국을 이젠 맛보기 어렵지만 그런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던 곳을 소개한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맛있게 먹어본 염소고기음식은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 대명콘도 바로 앞 참숯염소구이 전문점(055-681-6670)이다.

식당 주인 이 시영(52)사장은 이곳 일운 옥녀봉자락 소동마을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한우를 30년간 키웠다. 축산 폐농이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작년 7월부터 신비한 약초가 무성한 고성군 대성리 야산에 ‘고성 대평 흑염소농장’을 열고 거제와 고성을 오가며 토종흑염소를 키웠다.

“거세한 숫 얌생이(염소)를 산에 풀어서 키워 잡은 괴기(고기)는 7일 정도 냉장에서 숙성을 시켜야 육질이 연하고 노린내가 없어 맛이 좋다 아임니꺼!”

지난 21일, 참숯염소구이 전문점에 벤치마킹 온 남해·거제흑염소 작목반 회원 10여명에게 구수한 경상도사투리로 재미있고 수준 높은 염소요리 강의를 펼친다.

“산에 풀어서 기른다.” 했듯이 사료를 먹여 기른 염소보다 훨씬 연하고 쌈박한 맛이 있다. 비계가 두껍지 않고 염소고기 특유의 노린내도 안 난다. 이 식당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고성 대평농장에서 공수해온 흑염소 잡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을 추렴용으로 잡거나 도시사람들이 예약주문 한 것이다.

이 식당에 가면 흑염소 고기를 언제나 맛볼 수 있다. 개업하기 전 준비도 착실히 했다. 흑염소로 이름을 날리는 전국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맛을 연구한 끝에 전통 염소요리를 만들어 냈다.

위에서 말한, ‘염소 잡는 소리’를 듣고 반가워 염소 잡는 곳에 달려가 얻어먹는 그 ‘가마솥 시래기 염소 곰국’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직도 그 구린내 살짝 나는 구수한 염소 곰국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사라져 버린 고향을 송두리째 만나는 것만큼이나 반가웠다.

오늘일행은 거제시 씨름연합회 임원들과 함께했다. 이 사장 앞에는 커다란 솥이 걸려있고 솥 안에는 염소 곰국이 장작불에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흑염소를 생 구이, 무침, 전골, 곰국 등 맛난 별미거리로 손님상에 올린다.

이집의 염소는 유독 육질이 부드럽고 특유의 잡내 도 거의 없다. 고성 대평농장에서 자연방목으로 기른 1년 된 기능성 흑염소를 사용 하는 게 가장 큰 비결이다. 참숯불위에서 지글지글 굽는 숯불구이는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돈다. 장작불에서 삶은 고기 살을 잘게 찢어 부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와 버섯, 들깨양념 등을 함께 얹어 먹는 무침 맛 또한 일품이다.

장작불가마솥에 흑염소 사골을 24시간 이상 끓인 육수를 쓰는 곰국도 별미다. 잡내 제거를 위해 솔잎을 넣고 푹 끓여 내는데 그 맛은 곰탕과 비슷하나 국물 맛은 더 웅숭깊다.

맛있는 음식이란 그 음식을 난생처음 먹어보는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게 되는 법. 즉 명품은 어디서나 그 품질의 진가를 발휘하듯이 잘하는 음식은 누가 먹어도 맛있다. 이 집의 참숯구이 맛도 그러했다. 참숯향이 배어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예약문의 010-7748-3412/경남 거제시 소동리6길 17-2 대명콘도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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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 이야기(출처·국립축산과학원)―

(흑염소 고기의 성분)

▲ 글·사진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흑염소 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함량과 클레스테롤 함량이 낮으며 지방산 조성도 상대적으로 칼슘과 철 함량이 높다.

1· 지방함량이 낮다.
흑염소 고기에는 지방이 1~2% 내외로 매우 적으며 이는 소고기(대략 10%내외)와 비교 하여 매우 낮은 것이다.
2· 클레스테롤이 적다.
일반적인 육류가 100g당 75~80mg의 클레스테롤을 함유한데 반해 흑염소고기에는 약 65mg정도가 함유되어 있다.
3· 저칼로리 고기이다.
지방함량이 낮기 때문에 흑염소 고기는 상대적으로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다.
4· 지방산 조성이 우수하다.
흑염소 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포화지방산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 리놀레산, 아라 키토산이 많으며 다양한 건강 기능식이 알려진 CLA함량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5· 칼슘과 철이 많다.
육류 중에서도 높은 칼슘과 철(3~4mg/100mg)함량은 골다공증 예방과 보혈기능과 관련 되는 것으로 보인다.
6· 노화방지 기능의 토코페롤 함량도 우수하다.
에너지 생성을 도와주는 carnitine함량도 다른 육류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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