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22일 거제시공공청사에서 열린 4대기관 거제신설유치 준비위 발족식에서 4대기관 신설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유진오 전 새거제신문 대표이사.

우리는 분야별로 전문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사회는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귀감이 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최고의 호칭을 부여하고 예우하고 배려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언론분야도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업적을 남긴 전문 언론인에게 ‘大記者’ 호칭을 부여하고 예우한다.

거제는 정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받은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언론분야에서는 거제출신 대기자는 없다. 인물이 없어서가 아니고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거제시민의 평가가 너무 인색한 것이 이유인 것 같다.

▲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

대기자는 조직 내 직급체계의 직책이 아니다. 성공한 전문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직이다. 대기자의 말 몇 마디나 글 몇 줄은 정치인의 거창한 공약, 장군의 추상같은 명령, 기업총수의 고뇌에 찬 의사결정 못지않게 시대흐름과 사회체제를 바꿔놓을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대기자 반열에 올라보고 싶어 하고 대기자를 배출한 고장은 큰 자부심을 갖는다. 그렇다고 아무나 대기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대기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에 의해 선정된다. 하나는 언론사가 경륜과 품성을 겸비한 기자들 가운데 저널리즘 직업윤리에 충실하고 회사를 대표할 만한 인품을 지닌 전문기자에게 대기자 호칭을 부여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의 수용자인 시민이 그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언론인을 대기자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저널리즘 직업윤리 실천력 검증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이는 전문기자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덕목을 검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기자는
-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는 탐험가적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 동물적 감각으로 뉴스소스(情報源)에 접근하는 민첩한 취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 주관을 배제하고 진실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려는 자세로 사실(fact)에 근거한 기사 를 작성해야 한다.
- 사건과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독자의 객관적 판단력을 드높여야 한다.
- 확고한 신념과 양심에 근거하여 독자(수용자)의 입장에서 독자를 대변하는 자세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 정의감과 비판의식으로 사회모순과 부정을 탐지하여 이를 개혁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냉철한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 다양한 각론을 하나의 총론으로 재구성하여 이를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로 기사화 하는 문학적 소양을 발휘해야 한다.
-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거와의 연관성과 유사성을 신속히 찾아내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 항상 공인의식과 특종의식을 염두에 두고 긴장 속에서 살면서 자신의 정신과 체질 을 고달픈 기자 직업에 맞게 개조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등이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기자의 저널리즘 직업윤리는 기사에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따라서 기자는 당연히 기사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저널리즘 직업윤리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기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언론학자적 관점에서 대기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조건에 근접하는 거제출신 언론인이 누구이겠는지를 머릿속에 그려오던 중 유진오 전 새거제신문 대표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독자를 깜작 깜작 놀라게 하는 취재력과 예리한 분석력의 산물인 ‘S형’으로 시작하는 그의 수많은 칼럼들에서 저널리즘 직업윤리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중앙의 메이저 신문 사회부기자 시절인 1982년에 ‘적조에서 산성비까지’라는 특종기사를 발표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제14회 취재보도부문 한국기자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바 있다. 그는 1999년 새거제 신문을 창간하여 지방신문의 새 지평을 여는 것을 계기로 감시와 비판자로서 여론형성을 주도하면서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거제를 명품도시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민의식 함양에 앞장섰다.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반대하는 대책회의에 시장이 참석한 모습을 바라본 시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을 때 그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와 국제적 사례들을 들어 왜 가덕도이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칼럼 ‘현재의 국익과 미래의 국익’과 ‘부산·경남 사람을 바보로 아나’등을 발표하여 시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안겨주고 나아가서 가덕도 신국제공항 건설에 큰 영향을 준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 그는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이라는 칼럼으로 거제시 역사상 그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했던 4대 행정기관의 거제신설 유치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고 정책적 난제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해결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또 다른 칼럼 ‘거제시민의 4대 기관 신설요구..그 구체적이고 계수적인 사유’는 정부도 꼼작 못하고 거제시민의 요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의 글은 항상 거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애향심에 가득 찬 자료적 가치를 담고 있다.

만일 그가 현직에 몸담고 있는 상태라면 언론사 차원에서 이미 大記者 예우를 받고 명예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도 현역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취재와 집필로 거제의 발전에 열정을 바치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해 전문 언론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거제가 낳은 대기자로 추대 받을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춘 전문 언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유진오 전 대표를 거제가 낳은 大記者로 호칭하고 예우할 것이다. 성숙한 거제시민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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